요즘의 젊은이들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해내는 발효음식에 익숙해져서 우리 고유의 발효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저 시중에 범람하고 있는 발효 제품들을 떠올리며 발효음식은 몸에 좋은 것이라고 느끼는 정도인 것 같다.
발효음식을 얻으려면 우선 곡물을 발효시킬 수 있는 효모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이 효모는 각각의 발효음식에 따라 다르다. 발효음식의 대표적인 술의 경우에는 먼저 누룩을 디딘다. 누룩은 주로 밀기울로 디디는데 밀기울은 밀을 빻아 가루를 내고 남은 찌끼를 말한다.
우리 어머니들은 음식쓰레기에 불과한 밀기울로 술을 발효시킬 수 있는 효모를 생산하는 바탕으로 삼았다. 이 밀기울이 적당한 수분을 유지하도록 반죽하여 누룩딛는 틀에 꼭꼭 넣고 눌러 덩어리를 만들어 띄운다. 즉, 밀기울로 만든 누룩을 띄우면 누룩곰팡이가 생겨나서 전분을 당분으로 바꾸는 작용을 하여 술이 익게 된다.
누룩과 술밥, 각종 꽃과 약재들을 물에 섞어 술독에 넣고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을 덮어 놓으면 부글부글 끓으면서 술이 익는다. 잘 익은 술독에 대나무를 엮어 만든 용수라고 하는 고깔처럼 생긴 도구를 박아 가운데에 모인 술을 떠 낸 것이 바로 맑은 술(동동주)이다. 맑은 술을 떠내고 난 뒤 체로 걸러낸 술이 막걸리가 된다. 이 막걸리를 거르고 난 술지게미도 버리지 않고 먹거나 거름으로 썼다.
어릴적 달짝지근한 술지게미를 먹고 술기운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기억이 새로울 것이다. 먹다 남은 막걸리가 쉬어서 못 먹게 되면 따뜻한 부뚜막 위에 있는 초병에 넣고 다시 발효시키면 양조식초가 된다. 이렇듯 누룩을 디뎌 술을 담그고, 술을 걸러 먹다 남은 막걸리로 양조식초를 만들어 먹었던 우리 선조들은 발효과학의 귀재였다.
된장이나 간장도 콩으로 메주를 쑤어 적당한 덩어리로 만들어 볏짚으로 묶어 처마밑에 매달아 자연스럽게 띄우고 소금물에 담가 발효시켜 된장과 간장을 만들었다. 볏짚에는 바실루스 서브틸리스라고 하는 효모균이 있어서 이 효소의 작용으로 발효된 우리 된장과 간장은 항암효과를 갖는다고 한다.
고추장도 먼저 백설기와 같은 고추장 메주를 적당히 띄우고 말려서 가루를 낸 다음에 쌀이나 밀가루와 고춧가루를 버무려 발효시킨 것이다. 이 밖에도 청국장, 김치, 식혜, 젓갈 할 것 없이 우리 고유의 음식에는 우리 선조들이 생활속에서 일궈온 발효과학의 슬기가 듬뿍 배어 있다.
특히 깨끗하고 맑은 자연속에서 발효된 음식속의 유용한 성분과 발효균들이 지금의 오염된 환경이나 변화된 환경속에서 띄운 발효음식보다 훨씬 많이 들어 있어서 건강에 매우 좋다고 한다. 건강의 소중함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는 현대 생활속에서 우리고유의 발효음식에 관심을 갖고 추억을 넘어 일상생활로 끄집어 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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