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장처럼 냉각된 경기 속에서 다소나마 돈이 흐르게 하고 청년실업의 해소에도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온 나라를 ‘도박 공화국’으로 만들어 저축을 통한 투자와 건전한 소비를 막아 어려운 서민들을 더욱 어렵게 하였다는 비판이 주류인 것 같다.
‘바다이야기’가 대대적으로 언론을 장식하기 시작한 지 50여일이 지났다. 정치자금이 어떻고, 정치인이 누가 연루되었다는 등의 자극적인 기사 일색 속에 주목을 해봐야 할 기사가 있었다.
국가정보원이 사행성 오락게임 ‘바다이야기’의 폐해에 대하여 종합적인 보고서를 만들어 청와대에 보고를 하였다는 기사이다. 이에 대해 어떤 국회의원은 정작 검찰과 경찰이 직무유기를 한 것이 아니냐고 힐난했다. 또 어떤 신문은 이러한 보고가 국가정보원의 직무범위를 벗어났다 하여 국가정보원의 개혁이 멀었다고도 했다.
그 뒤 노무현 대통령이 ‘바다이야기’의 폐해에 대하여 일찍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토로 후 국가정보원의 정보 보고가 제대로 된 것인지, 묵살된 것인지에 대해 잠시 논란이 일기도 하였으나, ‘일일 단속 보고’에 불과했다는 것으로 정리되는 듯하다.
이러한 일련의 에피소드에는 국가정보원과 관련된 핵심적인 개혁사항이 놓여져 있다. 첫째는 ‘국가정보원의 직무범위가 어디까지인가’ 인데 특히 ‘국가정보원이 정부 부처의 정책정보를 수집분석 할 수 있는가’ 이다. 두 번째는, ‘국가정보원이 수집한 정보의 배포처가 어디까지이고, 대통령에게는 어떤 범위에서 어떤 방법으로 보고를 할 것인가’이다.
국가정보원법 제3조는 그 직무범위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요약하면 ‘해외정보와 국내 보안정보의 수집 분석 그리고 국가기밀의 보안업무와 내란죄 등의 수사’라 할 수 있다. 국가정보원이 ‘정책정보’를 다룰 수 없다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이 규정을 엄격하게 문리 해석한다. 과연 국가정보원은 정책정보를 다룰 수 없는 것인가?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듯이 현대 사회는 여러 기능이 복잡하게 얽혀져 있고, 그러한 기능들은 첨단의 기술과 장비에 의하여 운영되어 진다. 첨단 정보산업 사회에서 해외와 국내를 분리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지고 있고, 보안정보와 정책정보를 명확히 구분하기는 더욱 어렵다. 뿐더러 보안정보는 정책정보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최근 산업기술을 유출하려한 사건들이 빈발하고 있고, 이에 대해 국가정보원이 이를 적발하여 수사의뢰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첨단 산업기술의 유출 그 자체는 국가 기밀의 보안 업무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첨단 산업기술은 국가의 산업정책과 밀접하고, 거시적으로는 기술을 포함한 대북 경제협력교류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심지어 국가 기밀사항에는 반드시 기술사항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안과 관련하여 지키려는 정보 중에는 정책정보도 있다. 정책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보안을 할 수는 없는 이치다. 국가정보원이 정책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필요성과 이론적 당위성이 여기서 도출된다.
이러한 이유로 국가정보원이 정책정보를 다루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갖는 사람들의 주장은 옳지 않다. 다만, 그들의 그러한 주장뒤에 있는 심층적인 문제의식이 폄하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들은 국가정보원이 취급하는 정책정보의 상당부분은 ‘베끼기’ 혹은 ‘편집’이거나 심지어 ‘왜곡’이 있기도 한다고 한다.
여기에는 국가정보원에 종사하는 정보수집관(Intelligence Officer)의 자질과 능력 그리고 관성이 한몫을 한다고 한다. 국가정보원에 종사하는 사람들로서는 아픈 이야기 일테지만, 비교적 귀담아 들을 만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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