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을 가진 약(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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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을 가진 약(藥)

<중도 마당>

  • 승인 2006-10-10 00:00
  • 홍종오 대전시약사회장홍종오 대전시약사회장
한가위 긴 연휴 동안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반가운 만남을 가졌다. 이런 연휴가 끝나고 약국 문을 여는 아침이면 기다렸다는 듯이 약국 문을 열고 들어오며 연휴동안 병원이나 약국이 문을 닫았을 때 가족 중 누가 아파 얼마나 고생했는지 하소연 하는 사람을 쉽게 접하곤 한다.

당번 약국이 잘 실시되는 요즘에도 예외는 아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약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인간은 언제부터 어떻게 약을 사용하게 되었으며 약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먼저 약의 정의를 알아보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며 예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 물질’이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약이 언제부터 그리고 어떻게 사용되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는 다만 역사 이전의 선사시대부터 경험적으로 사용되었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원시시대로부터 고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우리 선조들은 질병을 신이 가져다 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주술적인 방법으로 질병을 치료하려고 했다.

환자를 대상으로 굿이나 제사와 같은 무속의식을 행하면서 환자의 몸 속에 들어온 귀신을 내쫓기 위해 쓴 물질을 먹였는데 이것을 약의 기원으로 볼 수 있다. 이때 쓰인 쓴 물질은 아마도 어떤 식물에서 기원된 것으로 추측된다.

‘약(藥)’이라는 한자를 보면 풀과 즐거움(樂)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말이고, ‘Drug’이라는 영어는 마른 풀을 뜻하는 프랑스 말 ‘drogue’에서 유래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약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분리될 수 없을 정도로 그 역사가 길다. 이를 두고 헉슬리라는 사람은 “태초의 인간은 농부이기 이전에 약물학자였다”라고 까지 했다.

이렇게 사용되기 시작한 식물성의 쓴 물질은 나름대로 효과를 발휘하여 무속의식이 이 세상에서 많이 사라진 뒤에도 여전히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 유용하게 이용되었다. 그렇게 경험적으로 사용되어 온 물질은 이제 그 화학적인 성분이 규명되고, 또 생리적인 활성이 약리학적으로 규명되어 막연한 기대가 아닌 과학으로서 자기 역할을 공인받게 되었다.

약학의 발전사는 인간의 건강 증진과 수명 연장의 역사이기도 하다. 중요한 약물이 발견될 때마다 인간은 질병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더 건강하게 오래 살게 되었다. 인간의 건강과 수명 연장에 이바지한 백신과 항생제의 공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약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어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라는 불청객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약의 소비자들은 약을 사용하는데 지켜야 할 원칙을 약의 전문가인 약사의 복약지도를 통해 숙지하고 지켜야 한다.

특히 두 가지 이상의 약을 동시에 사용할 경우 여러 약들이 원래 목적과는 다른 작용을 나타내기도 하므로 더욱 그러하다. 홈 쇼핑 등을 통해 만병통치약으로 둔갑되어 팔리는 건강보조식품도 그 부작용이 많이 보고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건강보조식품은 약이 아니다. 따라서 효과가 바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되고 안전하다는 선입견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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