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로부터 신기술 만들어낸다

생명체로부터 신기술 만들어낸다

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 ‘디지털나노구동연구단’

  • 승인 2006-10-09 00:00
  • 정문영 기자정문영 기자
▲ 디지털나노구동연구단의 연구모습.
▲ 디지털나노구동연구단의 연구모습.
과기부 연구사업 선정, 6년간 나노구동기관구동 매진
생체모사 나노기술분야 개척, ‘근육칩’ 등 개발 성과


생체모사 (生體模寫, Bio-inspired), 이 용어는 ‘생명체의 구조와 원리를 모방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언뜻 의료기술 용어, 그 중에서도 한의학이나 생명공학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용어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생체모사 기법을 응용해 기술적 돌파구를 찾는 이공계 대학이 있다.

바로 대덕특구 내에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다.

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는 지난 2000년 과학기술부 창의적연구진흥사업 디지털나노구동연구단(단장 조영호 교수)으로 선정돼 6년여 동안 ‘생체모사 기법을 응용한 디지털 나노구동기관 구현에 관한 연구’, 다시 말해 나노미터크기의 정밀한 운동을 만들어 내는 연구를 해오고 있다.

조영호 교수가 이끄는 연구단은 나노구동과 같은 생체 움직임의 구조와 원리를 모방해 초소형 구동기관 개발에 주력했다. 하지만 외부환경에 민감한 관계로 벽에 부딪혀야만 했다.

가공공정의 오차와 잡음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을 고민하던 조 교수는 단백질 및 세포 등 아주 작은 생체의 구조와 동작 원리를 공학적으로 분석하고 모방하는 방법을 모색하게 됐다.

근육 같은 단백질은 미세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전체가 정교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생명체의 움직임은 아날로그(Analog)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디지털(digital) 신호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



조 교수는 인간의 손을 예로 들어 “단순히 물건을 들었다 놓았다하는 모습이 아날로그적으로 보이지만 근육 속에서는 액틴(actin)과 미오신(myosin)이라는 기본근육섬유의 움직임들이 모여 근육과 골격을 움직이는데 이것은 결국 디지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그는 효율적으로 잡음 처리를 위해서는 디지털로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반증한 것이다.
디지털나노구동연구단에서는 생체조직의 구조와 동작원리를 공학적으로 모사해 비전기적 나노정보를 고정도로 제어 처리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디지털 나노 구동기를 개발하고 차세대 응용 신제품 창출을 위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생체모사 기법을 응용한 공학적 기술한계 극복과 기술돌파구 마련과 생체 구동 및 감지 조직의 구조와 원리에 관한 과학적 이해와 공학적 모델 수립, BT에 근거한 IT용 NT소자개발에 관한 새로운 BINT 융합분야 개척 등을 전개하고 있다.

그동안 연구단의 연구 성과 또한 다양하다.
디지털나노구동연구단은 근육을 모방한 ‘근육 칩’ 개발을 비롯해 생체모사 디지털 분사기(고속 및 고해상도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헤드) 개발, 생체모사 디지털 세포계수기 및 농도 분석기 등이 있다.

근육을 모방한 나노 구동기(근육 칩)는 생체 근육이 전기적 신호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정전기를 이용해 동작하는 원리이며, 광 신호를 파장에 따라 분리하거나 원자 단위로 정보를 저장하고 유전자를 조작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극미세 잉크분사기는 잉크젯 프린터의 해상도를 높게 유지하면서 고속으로 인쇄할 수 있는 장치다.

이 장치는 잉크를 내뿜는 노즐 구멍 하나에서 크기가 수조분의 1에서 수십조분의 1ℓ까지 서로 다른 잉크 방울을 분사할 수 있는 장치이며, 고해상도를 유지하면서 인쇄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기술은 ‘어떤 무게의 물체를 들 때 몇 개의 근육 단위가 사용되는가 하는 상황’을 모방해 나온 성과물이라고 연구단 측은 설명했다.

극미세 세포 계수기는 지름 10㎛(마이크로미터)인 통로를 통해 쉽게 세포나 혈구의 수를 셈으로써 농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장비다. 이 계수기는 혈액을 혈장과 혈구를 나누고 다시 혈구 중에서 적혈구와 백혈구로 분리한 뒤 계수기로 각각의 수를 셈으로써 질병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단의 연구개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연구단은 연구단의 대표적인 연구 성과물인 나노 구동기를 이용해 단백질의 크기와 성질 등 ‘단백질성분분석’을 완료했다. 지금까지는 생물화학적으로 단백질의 크기 측정을 하지 못했지만 단백질의 기계적 성질을 이용해 단백질의 크기와 농도를 동시에 측정한 것이다.

칩 하나를 이용해 분석한 것으로 단백질의 기계적 특성분석은 ‘세계 최초’라는 게 연구단의 설명이다. 또한 연구단에서는 현재 나노 배터리(Battery)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디지털나노구동연구단은 관련 연구결과를 국내외 학술지에 41편의 논문으로 게재했으며, 관련 특허는 국내 13건, 국외 1건 등 모두 14건에 대한 등록을 마쳤고 국내 26건, 국외 3건 등 모두 29건은 출원 중에 있다.

현재 연구단에서는 박사급 연구원 2명, 석사급 연구원 10명 등 12명이 미래 산업을 바꿀 초소형 장치를 개발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KAIST 디지털나노구동연구단 조영호 교수는 “태양열, 풍력, 연료전지 등이 이미 개발돼 있지만 비용부담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아주 작은 생명체의 구조와 동작 원리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개념의 극미세 구동소자를 개발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생체 근육과 실리콘 나노근육칩의 비교
▲ 생체 근육과 실리콘 나노근육칩의 비교
▲ 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 디지털나노구동연구단 조영호교수(앞줄 왼쪽에서 네번째)와 팀원들.
▲ 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 디지털나노구동연구단 조영호교수(앞줄 왼쪽에서 네번째)와 팀원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시 낙동강 가을꽃 향연… 3개 생태공원 이색적 풍경
  2. 10월 9일 '한글' 완전정복의 날...'세종시'로 오라
  3. 태안 해루질 중 실종된 여성 숨진채 발견…천안 미용실서 화재
  4. 전 세계 셰프들이 선보인 '한식' 경연...최종 우승자는
  5. 대전교도소, 사회복지시설 방문해 사회온정 나눠
  1. 대전 대덕구서 면허 없이 훔친 오토바이 몰던 고등학생 3명 붙잡혀
  2. 문화유산회복재단, 교실에서 또는 환수박물관에서 '실감교육 확대'
  3. EU, 철강관세 50% 인상…韓, 철강 수출 위기감 고조
  4. [프리즘] 겉보기 사회, 배터리화재에, 속도 탄다
  5. '온세종학교' 디지털 시대 맞춤형 교육 혁신 선도

헤드라인 뉴스


도시 기본 인프라조차 없는 `세종시`...제2차 공공기관 이전 시급

도시 기본 인프라조차 없는 '세종시'...제2차 공공기관 이전 시급

방문객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그 흔한 집객 시설 자체조차 없는 세종시. '역외 소비와 공실률 최상위 도시', '자영업자의 무덤', '핵노잼 도시'란 수식어는 이제 등호(=)로 굳어지고 있다. 인구수는 4년째 39만 벽에 갇히고 있고, 2030년 '신도시 50만, 읍면 30만' 목표는 10년 이상 뒤로 미뤄진 지 오래다. 대전과 청주, 공주 등의 주요 도시들과 같은 인프라를 단시일 내 구축하기란 불가능한 현실이자 희망고문에 가깝다. 단적인 예로 2021년 대전 신세계 백화점, 2024년 청주 커넥트 더 현대 오픈으로 세종시의 첫 백..

충청 與野 추석민심 대충돌…"경제정책 효과" vs "정권불신 팽배"
충청 與野 추석민심 대충돌…"경제정책 효과" vs "정권불신 팽배"

충청 여야는 유난히 길었던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바닥 민심을 전하면서 뜨겁게 격돌했다.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소비쿠폰 효과 등 이재명 정부의 경제 부양 노력을 부각했고 국민의힘은 대통령 예능 출연 등을 지렛대로 정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지고 있다고 맞섰다. 충청 여야가 극과 극의 민심을 전한 것은 다음 주 국정감사 돌입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대격전지 금강벨트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인 박정현 의원(대전대덕)은 "재래시장을 돌면 여전히 지역화폐와 민생회복 쿠폰이 도움이 됐다는 이야..

대전 30년 이상 노후주택 비율 `전국 3위`
대전 30년 이상 노후주택 비율 '전국 3위'

대전의 30년 이상된 노후주택 비율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대구 북구을)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전국 노후주택관리에 관한 입법조사를 의뢰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전체주택 1987만 2674호 중 30년 이상이 지난 노후주택의 수는 557만 4280호로 조사됐다. 전국 노후주택 평균 비율은 28.0%다. 충청권에서는 대전과 충북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대전의 노후주택 비율은 36.5%(전체주택 52만 3823호 중 19만 1351호)로 전남(4..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579돌 한글날…대전서 울려퍼진 ‘사랑해요, 한글’ 579돌 한글날…대전서 울려퍼진 ‘사랑해요, 한글’

  • 긴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긴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 한산한 귀경길 한산한 귀경길

  • 옛 사진으로 보는 추억의 `풍요기원 전통놀이` 옛 사진으로 보는 추억의 '풍요기원 전통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