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용흠 소설가 |
한 집단의 역사적 당위를 장식함에 있어서 그 사회를 지배하는 설화 혹은 신화의 재정비는 필수적인 일이다. 지배자들은 신화를 통해 권력을 부여받고 권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전쟁은, 트로이 왕의 아들인 파리스가 스파르타의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를 데리고 달아나자 메넬라오스의 형제인 아가멤논이 트로이를 치기 위해 그리스 원정대를 이끌고 간다. 전쟁은 10년 동안 계속됐는데 그리스군이 불시에 습격할 무리를 안에 숨긴 커다란 목마를 남겨놓고 철수를 위장하는 방법을 써서 끝났다.
트로이 사람들이 그 목마를 도시 안으로 들여놓자 그 안에 숨어 있던 그리스인들은 자기 편 군대에게 문을 열어줬고, 그리스 군대는 트로이를 약탈하고 남자들을 학살하고 여자들을 데려갔다. 이 설은 수세기 후에 기록됐고 어디까지가 꾸민 말이고 어디까지가 실제 사건인지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신화가 정치에 이용되면 현실은 다분히 폭력적으로 돼버린다. 그래서 우리 눈앞에서 역사의 기록을 왜곡하는 이웃나라들의 정치 행보가 크게 우려스럽다. 남아 있는 문헌에서 옛 사건이 의미 있게 드러난 서사 부분을 골라내보면 깊이 내재하는 집단 무의식이 감지된다.
융 심리학을 근거로 하는 이 집단 무의식은 영감에 가득 찬 소수에 의해 재편성돼 무수히 문학적 제재로 이용돼왔다. 이것은 인간 내면을 모으고 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형상화라는 과정을 거쳐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화는 의도적으로 꾸며진 이야기이므로 감춰둔 상징적 의미는 반드시 드러난다. 그것은 권력적이든 아니든 사람살이와 관련을 맺고 흥미를 끌게 구성돼있다. 그래서 문학은 신화를 통해 상징이라는 미로에서 의미의 진주를 건져 올린다.
실제 사건과 상징 사이에 가로 놓인 인식 망을 통과하기 위해 정글의 탐험과도 같은 지적 모험을 감수하면서 말이다. 예를 들면, 새빨간 자주색은 그 자체만으로도 왕권, 황제나 고위 성직자의 권력, 위풍, 자존심, 진실, 정의, 절제를 나타낼 수 있다. 숫자 7은 대우주를 나타내는 숫자다. 완전, 전체성의 표시이다.
3은 하늘과 영혼을, 4는 대지와 육체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7은 영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의 덧없음을 모두 포함하는 제일 작은 숫자다. 기독교에서는 금기의 핵심인 동시에 자유의지와 그에 따른 고난을 예언하는 메시지를, ‘에덴의 사과’로 상징하고 있다.
예술에 있어서 상징은 색채와 음, 그리고 문자 기호로 발현하며 인간 문화의 활성 운동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현상으로 평가되는 일면이 있다. 어떤 연구에서도 다른 동물의 예술 행위는 발견된 적이 없지 않던가! 이것이 앙리미로나 거쉰이나 제임스 죠이스가 부유한 장사꾼보다 더 많은 역사의 장을 차지해야 하는 것에 대한 확실한 이유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