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얼마 전부터 일부 자치단체에 새로운 형태의 예산편성과정이 도입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일명 주민참여예산제다. 주민참여예산제란 “자치단체가 행사해 왔던 예산편성권을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에게로 분권화하는 것으로 예산편성과정에 해당 주민들이 직접 참여 자신들의 선호와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참여와 자기결정이라는 지방자치의 이념을 구현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1989년에 브라질의 포르투 알레그레시에서 처음 시작된 제도로 현재 우루과이(몬테비데오), 베네수엘라(카라카스), 스페인(바르셀로나), 호주, 영국, 캐나다(토론토), 프랑스(쌍뜨데니스), 벨기에(브뤼셀) 등에서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다. 이중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시는 1996년 UN에 의해 세계 40대 도시혁신 사례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광주 북구가 2003년도에 최초로 도입하였고 그 뒤를 이어 울산 동구, 대전 대덕구, 서산시 등 일부 자치단체에서 조례를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또한 대전광역시, 대전 유성구 등을 비롯한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조례로 제정하여 운영되지는 않지만 홈페이지를 통하여 예산편성과정에 주민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혁신 평가시 가산점을 받기 위해 형식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측면이 강해 아직까지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견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도가 도입되어야 하는 이유는 첫째, 참된 지방자치이념 구현이다. 그동안 지방정부관료의 예산편성권의 독점은 지방자치이념인 주권재민의 역할을 무색케 하였으며, 다양한 주민의사에 부합하는 창의적인 지방정부운영이라는 희망을 상실케 했다.
따라서 이제도의 도입은 예산편성과정에 주민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지방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함으로서 지방자치이념인 주권재민의 원리를 실천할 수 있다.
둘째, 재정민주주의의 구현이다. 즉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예산편성과정에 사전적이고 적극적인 주민의 참여 및 통제를 통해서 주민의사를 반영시키고, 잘못된 운영에 대하여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재정주권을 실현하는 강력한 주민참여제도다.
셋째, 관료실패의 보완이다. 자치단체장의 선심성 예산이나 일부사회단체의 압력과 로비에 의한 예산편성으로 사업의 우선순위가 뒤바뀌거나 계획과 예산이 괴리되는 등의 예산낭비와 지방재정의 비효율성이 증대되고 있다. 이렇듯 폐쇄적인 예산편성방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관료실패를 보완할 수 있는 참여방식이다.
그러나 이런 필요성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일부자치단체에서는 지방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도입이 무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지방의회의 이런 행태는 무지에서 온 결과라 생각된다. 엄연히 관계법령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편성권은 자치단체장에 있고, 예산심의권은 지방의회에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주민참여예산제도가 도입된다고 하여 지방의원들의 예산심의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의원들의 전문성 부족에 의한 권위주의적인 심의행태와 지역이기주의적인 심의행태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폐해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정장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주민참여예산제는 행정혁신의 궁극적 목적인 주민사랑운동이다. 사랑스런 주민에게 감출 것이 뭐 있겠는가? 가슴을 열고 사랑하는 주민의 속삭임을 들을 때 서로에 대한 믿음과 만족은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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