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래호 TJB 편성제작국장 |
14년 동안 이어왔던 축제마당을 왜 닫았는지, 또한 어떤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는지 자세히는 모르겠다. 듣기로는 페스티벌 주제가 건강인데 문화예술제인지 주민화합잔치인지 그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한다. 사실 ‘유성온천제’에서 ‘온천과학문화제’로 최근에는 ‘건강페스티벌’로 변경했듯이 성격이 애매했다.
이미 유성은 한해 600만명 이상이 찾는 국제적인 휴양도시다. ‘서천 전어축제’나 ‘안면도 대하축제’처럼 반짝 경기를 기대하는 것은 우습고 주민잔치로 열자니 명분이 약하고 유성구의 고민도 이해가 간다. 여하튼 개인적으로 건강페스티벌의 잠정 폐지를 환영하며 새로운 축제를 기획한다니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신선한 ‘축제’가 마련되길 바란다.
아무래도 축제하면 가을이 제격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곡식도 풍성하고 기후도 그만이다. 지역축제도 가을에 몰려 있다. 충청권에서는 한밭문화제를 필두로 금산 인삼축제, 청양 구기자고추축제, 충주 세계무술제, 음성 고추축제 등 다양한 행사가 벌어진다.
자치단체별로 너무 많아 정확한 통계치는 없지만 1년에 700여개의 축제가 벌어진다고 한다. 대부분 인물이나 특산물을 주제로 하는데 1995년 민선자치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경쟁적으로 늘어났다.
이들 축제는 지역경제를 살리고 주민화합을 꾀한다는 명분 하에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치단체가 주관, 전시성 일과성 행사라는 비난을 받자 위원회를 구성하거나 특정 단체에 위임해 치르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유성구 같이 ‘자기반성’이나 ‘고민’을 하는지 의문이다. 축제하면 주민노래자랑과 아가씨 선발대회가 단골 메뉴다. 여기에 부스를 산 잡상인과 음식점들이 판을 벌이면 축제는 모양새를 갖춘다. 개막식에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이 등장하고 몇몇 인사들의 축사가 끝나면 막이 오른다.
3일 남짓 먹고 마시고 흥청망청 날을 지샌다. 오죽 축제가 난립하고 부실하면 문화관광부가 2000년부터 ‘축제 평가제’를 도입하고 우수 축제를 선정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겠는가?
축제 자체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고단한 삶을 축제 핑계대고 쉬고, 조금 흐트러진다 해도 큰 흉이 되겠는가? 문제는 축제의 생산성이다. 주제로 내세운 특정 인물의 현대적 의미를 다각도로 해석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내용이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그저 주민들의 한풀이 장으로 단순한 유희의 마당으로 전락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더욱이 선심성 행사로 예산을 낭비하고 사행성을 조장한다면 더 큰 문제다. 며칠 동안의 축제가 무질서와 바가지 상술이 판을 친다면 관광객은 다시 찾지 않을 것이다.
내 고향은 충북 영동이다. 해마다 ‘난계국악축제’가 열린다. 우리나라 3대 악성 중의 한분인 박연(1378~1456)선생을 기리며 국악 부흥을 도모하는 축제로, 우수축제 지정도 받았다. 내용도 국악기 배우기, 전통체험 등 알차기 때문에 가족단위의 참가자가 많다.
특히 축제 즈음에 고향을 찾는 출향인들이 늘고 있다. 구름도 쉬어 간다는 추풍령 산자락의 작은 소읍이 그렇게 살아 숨쉬게 된 것도 축제 덕이다.
이 축제의 주제는 ‘국악과 포도가 만나는 국악축제’인데 특산물과 연계해 관광코스도 개발했다. 고향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난계국악축제가 그리워진다. 축제는 팍팍한 삶에 한줄기 희망이기 때문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