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농장에서 얻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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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농장에서 얻은 것들

-가기천이 띄우는 아버지의 편지-

  • 승인 2006-09-29 00:00
  • 충남도의회 총무담당관충남도의회 총무담당관
지난주 벌초 하러 고향에 다녀왔다. 올해 처음 주말농장을 하며 시늉농사라도 지어 보아서인지, 황금들녘을 지나며 본 느낌이 여느 해와는 전혀 다르게 마음에 다가왔다.

그전에는 “풍요와 결실의 계절”이라거나 “땀 흘려 일한 보람”이라는 말을 무심코 하면서 그것을 이루기까지 쏟은 땀과 정성과 자연의 이치까지를 깊이 생각하지 못했음이 솔직한 고백이다.

그리고 그 말들이 담고 있는 과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어설픈 짐작에 의존해서 생각하고 말한 것에 대하여 속으로 멋쩍어 해보기도 했다.

지난 봄, 뜻을 함께 한 직장 동료들 몇이서 땅을 빌리고 ‘토요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흙을 일군지 몇 달, 벌써 가을이 되고 이제 ‘거둠’도 거의 끝나가고 있다.

상추,오이,가지,고추,감자,고구마,옥수수,호박… 꼽아보니 무려 열네 가지나 되는 작물들이 한 치의 땅도 놀리지 않으려는 초보 농군의 욕심 덕에 날개를 제대로 펴보지 못한 채 어깨를 부비며 그런 대로 잘 자라 주었다.

농약 한번 치지 않았어도 통통하게 살이 오른 빨간 고추, 넉넉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달덩이 같은 누런 호박, 선홍색 빛깔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 고구마를 캐는 흐뭇함을 무엇과 바꿀 수 있을까 한다.

어느 날은 먼동이 트는 새벽부터 이슬 밭을 헤치기도 했고, 땅거미 내려앉는 저녁까지 작물을 어루만지며 일하면서 얻은 것이 참으로 많다.

처음 내손으로 채소를 가꾸어 가족들 먹고 이웃에도 한 움큼 나눠주는 기쁨과, 서툰 일손이지만 가족들이 함께 땀 흘려 일하는 가운데 정을 두터이 하는 덤도 얻었다.

동료 간 우의를 두텁게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농사 외에도 함께 어울려 지리산 노고단에 오르고 서울 청계천 야경을 감상하며 충주호반을 가르는 뱃머리에서 정겨움을 더하니 그 즐거움을 어디에 비기랴.

10월에는 산을 찾아 고운 단풍빛깔에 물들어 보자는 약속이 기다려진다. 추석에 와서 네게 주려고 갈무리 해둔 밤고구마 맛을 보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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