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돈 경제부장 |
때문에 1천만명이 넘는 국민이 해마다 고생길의 후유증을 호소하면서도 또다시 고향 가는 ‘민족 대이동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다.
더욱이 올 추석은 징검다리 연휴로 대다수 업체들이 최소 4일에서 최대 9일동안 휴무를 실시한다고 한다. 우리 지역내 적지 않은 업체들도 내일부터 휴무에 들어간다는 소식이다. 모두들 고향 가는 발걸음이 가볍고 설레리라 짐작된다.
하지만 명절을 맞는 서민들의 마음은 결코 편치만 않은게 오늘 우리의 현실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얄팍해진 주머니로 어떻게 명절을 보낼까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5일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남녀 1천5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추석 설문조사 내용은 이를 잘 반증해준다. 조사에 응한 성인중 44%가 ‘추석이 다가 오는 것이 즐겁지 않다’는데 주저 없이 답했으며, 그 이유로 경제적 부담을 무려 46%나 꼽았다.
이와 함께 명절 경기 불황의 볼멘소리도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반짝특수를 기대해 영업시간까지 늘렸던 시내 유통업계는 매출이 신통치 않다고 한다. 상인들은 제자리걸음 매상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중산층 소비의 바로미터인 백화점 매출은 물론이고, 서민들이 주로 찾는 재래시장 역시 추석 특수의 즐거움을 만끽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물경기에 민감한 카드업계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명절을 앞두고 우선 쓰고 보자는 식의 예전과 같은 구매행태는 이젠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몇 년째 계속되는 불황의 직격탄이 소비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만든 결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즐겁고 여유로워야할 추석이 오히려 씁쓸하고 부담스럽기까지 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 삶에 부침(浮沈)이 있듯이 사회도 언제나 좋을 수만은 없는 법이다. 오늘날과 비교도 안 될 만큼 어려웠던 예전에도 추석은 언제나 넉넉했다. 오죽했으면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기원하며 서로 덕담을 나누었겠는가.
우리는 추석이 단지 조상님만을 기리는 명절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바쁜 도회지 생활에서 다만 며칠만이라도 고향에 돌아가 부모님 그리고 형제들과 마주 앉아 서로의 삶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가족애가 어찌보면 더 큰 의의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추석을 통해 가족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에서 지친 삶의 위안을 얻는다. 특히나 요즘처럼 힘들 때일수록 가족의 사랑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큰 힘이 아닐 수 없다.
가난에 찌들어 송편조차 빚지 못할 딱한 처지여서 거문고로 떡방아 소리를 대신했다는 백결선생의 한 서린 방아타령마저도 한가위의 풍요로움은 감싸 안았다. 자연의 그 넉넉함 속에 추석은 조상의 묘소를 찾아 그들의 은덕을 기림은 물론 가족간의 정(情)을 다시 느껴보는 그런 날이 되었으면 한다.
이제 곧 집집마다 솔향기 나는 송편들이 차례상에 오르고 서로 삶의 궤적을 확인하는 대화의 장이 펼쳐질 것이다. 모처럼 찾는 고향의 품에서 그동안 쌓인 일상의 피로를 녹여버리자. 고향의 품은 늘 공평하고 넉넉했다. 한가위 추석은 그래서 우리에게 더욱 소중하고 기다려지는 명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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