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
정말 한미동맹은 심각하게 균열되고 있으며, 절대 변해서는 안 될 지선지고한 국제관계인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이 배태되었던 초기 조건을 살펴보고, 이러한 조건이 지금의 현실에도 타당한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의 기본적 제도장치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3년 10월에 체결되었고 1954년 11월에 발효되었다.
당시에는 냉전 논리가 국제관계를 지배하는 규범이었고, 한국은 경제적 군사력으로 철저하게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였으며, 남북 군사력의 심각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미군이 우리 안보의 상당한 부분을 담당할 것을 전제로 하여 체결되어진 것이다. 이러한 조건이 지금도 타당한가?
첫째, 소련의 몰락과 함께 냉전체제는 무너지고 21세기 국제관계의 기본 패러다임은 화해와 협력을 새로운 규범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냉전체제를 전제로 하여 성립된 한미동맹은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기에 역부족이다. 냉전시대의 북한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하는 반국가단체였지만 지금의 북한은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이기도 한 양면적 성격을 갖고 있는 대상이다.
둘째,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에 우리의 경제력은 보잘 것 없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세계에서 12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국가가 되었다. 이제는 미국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원조를 받는 국가가 아니라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보듯이 이제는 서로의 필요성에 의해 협력하는 동반자 관계로 변화하였다.
셋째, 한국전쟁 이후에 1970년대까지도 남한은 북한에 비해 군사력에서 열세에 있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남한은 북한에 비해 평균 3배 이상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으며, 이제는 북한에 비해 뒤지지 않는 군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조차도 “솔직히 북한이 한국의 당면한 군사적 위협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실토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상황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한미동맹의 성격을 변화시킬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수직적이고 비대칭적인 관계에서 수평적이고 대칭적인 관계로 새롭게 정립되어야 하며, 이러한 조정과정에서 약간의 파열음은 성장을 위한 진통에 불과하다.
미군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내 준 성스러운 군대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전직 국방장관, 우리에게는 미국과 한국이라는 두개의 조국이 있다는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전시작통권 반대를 위한 미국 구걸방문을 스스로 조공외교라 강변하는 국회부의장의 서글픈 사대주의가 보수라는 이름으로 정당화 되어서는 우리나라에 희망은 없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국력과 위상은 50여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으며, 미국의 세계전략도 달라졌다. 과거의 냉전시대를 전제로 구상되었던 한미동맹도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재정립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정과정에서 약간의 불협화음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껍질을 깨는 고통이 없이 새가 하늘 높이 날아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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