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겸 건양대 석좌교수 |
건국 이래 침략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최초였다. 주저하던 사자를 건드렸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케 만들었다. 아메리카대륙이 아니었다. 멀리 떨어진 섬이었다. 그런데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항복을 받아냈다.
2001년 9월 11일. 공교롭게도 경찰신고전화 911 기념일이었다. 본토가 유린되었다. 국가의 발상지 동부였다. 뉴욕,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현관. 자유의 여신상이 맞이하는 항구. 세계경제의 수도, 무역센터가 무너져 내렸다. 워싱턴, 국제정치의 중추. 지구상 오직 하나의 초강대국 수도. 세계경찰의 지휘소 펜타곤도 무너져 내렸다. 누구도 넘보지 않았다. 넘볼 수도 없었다. 견고했다. 안전했다.
그만 뚫리고 말았다. 강도에게 안방을 털린 꼴이었다. 그날 이후 엉클 샘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산다. 울타리 없이도 살던 그들이었다. 담장을 새로 만드느라 법석이다. 경비업체가 호황이다. 너도나도 안전서비스에 가입한다. 경찰관의 몸값도 폭등했다. 테러전문가가 기업중역으로 스카우트되고 있다.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 굴욕감 또한 깊게 응어리졌다. 자유롭게 여행하고 살게 했더니 테러를 저질러? 배신감을 곱씹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 이렇게 해서 시작되었다. 종점이 없는 길에 들어섰다. 가다가 쉬기도 쉽지 않다. 그만두기는 더욱 어렵다. 테러와 전쟁은 다르다. 전쟁은 누가 적이냐가 분명하다. 전쟁터도 한정되어 있다.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끝이 있다. 테러의 주체는 보이지 않는다. 이념과 신념을 적으로 하는 싸움이다. 조직의 구성과 규모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테러조직의 전형은 있다. 리더와 자금, 조직, 훈련, 정보, 작전 부서로 사령부가 꾸려진다. 세계 도처에 조직원을 깔아 놓는다. 이들 물고기에게는 물이 있다. 숨을 곳을 제공한다. 쓸 돈을 지원한다. 모두 비밀리에 이루어진다. 비호한다. 조직원 충원은 문제거리도 아니다.
목숨 내던지는 자살폭탄 지원자만으로도 넘쳐난다. 골라서 쓰면 된다. 자금도 마찬가지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부금만으로도 족하다. 무슬림에게는 자선이 의무다. 선행의 수단이다. 수입의 일정 부분은 기부해야 한다. 일상적인 희사다. 금은이나 상품은 2.5%를 낸다. 농산물은 10%다.
종교단체와 자선단체는 테러조직의 거위다. 황금알을 낳는다. 매력적이기도 하다. 정부의 관여와 규제가 미치지 않는다. 실제로 국제이슬람기구는 알 카에다의 자금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구의 돈이 9?1테러의 비용으로 쓰였다.
테러의 괴멸은 세 요소를 차단해야 한다. 돈줄을 죄면서 지원자를 격리시키고 거점을 파괴해야 한다. 동시에 압박해 들어가야 한다. 성공하면 없어질까? 아니다. 반짝 효과뿐이다. 대증요법이기 때문이다. 바탕에 있는 가난의 추방이 관건이다. 문명과 종교의 충돌이라는 설명은 겉만 본 판단이다. 기독교의 팽창과 부의 향유에 대한 이슬람의 실패와 빈곤의 악순환이 테러의 뿌리다.
올 들어 나타난 특이한 현상. 무슬림 테러리스트는 이제까지 중동출신의 중동지역 거주자였다. 영국과 벨기에에서 홈메이드가 출현했다. 국내에서 자생(Home-made)한 테러리스트다. 영국으로 이민온 무슬림의 후예로서 이민3세이다. 일자리가 없었다. 궁핍했다. 좌절과 절망의 사생아 테러. 탱크와 폭격기로 분쇄되지 않는다. 정보력과 경찰력으로 풀어야 한다. 가난추방으로 근치해야 한다.
부시에게 한 마디. 장자(莊子)의 악출허(樂出虛) 세 글자를 전고자 한다. 음악소리는 속이 비어야 난다고. 욕심 없어야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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