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비사]75.性매매문화와 예술작품

넘치는 性 부족한 지식
건전 성문화 정착 시급



특별법 제정 2년 단속 피해 신종매춘 기승
잘못된 성문화 노출… 여고생 10% 성경험

근엄한 밀실 성교육서 탈피 예방의식 병행
외설시비 앞서 영상물.작품 순화작업 필요






‘성매매특별법’을 개정한지 2년이 지났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표면상 줄어든듯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근절은커녕 보다 교묘한 수법을 통해 변태영업을 하고 있다는 여론이다.

‘섹스’란 무엇이며 그것을 단속하는 근거와 방법에 대해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보기에 따라 ‘섹스’란 시민 개개인의 몫이며 자유재량에 속하는 일이지만 이를 놓고 줄곧 시끄러움을 떠는 이유는 무엇인가?




섹스란 운용(누리는) 여하에 따라 궤(軌)를 벗어나면 지탄을 받기 마련이고 인격(인권)에 흠집을 가져온다는 걸 모른 사람은 없다. 특정 종교의 지도자나 승려를 제외하고 누구나 성생활을 영위하지만 어느 경우는 정숙한 모습으로 또 누구는 문란(紊亂)한 잡배쯤으로 비쳐지는 건 운용여하에 따라 평가받는 일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통속논리지만….

성매매에 대해 혹자는 자학적인 표정으로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로 오죽하면 그러겠는가?’라고 고개를 내젓는 이가 있지만 이것은 동정론이 아니며 분별하는 자세 또한 아니다. 인격과 체면, 양식 그 모든 것을 내던지며 이에 매달린다면 그 용기로 무슨(딴)일은 못하겠느냐는 반문 앞에 이를 수밖에 없다. 새로 개정된 ‘성매매특별법’ 시행령은 피해 여성보호에 무게를 두고 업주의 성매매 강요행위 등에 대해서는 처벌조항을 크게 강화해 놓고 있다.

이 법을 위반하면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 이를 알선하거나 광고로 벌어들인 재산은 전액 몰수한다는 것이다. 또 성매매 업소를 소개하는 광고(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물의 제작, 공급, 게재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충남경찰청이 지난해 단속건수는 1490건으로 특별법제정 이전 527건에 비해 3배 가까운 실적을 올렸고 올해 8월 단속 건수는 948건, 이중 51명을 구속, 897명은 불구속 입건, 작년실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함에도 성매매와 알선방법이 지능적으로 변하면서 구역과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고는 분석이었다.

전에는 골목에서 단순 호객(유인)을 하거나 ‘안마시술소’에서 이뤄지던 것이 이제는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연계와 ‘노래방’, ‘이용원’, ‘휴게텔’, ‘전화방’, ‘대딸방’ 등으로 번져 구역과 환경 이 변해가고 있다. 대전의 ‘적선지대’하면 일제 때는 인동의 ‘유곽’, 6 . 25사변 때는 대전 역전 중동일대가 이름난 곳이었고 회덕의 미군부대, 장동은 ‘GI문화’가 몰고 온 부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구역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고 요즘은 유천동의 ‘텍사스촌’이 성업 중이고 둔산 일대 노래방에서 변태영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홍등가(紅燈街)는 한국뿐 아니라 잘사는 선진국과 못사는 후진국에도 있기 마련으로 이는 ‘섹스관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곳들이다. 도쿄의 ‘아사쿠사’, 프랑스 파리의 뒷골목, 독일의 베를린, 런던의 후진 골목, 모나코 도심, 홍콩, 방콕, 상하이, 마닐라, 보수성향이 강한 인도 캘커타 등 어디엘 가도 그것은 있다.

여담 같지만, 섹스란 태초엔 노출 상태였다는 것이며 ‘아담과 해와’ 시대는 물론이고 유인원(네발) 이후 직립인간(直立人間)시대까지도 그냥 드러내고 생활했을 것이 분명하다. 인간이 앞(음부)을 가리고 생활하기 시작한 것은 구석기시대 이후로 추정하는 경향이 있지만 어떻든 섹스란 개인으로부터 상호공유(결혼, 연애)내지는 접대(?)용, 전리품으로 이용되어온 역사성을 지녔음을 알 수 있다.

성의 운영은 환경과 제도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면서 노출에서 가리기(秘匿)로, 현대에 와선 개방과 상품화하는 쪽으로 변천을 거듭해왔다. 삼국시대와 고려 때는 성이 문란했고 조선조에선 성을 지키는 쪽으로 강요받아 수절(守節)을 한자는 ‘정려문’을 세워 기리기도 했고 ‘망부석’까지 세웠다. 반면 ‘에스키모’촌에선 손님이 올 때 안방과 아내를 내주면서 성 접대하는 풍습도 있어왔다. 조선조의 성윤리란 비익하는 것(숨기는 모습)을 미덕으로 삼아 ‘영혼결혼식’을 올리는 일까지 있었다.

그것은 ‘순결지상주의’를 말하는 것으로 혼전에 순결을 잃었다하면 이혼사유가 되는 시대도 있어왔다. 요즘은 어떠한가? 어느 조사에 따르면 여고생 상당수가 성교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준일도 있지만 이젠 성전환도 가능하며 ‘여성호주제’, ‘여남동등(재산권)’의 풍조 앞에 가속화로 섹스는 양성(陽性)가도를 달리는 세상으로 변해있다.

한마디로 그것은 섹스의 자유와 이혼의 자유(Free Sex, Free divorce)라는 지경에 이르러 섹스의 개방, 섹스의 상품화로 일부 남성들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혁명이며 노도(怒濤)인 동시에 자의식(自意識)의 분열이라 할 수 있다. 60년대 중반, 필자는 성교육현장을 찾아가 취재를 한 일이 있다. 성, 규제가 심했던 그 시절 성교육 실태를 캐겠다고 금남의 집(?), 대전여고를 노크했다. 그 당시의 성교육현장은 생각만 해도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때는 성교육을 ‘순결교육’이라 해서 어렵게 또는 수줍게 시행하고 있었다. 문교부가 내건 교육방침이란 ‘중앙교육연구소’가 작성한 내용을 조심스럽게 일선 여자고등학교에 시달한 것이다.

일선 학교에선 그것을 터놓고 떠들지도 못하고 ‘쉬. 쉬!’하며 무슨 기밀문서라도 되듯 ‘캐비닛(Cabinet)’ 속에 보존했다가 배당시간에 여자주임 선생이 특강을 하는 정도였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멘스(menses)’라는 용어도 없고 ‘초경(初經)’이니 ‘파과(破瓜)’, ‘몽정(夢精)’ 따위 용어를 조심스럽게 나열하고 있었다. 여자 주임교사는 문교부의 이 지침서를 얼굴을 붉히며 내보였다. 초경(월경)이라는 말이 쑥스러워 밀실에서 강의하던 성교육…. 60년대의 성교육은 그러했다.

성매매에 대해 법 규정을 강화하면서도까지 단속하고 있지만 그것이 단속만으로 치유되리라고 믿을 사람음 없을 것이다. 섹스문제를 조율하려면 학교 교육, 사회차원의 정화, 거기에 가정교육이 우선해야 하고 그 다음은 영상매체와 예술작품을 통한 순화방법 같은 걸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영상물(특히, 포르노)과 ‘에로페퍼’ 등의 범람 때문에 오도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같은 ‘나부(裸婦)’를 그리는 경우라도 말초신경과 본능 쪽에 무게를 두면 ‘퇴폐’와 ‘외설’ 쪽에 흐르기 마련이다.

반면 ‘루브르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조각(남자상)의 남근은 천박해 보이질 않고 떼 지어 성교(Group sex)하는 인도의 ‘카즈라호’의 조각 작품 앞에 필자는 감탄한 일이 있다. 성교하는 조각상이 그토록 당당해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한마디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것은 예술혼 탓이라 할 수 있다.

섹스란 본능적인 것이라지만 접하고 다루는 자세, 그리고 소화하는 능력에서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창녀가 끓여주는 우유죽을 받아먹고 기력을 회복했다는 ‘석가’와 요석공주의 유혹을 초극한 ‘원효대사’의 일화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가까운 예로 ‘이퇴계’의 섹스행각이나 그의 음담패설은 유명하지만 그렇다고 퇴계가 속된 인물로 보이지 않는 건 왜인가? ‘청산리벽계수’의 시조로 유명한 ‘서화담’과 기녀 ‘황진이’의 일화도 품위 있게 받아들여지는 까닭 역시 같은 이치라 할 수 있다. ‘인간실격’이라는 소설을 탈고하자마자 사랑하지도 않는 창녀와 동반자살을 한 일본의 귀재 ‘다사이오사무(太宰治)’와 좀 결벽증이 있었다는 ‘앙드레지드’가 천박해 보이지 않는 것도 역시 예술성 때문일 것이다.

예술작품을 놓고 가끔 외설시비가 뒤따르기 마련인데 그것은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묘사하는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 치졸한 구도에 야한 색채로 일관할 때 일어난다.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시끄러웠던 사건은 D. H. 로렌스의 소설 ‘차타레부인의 사랑’으로 책이 나오자마자 전 유럽을 뒤흔들더니 아시아에선 일본이 맨 먼저 홍역을 치렀다. 그것도 원문을 좁혀(일부 삭제) 번역했음에도 외설문서로 찍혀 압수를 당해 판금은 물론 갑론을박(甲論乙駁) 논쟁 끝에 최고심(대법원)에서 벌금형을 때렸다.

소설 내용은 이러했다. 남편은 사회적 명사로 생활수준 또한 부족할 게 없으나 안타깝게도 남편은 성불구자이다. 여기서 차타레 부인은 건강한 산지기와 성교를 마구간에서 이뤄지는 성교장면을 부족 없이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은 줄곧 외설시비에 휘말렸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섹스의 성서(聖書)라고까지 추켜세웠다.

7년간의 재판 끝에 역자에겐 15만엔, 출판사엔 25만엔의 벌금을 때렸다. 우리 문단에서도 외설시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60년대 한국기자협회 사무국장 ‘박승훈’이 검찰에 불려 다녔는데 ‘氷點下의 개새끼들’과 ‘永年의 구멍과 뱀의 對話’가 문제를 일으켰다. ‘논픽션’이지만 내용에 있어 표현이 거친 표현과 원색용어 투성이라 해서 문제를 삼았지만 검찰 측 심문에 저자는 이렇게 답했다.

“내가 조작한 어휘는 하나도 없고 표현은 모두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낱말들이요!”라고…. 이 말은 두고두고 언론뿐 아니라 독서계에 화제를 뿌렸다. 필자와는 60년대 세종로 ‘월계다방’에서 자주 만난 인물로 그때 ‘월계파’ 문인은 남정현, 최인훈, 채우, 한승헌, 서기원 등이 나왔다. 원두막처럼 엉성한 다방이었지만 그들은 수시로 드나들며 암울했던 그 시절 고독을 달래고 있었다.

외설작품이란 섹스묘사와 욕설, 원색적 용어 ‘ㅆ, ㅈ’자가 들어갈 때 시비가 붙기 마련인데 그 선구자는 ‘김동인’이 아닐까싶다. 친일작가로, 또는 본격소설(사실적)의 개척자로 유명한 그는 ‘金姸實傳 ’이라는 소설에서 정면으로 섹스용어를 들고 나왔다. 잠자리에서 “금동아 무엇을 줄까?”하는 여인의 물음에 “○지를!” 이렇게 묘사했다.

여자의 그곳을 음부라거나 ‘부끄러운 곳’, ‘사타구니’, 낭만적인 표현으로는 ‘석류’ 등으로 지칭해오던 시대에 그것은 혁명(?)적인 칭호였다. 김동인은 또, 문단사상 맨 먼저 ‘그녀’라는 말을 쓴 소설가로도 유명하지만 그 후 ‘젊은 그들’이라는 소설이 나왔다.

요즘 그녀라는 지칭은 일반화되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일본어 영향임이 확실하다. 그는 이광수, 최남선, 홍명희 등 유학 1기생에 이어 도쿄에서 공부를 했다. 처음은 문과 아닌 ‘가와바타(川端)’ 미술학교를 다녔다.

지금도 일본에선 상대방여자를 ‘가노죠(被女)’라 부르지만 김동인은 이를 직역해서 작품에 대입했다. 소설 ‘김연실전’은 도쿄유학생 제1호인 모 여류를 모델로 삼은 것으로 그녀는 개화에 몸을 던졌고 연애에 솔선했다는 신문화의 ‘선구’요, 다른 의미에선 희생자라 할 수 있다.

어떻든 섹스란 지존(至尊)한 것이 아니며 그렇다고 타기할 대상도 아니라는 말처럼, 그것은 가장 역동적이며 본능적인 것으로 또 그것은 매우 인간적인 것이라는데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성매매특별법 시행 2년을 맞지만 대전 대표적 집창촌인 유천동 '텍사스촌' 업소들은 단속이 뜸한 저녁과 새벽 시간을 활용해 호객행위를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