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로봇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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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로봇이 아니다

<수요광장>

  • 승인 2006-09-27 00:00
  • 류인석 국제펜클럽 한국본부회원류인석 국제펜클럽 한국본부회원
어이가 없을 땐 누구나 말문이 막히게 마련이다. 그래서인가 요즘 말문을 닫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며 눈치만 살피기 예사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 라”는 추석을 앞둔 훈훈한 민심이 아니다.

못들은 척, 못 본 척, 차라리 죽은 척 살아가는 게 뱃속 편하다는 체념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의사화(擬死化)현상이라고도 한다. 세상사 얼마나 속상한 일들이 많으면 민심들이 죽은 척, 말문까지 닫아갈까.

그런데도 통치권, 정치권 사람들은 아랑곳없다. 경중완급 순위가 뒤섞인 국정현안들이 쉴 날 없이 불거지면서 여 야 정치권, 통치권에서는 식상하는 논쟁갈등만 양산하고 있다. 반민주적 감정을 부추기는 좌경단체들의 주술적 논리가 쉴 날 없이 쏟아내는 갈등으로 이어져 사회혼란과 국민 고통, 좌절감을 키우고, 급기야는 불안감마저 형성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민초들은 이제 지쳤다. 될 대로 돼보라는 억하심정은 말문마저 닫아가고 있는 것 아닌가. 통치나 정치가 민심을 무시할 때 민초들은 실망하고, 좌절하고, 분개하게 마련이다.

민심이 거칠어질 때 사회정서는 불안해지고, 질서는 무너지게 된다. 그래서 다스리는 자들은 민심을 의식하고 신중해야 한다. 말 한마디도 민초들에겐 법이 되고 칼이 될 수도 있으며, 선이 되고 악이 될 수도 있다.

사랑이 변하면 증오가 되듯, 희망이 변하면 절망이 된다. 오죽하면 죽은 척 하고 사는 게 속편하다는 자조적 민심이 형성되고 있을까. 조직화 돼가는 좌경현상, 혈세 탕진하는 권력자들의 부도덕성, 급속하게 무너지는 가치관, 역사관, 국가관, 이제는 한탕을 노리는 노골적인 도박천국의 퇴폐, 향락 부조리까지 권력측근들의 소행으로 확산되고 있으니 비싼 세금내기에 등살 휘어온 선량한 민심들은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다.

피해복구는 고사하고 아직도 여름 홍수 때 떠내려간 가족들의 시신조차도 못 찾아 애태우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참담한 모습을 눈앞에 두고도 북한 돕기가 더 급한 정부정책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뿐인가. 얼마 전 남파간첩을 지휘하는 북한 공산당 간부 죽음에 우리 정부 각료가 애도의 조전까지 보냈다는 보도는 6?5전장에서 산화한 수많은 호국영령들까지도 혼비백산 할 일이다. 정말로 말문이 막힌다. 통치도 정치도 좌경화는 안 된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시대에는 굴종을 강요당했고, 6?5전란 때는 상쟁의 비극 속에 숱한 희생을 치러야 했던 슬픈 역사는 지금도 살아있다. 오늘을 지배하고 있는 정치도 통치도 또 모든 권력도 이젠 민생을 살펴라. 역사를 왜곡하고 여론을 무시하고, 개혁을 빙자한 개악을 반복하면서 민생을 외면해온 독선과 아집은 이제 거두어라.

민심은 사회력(社會力),정치력(政治力)의 원천이다. 고립과 소외를 벗고 인간적인 사회를 만드는 힘이 사회력이고 정치력이다. 민심이 사회력이나 정치력으로 승화되지 못하고 외면당할 때 아예 입을 다물게 마련이다.

좌경세력들이 날뛰고, ‘떼 법’이 판치고, 집단이기주의가 설칠 때 천심 지키며 살아 온 민심들이 의지할 곳은 어디인가. 사회력도, 정치력도 쇠퇴해진 불긋한 이념의 뒷전에서 말문까지 막힌 로봇처럼 세금폭탄만 맞고 있어야 하나. 무거운 침묵은 많은 말보다 무섭다. 민초들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대선, 총선만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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