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세철 한서대 노인복지학과장 |
사실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맞물려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UN이 규정한 노령인구 비율에 진입 속도를 산정해 본 결과를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현재 이미 7%를 넘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있고, OECD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오래 사는 것’이야말로 시대와 고금을 막론하고 인간 본연의 욕망이고 축복의 대상이어야 하지만 , 국가차원에선 정책적으로 관리해야 할 또 하나의 리스크일 뿐이다. 개인적인 모임에서도 요즘의 주된 화제는 ‘노후준비’, ‘은퇴후 인생 계획’들이다. 당장 멀지않은 노후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관심이 피부에 와 닿는 세대여서 일 것이다.
문제는 ‘은퇴후’를 걱정하는 사람은 많아도 준비하는 사람은 적다는 데 있다. 아직도 대부분의 서민들은 노후를 미처 대비할 시간도 없이 과거보다 훨씬 늘어난 노후기간을 보내야 하는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현재의 40~50대가 앞으로 본격적으로 은퇴하게 되면 노후 관련 복지문제는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이는 기대수명이 늘어나 노후가 길어진 탓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IMF 외환위기 이후에 고용불안이 심화된 탓도 크다.
전통사회에서 가장 듬직한 버팀목이었던 가족제도는 이제 더 이상 믿을 만한 의지처가 아니란 인식은 이미 오래 전부터 팽배해 왔지만, 아직도 우리사회에서는 자식이 ‘노후투자 1순위’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부모들은 자식교육만 제대로 하면 노후는 어떻게든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요즘 30, 40대 사이에서는 ‘우리가 부모에게 용돈 드리는 마지막 세대’라는 말이 나온다. 자식에게 노후를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부정하려고 해도 이미 현실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더불어 우리를 둘러싼 금융환경도 지난 10년 사이에 크게 달라져 버렸다. 퇴직금 등의 목돈을 은행에 묻어두고 또박또박 이자를 받을 수 있었던 시절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바야흐로 전 생애에 걸쳐 노후준비를 해야 하는 시대에 우리 모두가 살고 있다. 개인마다 여력과 사고의 차이가 있겠지만,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것은 역시 우리나라 연금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잘 활용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연금체계는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이 주춧돌이 되고 퇴직연금이 허리가 되며 개인연금으로 보완하는 활용하는 선진국형 ‘3층 연금제도’를 모델로 하고 있다. 특히 기본 토대가 되는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꼼꼼히 챙겨보고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현세대를 배려하는 세대 간 연대 또는 부양이란 측면에서 일정기간 후세대가 현세대의 노후자금의 일부를 지원하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내는 보험료에 비하여 받는 연금액이 훨씬 많게끔 되어있다.
앞서 태생적 한계와 구조적 문제들로 인한 기금고갈 우려 등 가다듬고 해결해야할 과제들도 많다.이를 반영한 연금 개혁안들이 계속 논의 중에 있다. 국민 모두가 이해당사자인 연금제도이기에 계속 답보 상태에 있지만, 노후 기본생활을 책임져야할 국민연금이기에 조속한 개혁을 통한 국민의 신뢰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누구에게나 노후의 편안함과 즐거움은 희망이며 바람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오듯 편안하고 행복한 노후도 준비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현실의 어려움 때문에 당장 현재가 아닌 미래(노후)를 걱정하는 것에 때론 머리가 지끈거릴 수도 있겠지만 일찍부터 은퇴 후 30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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