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수도 서울의 버젓한 백화점이 무너져 내리고 한강을 가로지르는 멀쩡해 보이던 다리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아왔던 이들에게는 그 불안감은 결코 정신병적 증세만은 아닐 것이다. 불안은 이처럼 매우 황당해 보이지만 또 구체적 근거를 지니고 있다.
작년 대전에서 원자력안전이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원자력사업자와 일반인들 사이의 불신과 오해의 역사는 오래된 일이고 대전이나 우리나라에 국한되어온 일이 아니다. 원자력은 일반인들이 불안해하는 만큼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 사업자들의 생각이고, 필자 역시 그것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반인의 입장에서, 어느 책에 나오는 ‘개와 행인’의 비유를 인용하고 싶다. 길을 걷다 다른 사람이 줄을 묶지 않고 데리고 나온 개가 가까이 다가와 불안해 한 경험이 몇 번씩은 있을 것이다. 어린이들 같은 경우에는 기겁해 우는 경우조차 있다. 그럴 때 많은 개주인들은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깔깔거리고 웃으며 “괜찮아 안 물어!”라고 말한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개는 물지 않고 되돌아간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어떤 때는 실제로 행인을 무는 일이 생기고, 심지어는 묶여있던 개가 주인의 아들까지 물어 사망케 한 일도 있었다. 그렇다면 행인이 다가오는 개를 보고 갖는 불안은 매우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있기에 무시해서는 안 되며, 편안한 마음으로 산책하던 사람에게 불안감을 조성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개주인에게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함은 당연하다.
원자력안전 역시 같은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무조건 안전하다고만 되풀이할 일도 아니고, 나라를 위해 원자력 기술개발에 헌신해 왔는데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고 서운해 하기만 할 일은 더욱 아니다.
그런데, 원자력사업자와 시민 사이에 이와 같은 불신과 갈등이 있을 때 중앙 정부의 역할이 우선적으로 중요하지만, 사업자가 위치한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본다. 모두 다 소중한 지역사회의 구성원인 시민과 원자력사업자 사이의 대화와 정보공개의 채널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입증할 조치를 직접 취하거나 관련기관에 필요한 대책을 강구토록 촉구하는 일들을 해야 한다.
물론, 원자력안전을 보장하는 일은 일차적으로 원자력사업자와 안전규제 전문 기관의 몫이고, 시는 시민이 부유하고 쾌적하게 살도록 돕는 일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안전도 쾌적하게 사는 데 필요한 한 부분이라면 그 역시 비록 작더라도 정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다. 작년 원자력안전에 관한 여론이 비등하던 때, 대전시는 시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원자력안전 시민협의회를 구성하였고 당장 시민의 안전을 위해 무엇이든 다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적어도 5.31 지방선거 이전까지는 그랬다. 이제 여론도 많이 수그러들었고 선거도 지나갔다. 과연 대전시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시민을 위한 일들을 추진해 나갈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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