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산산’이 불어오기 며칠 전에도 서울대학교는 2008년도 입시안을 발표하면서 이전보다 논술의 비중을 강조하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발표가 나오자마자 전국이 술렁거리며 본고사 부활이라는 비판이 일자 서울대학교는 보도내용의 일부를 부인하였다.
논술이란 무엇인가? 주어진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 표현은 말이 될 수도 있고(구술) 글이 될 수도 있다(논술). 여기서 논리는 근거를 제시하면서 주장을 전개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과 근거의 관계가 논리이다. 논술은 글쓰기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논리성에 맞춰져 있다. 참고로, 서울대학교 입학관리본부에서 제시한 논술평가기준은 이해-분석력(20점), 논증력(30점), 창의력(40점), 표현력(10점)이다.
물론 논리만 가지고 논술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논리는 논술의 형식이다. 논리적 형식에 담길 내용도 중요하므로 비판적 독서를 통해 논술의 주제가 될만한 것들에 관한 배경지식을 쌓아야 할 것이다. 그런 배경지식을 활용하여 주어진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나름대로 제시하려면 창의성과 상상력도 필요하다. 배경지식이 많더라도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대안을 제시한다면 좋은 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논술의 목적은 글 속에서 다양한 사고능력을 평가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고능력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문제해결능력과 의사소통능력과 의사결정능력으로 요약될 수 있다. 개별 교과목의 지식을 암기하고 원리적으로 이해하는 것에서 벗어나서 그 지식을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고, 주변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주체적으로 의사결정하고 문제해결하는 방향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논술열풍의 근원지는 대학입시이다. 논술이 대학입시의 중요변수로 등장했지만 막상 학교교육에서 논술교육이 이루어지지도 않고 사교육에서 대안을 찾다보니 부담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논술이 대학입시의 변수로 등장했지만 우리 교육의 방향에 대한 성찰과 반성의 측면에서 논술문제를 인식해야 한다.
주지하듯이 대학입시에서 논술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우리교육에 대한 성찰이 담겨있다. 그 반성이란 주어진 교과내용을 수동적으로 암기하는 주입식 지식교육을 탈피하고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힘을 길러주고 통합적 사고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현실인식이다.
논술은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독자적인 교과목이 아니다. 논술은 모든 교과목에서 실시해야 하는 하나의 학습방법이자 평가방법이다. 따라서 논술고사를 교과학습과는 다른 어떤 독립된 영역에 대한 평가인 것처럼 취급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대학입학시험에서 논술을 별도로 실시하는 것은 잠정적이고 과도기적인 방안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논술교육이 정상화되려면 모든 교과교육에서 논술식 학습평가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독일의 교육 전문 출판사 테슬로프의 최고경영자 토마스 셍(Thomas Seng) 박사는 논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 못지 않게 독일에서도 논술은 매우 중요하다. 독일의 아비투어(대학입학자격시험)는 4∼6과목의 논술시험을 치르며, 과목당 4시간씩 각각 A4 용지로 4장 이상의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특히 “독일의 교육방식은 한국의 논술교육과는 전혀 다르며, 따로 논술교과가 있거나 별도로 논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수업시간에 논술과 구술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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