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비사]74.지방 特化 시대

[충청비사]74.지방 特化 시대

“뜬구름 공약 좇기 앞서 향토성 개발부터”

  • 승인 2006-09-21 00:00
  • 前 중도일보 주필前 중도일보 주필
단체장 부자마을.동북아거점 육성 등 호언장담
평창 메밀꽃축제.부여 연꽃축제 특화모델 성공
태안 ‘南面誌’ 발간 통한 향토 역사발굴에 갈채







새로 뽑힌 지자체장들은 부임초부터 선거 때 자신들이 내건 공약실천방향과 시, 도민들의 소원 앞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엊그제 대전시에선 시민참여 종합토론회를 갖고 2007년 군수사 납품기업 유치가 시급하다는 여론이 봇물을 이뤘다고 한다.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군수사 이전과 관련 300여 업체를 유치해야 하는데 대전에는 그럴만한 부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 바람에 업체들은 충남과 충북 쪽으로 빠져나간다는 지적과 함께 시민단체에선 문화예술 분야의 지원확대, 지하철역사 정거장 건립의 예산반영, 환경녹지분야의 예산증액 등을 들고 나왔다고 한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이에 대해 완급을 가려 예산편성과 집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 듣는다. 이완구 지사가 이끄는 충남도 역시 기세를 올리기는 마찬가지로 충남을 한민족 정신문화의 ‘허브’로 해외동포에게 고국체험을 시킬 특구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740만 해외동포에게 문을 열어놓고 한글과 한민족의 역사교육을 비롯 끈끈한 동질감을 주입시킬 계획이라 한다. 충남도는 정부에 ‘한민족교육문화특구’를 신청할 계획을 갖고 있어 우리는 이를 예의 지켜볼 생각이다.

지난 선거 때 일부 입후보자들의 공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군수후보가 도지사도 못해낼 공약을 내건 이가 있는가 하면 어느 시.도지사후 보는 정부차원에서도 감당 못할 사업들을 호언장담하는 걸 지켜 본 우리들이었다.



이렇듯 뜬구름 잡는 식의 ‘부자 군을 만들겠다’느니 ‘동북아의 거점도시’, 세계 제일가는 물류센터 건설, 천문학적 수치의 외자유치, 큰 공단 건설 등을 서슴없이 공약하는 걸 우리는 지켜봤다.

어떻든 단체장들은 내걸었던 공약을 차질 없이 이뤄내길 우리들은 바라고 있다. 지방자치 성공사례는 EU와 미국,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스위스’의 지자체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나라엔 중앙은 보이질 않고 지방(칸톤)만이 유독 힘을 발휘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당신네 수도(서울)가 어디냐 물으면 제네바, 루가노, 베론, 취리히, 로잔이라는 식으로 주 정부를 들고 나오는 게 보통이다. 매사를 지방 정부가 수행하기 때문에 중앙개념이 없는 나라라는 인상을 짙게 풍겼다. 이른바 옴니버스(Omnibus)의 나라….

지방자치의 근본정신은 ① 탈중앙 ② 권한과 재정의 균점 ③ 철저한 지역민중심의 행정 ④ 지방(칸톤)에 대해 중앙의 불간섭 ⑤ 혼성민족이면서도 스위스 지상주의(至上主義)로 결속되어 있다. 너무 많이 가진 자도 적고 너무 적게 가진 자도 적은 나라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경제 10대국에 든다지만 빈부(貧富) 격차는 양극을 이루고 국론은 분분한데다 중앙밀집현상은 좀처럼 변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수도권에는 전 인구의 46.3%(2000년 기준)가 운집해 있고 경제지수를 말하는 은행예금과 대출액은 70.2%를 점하고 있는 게 우리의 실정이다. 2000년대초만 해도 국가기관 84%, 30대 재벌의 본사 88%가 서울에 몰려 있다. 그래서 행정도시 충남 유치, 수도권의 과밀, 소산을 시도하고 있지만 정치집단의 이해로 해서 행정수도 충남유치를 놓고 장군 멍군하는 식의 소모전을 벌여왔다.





지방자치에 있어 턱없이 큰 것, 세계 제일, 동북아 거점 같은 걸 내세우는 건 분에 넘치는 구호요, 책동이라 볼 수밖에 없다. 큰 것, 찬연한 것만을 들먹일 게 아니라 작은 것, 향토적인 것부터 챙기고 가꾸는 게 순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선거 때 태산이라도 떠 올 듯 이 또는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그런 모습은 객기요, 속임수에 다름 아니다. 경제시대라 해서 무슨 산업, 공단유치, 부자 시군을 들먹이기에 앞서 손쉬운 것, 고장의 특성 같은 걸 살리는 길이 지방자치 ‘제1장, 제1의 윤리’라는 걸 알아야 한다.

그리고 경제, 산업 이외의 향토문화개발이라든가 지역 특화사업으로 차별화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고 보아 하는 말이다. 예를 든다면 강원도 평창(봉평)의 ‘메밀꽃축제’ 같은 것은 성공한 케이스로 꼽히며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 그곳엔 문인뿐만 아니라 일반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고 했다.

비슷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전북의 어느 고을은 ‘개똥불이’ 마을이 명소로 되어 있다하지 않는가. 옛날엔 농촌 어디엘 가도 한여름 밤이면 반짝반짝 불 밝히며 초원과 논두렁 위로 날아다니는 개똥불이….

전남 어느 고을의 ‘나비축제’와 부여의 ‘연꽃축제’도 그 지역 특화산업의 예라 할 수 있다. 부여 ‘궁남지’를 중심으로 수만 평 터전엔 고귀(?)하게 피어오른 연꽃을 찾아 관광객 행렬은 꼬리에 꼬리를 잇는다.



옛 백제의 수도 그 터전에 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올라 장관을 이루는데 연꽃은 불가(佛家)를 상징하는 것으로 뿌리는 고급 식료로 그 잎은 식용으로 또는 약재로 쓰인다고 했다. 이밖에도 서천의 ‘동백정’과 갯벌 ‘모드’ 같은 건 지역사회가 일궈낸 특화산업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디즈니랜드’와 ‘나이아가라폭포’, ‘알프스’ 같은걸 떠올리기 쉽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관광대국 일본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정한론’자로 유명한 ‘사이고(西鄕隆盛)’가 관군한테 밀려 2~3일간 숨어 지냈다는 굴 앞에서 관광차는 예외 없이 멈춘다. 무구덩이만한 ‘사이고오’ 은신처가 명소라 해서 호들갑을 떠는 일인들….

또 ‘만종’과 ‘씨 뿌리는 사람들’로 유명한 화가 ‘밀레’만 해도 그의 생가를 소개하는 게 아니라 밭 귀퉁이에서 건너편 성당과 밭일하는 농부를 그렸다는 밀밭으로 관광객을 안내한다. 그런 기준이라면 우리나라에도 명소가 많은 만큼 관광객유치는 무한대라 할 수 있다.



지난 70년대까지만 해도 서.태안(瑞山, 泰安)하면 한국의 ‘알래스카’라 불릴 만큼 후진 곳으로 소문나 공직자들이 이곳에 발령을 받으면 한숨을 지었다고 전해온다. 그러나 서?태안은 유배지가 아니라 울고 왔다 울고 나오는 그런 곳으로 주민들이 더 없이 순박하고 인심이 좋아 떠날 때는 울면서 되돌아본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또 조선조시대와 일제 때만 해도 이 고장은 비산비야(非山非野)의 옥토로 해서 먹고사는데 부족함이 없었고 서해를 통해 중국산동반도와 상거래를 해왔으며 팔봉의 ‘구도항’과 서산의 ‘성연포구’는 인천(仁川)과 4척의 연락선이 조석으로 드나들었다. 생활권은 대전 아닌 경인천(서울, 인천)권에 들어 신문화와 정보를 한발 앞서 접하며 살아온 그런 터전이다.

문화유적만 해도 태안 ‘백화산’의 ‘석불’, 운산의 ‘백제의 미소’로 알려진 ‘마애삼존불’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데다 ‘지곡면(地谷面)’의 ‘안견(安堅)’ 미술관과 ‘대산면(大山面)’의 ‘정충신’사당, ‘간월도’엔 사명대사를 모신 암자가 있다. 문인으로선 민태원(청춘예찬, 무쇠탈)이 있고 시인 윤곤강도 이곳 출신이다.

‘안흥’에는 충무공 이순신 수군지휘탑과 천주교 선각자들을 벌겋게 불이 달아오른 가마솥에 지져 살해했다는 ‘행미읍성’ 등이 옛일을 말해준다. 이와 같은 역사의 고장 서산과 태안은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조규선 서산시장과 진태구 태안군수가 크게 획을 그었다고 한다.

이 두 단체장은 동반 재선을 했기 때문에 현안들을 임기 내에 매듭짓겠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는 소식이다. 조규선 시장은 그간 서산 B지구에 철새도래지를 설치, 5만 마리 이상 날아드는 조류들의 겨울먹이를 줄곧 조달해왔다고 한다. 그밖에도 경북상주∼대전∼당진∼서산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연결과 성연의 ‘항공부품생산단지’ 유치, 서산 ‘6쪽마늘’ 브랜드화, ‘생강판매’, ‘서산 쌀’ 판로를 개척하는 등 심혈을 기울여왔다는 여론이다.

모든 지자체장들의 활약상을 거론할 계제가 아니라서 우선 자료를 입수한 서.태안을 중점으로 취급하게 된 점 필자로선 안타까울 따름이다. 진태구 태안군수는 10여개의 관내 해수욕장을 단장, 관광객 유치에 힘써왔고 안면도 ‘꽃박람회’ 개최, 세계 제일가는 ‘백합 메카’ 추진과 ‘대하축제’, ‘백합잔치’, ‘실치축제’, ‘6쪽마늘’판매와 안면도의 ‘송림관리’ ‘국민관광휴양단지’ 건설에 전력투구해 왔다고 했다.

특히 바다의 독살(돌을 A자형으로 쌓아 고기를 잡는 방법)을 부활시켰다는 점은 눈 여겨 볼 대목이다. 썰물, 밀물의 차가 심한 서해에선 옛날부터 독살을 이용, 고기를 잡아왔는데 들물 때 ‘독살’에 들어왔다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한 고기를 잡는 원시적 어로수단이다. 태안군에선 이 독살을 해마다 늘려 관광객을 유치, 누구나 독살에서 고기를 잡으며 역사도 배우는 교육의 장소로 삼고 있다.

지방화시대의 추세에 부응이라도 하듯 우리는 태안군 산하 ‘남면지(南面誌)’ 발간(發刊) 소식에 잔잔한 감동을 느낀 바 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일개 면지 발간이 뭐 그리 대수냐고 시큰둥할지 모르나 향토 ‘뿌리 찾기’, 향토문화개발과 ‘역사정리’라는 점에서 그 노력과 정성에 박수를 보내고자 한다.

한민족 뿌리를 송두리째 흔들어대는 작금의 정황 중국, 일본 앞에 비록 말단 면지라곤 하나 옛 것부터 오늘의 상황을 부문별로 역사정리를 했다는 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군에는 ‘군지(郡誌)’, 도에는 ‘도지(道誌)’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렇듯 중후한 내용의 ‘면지(面誌)’는 흔치 않은 일이다. ‘면지’를 낸 곳이 간혹 있어왔지만 자료를 입수한 ‘남면지’에 한해 거론하게 된 점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남면지’는 부피가 780페이지에 이르며 그 안에는 인문, 지리, 산업, 기후, 인구, 성씨(姓氏), 교육현황, 종교 실태까지 담은 소중한 기록이다.





이 책을 펼쳐보면 근거추적과 과학적인 분석, 간결한 문장 등, 나무랄 데 없는 역사서라는 인상을 짙게 풍긴다. 이 ‘면지’의 취재와 편집은 최재학(국제펜클럽 한국위원, 한국문인협회 회원)씨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정리는 이렇듯 기초로부터 다져 한국사정리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게 순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내는 데엔 조항욱 남면장, 김광모 군의원, 정우영 태안문화원장, 가기순 편찬 위원장이 수년간 이에 매달려 왔다는 후문이다.

큰 가닥을 연구하는 역사편찬위원 만이 소중한 게 아니라 향토사를 정리한 지역인사 역시 우리에겐 더없이 소중한 얼굴들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진태구 군수의 배려로 문인 최재학 씨 부부는 해외여행까지 다녀왔다는 후문도 나돌았다. 어떻든 그 지역에선 길이 남을 업적이며 ‘작지만 큰 사업’이라 하겠다. 이에 ‘가장 향토적인 것은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걸 우리는 되새기게 된다.
▲ 천수만 철새 기행전
▲ 천수만 철새 기행전
▲ 함평 나비축제
▲ 함평 나비축제
▲ 부여 궁남지연꽃축제
▲ 부여 궁남지연꽃축제
▲ 봉평 메밀꽃축제
▲ 봉평 메밀꽃축제
▲ 태안군 남면에서 발간한 '남면지'
▲ 태안군 남면에서 발간한 '남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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