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구 언론인 |
우리나라가 ‘도박 공화국’이 된 것은 바다이야기 그 훨씬 이전부터이다. 게임기계로 하는 바다이야기쯤은 도박도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경마 경륜 경정 각종 복권 카지노 따위가 사람의 사행심을 자극해 왔고 근래 들어서는 카지노바 인터넷 도박사이트 투견 투계가 돈 따먹기에 한 몫씩을 거들고 있다.
이런 사행산업 가운데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강원랜드) 복권은 정부가 공식 인가한 떳떳한 도박행위이고 인터넷 도박사이트 카지노바 투견 투계 따위는 허가받지 못했으나 거의 공인되다시피 돼있는 실정이다. 20종이나 되는 복권, 그 가운데서도 로또복권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다른 어떤 사행행위보다도 그 열기가 뜨거웠다.
한번에 몇 십, 몇 백 억원씩 1등 당첨금이 내걸리는 판이니 누가 거기에 미치지 않겠는가, 2003년 2월의 경우 1억 5000만 장이 팔려 1등 당첨금이 무려 836억원이나 됐다. 이 같은 판매량은 우리나라 성인인구 3500만 명이 한 사람 평균 넉 장 이상씩은 사서 요행을 바라며 가슴 졸였다는 얘기다.
오죽하면 서울에 사는 어떤 50대 아버지와 20대 딸은 딸이 다니던 외국인회사를 그만두면서 받은 퇴직금 5000만원으로 몽땅 로또복권을 샀다가 모두 꽝이 되자 둘이 다 자살하고 말았겠는가. 로똑복권을 팔아 벌어들인 이익금은 행정자치부 노동부 건설교통부 등 정부부처 일곱 군데와 국민은행이 나눠 가진다니 이게 ‘도박공화국’이 아니고 무엇인가.
탄광이 문을 닫아 살기 어렵게 된 강원도 사람들을 도와준다며 6년 전에 정부가 허가해준 강원랜드라는 카지노장은 어떤가. 주민들에게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도박중독자 파산자만 양성하고 있지 않는가.
차에다 돈보따리 싣고 왔다가 차 돈보따리 모두 날리고 고리대금업자에 덜미잡혀 노예신세 노숙자가 되는 사람 자살하는 사람만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강원랜드는 처음 슬럿머싱 480대 테이블 30개로 시작한 것이 얼마나 장사가 잘 됐으면 지금은 도박장을 넓히고 도박시설도 3배나 확장했다 한다.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따위 사행행위에 몰린 돈이 2000년 5조원 대에서 지금은 20조원 대라니 가위 ‘도박공화국’다운 일이다. 이런데도 정부에서는 도박 중독자의 실태나 그들을 위한 치료대책을 방치하고 있으니 딱하다.
이런 공인된 도박행위 말고도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투견 투계 카지노바 인터넷 도박사이트 이런 것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궁금하다. 가끔 심심찮게 언론에 보도되는 화투 트럼프로 하는 이른바 상습도박꾼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것도 요즘은 농촌 산골짜기나 단독주택을 이용하면서 판돈이 몇 백은 예사고 몇 천 심지어는 억대에까지 이른다니 참 놀라울 뿐이다. 게다가 거기서 잡혀 얼굴을 가리고 있는 사람들 태반이 30~50대 가정주부라니 ‘도박공화국’은 진정 위대하다.
어디 그뿐인가. 국민오락이라고 하는 고스톱 화투놀이도 폐단은 크다. 명절 때나 회식 때 가까운 친척 친지들이 모여 친목을 두터이 한다며 시작하는 것이 끝판에 가서는 얼굴을 붉히고 멱살잡이까지 하니 이것도 ‘도박공화국’의 한 단면이다.
더군다나 외국 공항이나 여객선 호텔 같은 데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소리지르며 화투장 때리다 물의를 빚는 사례도 없지 않으니 국위선양이 지나친 것 아닌가 싶다.
바다이야기야 검찰이 수사하고 감사원이 감사하니 머지않아 전모가 드러날 것이지만 이미 벌어져 굳어버린 ‘도박공화국’ 이 판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