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나영 서부초등학교 교사 |
“학교 운동장 한 구석에 15년 이상 된 느티나무가 고사돼 흉물스럽게 운동장 한 구석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볼품 없는 고목을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던 중 옆 마을 학부모님 댁 울타리에 뒤엉켜 자라는 능소화 한 그루를 캐어다 고목이 된 느티나무 둥치 옆에 심었습니다.
그러나 딱딱하고 메마른 운동장의 흙 때문인지 잘 자라지가 않았습니다. 하지만 거름도 주고 물도 주며 정성을 쏟아 보살폈더니 능소화는 기대 이상으로 무럭무럭 잘 자랐습니다.
어느덧 능소화는 생각했던 이상으로 자라 고목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묵화와 같이 멋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산책을 하며 꼭 한번씩 마주하는 친한 사이가 됐구요.
그런데 며칠 후, 능소화가 꽃봉오리를 내밀었습니다. 너무 신기해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지 뭡니까? 야, 능소화가 봉오리를 내밀었네! 갑자기 지른 고함소리에 깜짝 놀란 동네 아주머니가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뿐입니까? 떠나는 나에게 보답이라도 하는 듯 능소화는 나를 또 한번 감동시켰습니다. 퇴임날짜를 3일 앞두고 맑고 화려한 일곱 송이의 예쁜 꽃을 피웠지 뭡니까? 너무너무 반갑고, 고맙고, 대견스럽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정말이지 나는 한없는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 손으로 직접 심고 정성을 다해 가꾼 꽃나무가 꽃을 피웠을 때, 그 꽃을 바라보며 느끼는 보람과 행복감은 자신만이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들은 지금 여러 그루의 귀중한 꽃나무를 기르고 있습니다. 그 꽃나무들이 자기만이 지니고 있는 각자의 특성을 마음껏 발휘해 아름답고 독특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사랑과 정성으로 보살펴 줘야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사랑과 정성을 듬뿍 먹고 튼튼하게 잘 자라서 멋진 꽃을 피워 온 세상을 향기로 물들이고 맑은 빛으로 온 누리를 환하게 비출 때 여러분들은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보람과 행복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누가 선생님들을 비난해도 결코 서운해하지 마십시오, 원망도 하지 마십시오, 절대 좌절하지도 마십시오. 여러분들에게는 여러분들을 믿고 따르는 보배로운 어린 새싹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들에게서 보람과 행복을 찾으십시오. 여러분들은 멋지게 해내실 수 있습니다.”
교장선생님의 말씀에 우린 모두 숙연해 지고 말았다. 학교를 떠나시는 날, 교장선생님의 뒤로 작별을 아쉬워하는 아이들의 함성과 여러 선생님들의 석별의 손짓, 그리고 활짝 핀 일곱 송이 능소화의 축복을 받으시며 교정을 나서는 교장선생님의 모습은 개선장군처럼 당당하고 위대해 보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