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송이 능소화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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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송이 능소화의 축복

<교육단상>

  • 승인 2006-09-20 00:00
  • 김나영 서부초등학교 교사김나영 서부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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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나영 서부초등학교 교사
▲ 김나영 서부초등학교 교사
여 성상을 교직에 몸담고 떠나시는 교장선생님을 위해 동료직원과 제자, 학부모들이 퇴임식을 마련한다는 권유를 극구 사양하고 수덕사의 조그마한 음식점에서 선생님의 내외분과 고락을 같이해온 교직원만이 참석해 조촐한 송별회식을 가졌다. 송별식에서 교장 선생님은 편안하면서도 차분하고 엄숙한 어조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학교 운동장 한 구석에 15년 이상 된 느티나무가 고사돼 흉물스럽게 운동장 한 구석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볼품 없는 고목을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던 중 옆 마을 학부모님 댁 울타리에 뒤엉켜 자라는 능소화 한 그루를 캐어다 고목이 된 느티나무 둥치 옆에 심었습니다.

그러나 딱딱하고 메마른 운동장의 흙 때문인지 잘 자라지가 않았습니다. 하지만 거름도 주고 물도 주며 정성을 쏟아 보살폈더니 능소화는 기대 이상으로 무럭무럭 잘 자랐습니다.

어느덧 능소화는 생각했던 이상으로 자라 고목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묵화와 같이 멋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산책을 하며 꼭 한번씩 마주하는 친한 사이가 됐구요.

그런데 며칠 후, 능소화가 꽃봉오리를 내밀었습니다. 너무 신기해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지 뭡니까? 야, 능소화가 봉오리를 내밀었네! 갑자기 지른 고함소리에 깜짝 놀란 동네 아주머니가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뿐입니까? 떠나는 나에게 보답이라도 하는 듯 능소화는 나를 또 한번 감동시켰습니다. 퇴임날짜를 3일 앞두고 맑고 화려한 일곱 송이의 예쁜 꽃을 피웠지 뭡니까? 너무너무 반갑고, 고맙고, 대견스럽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정말이지 나는 한없는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 손으로 직접 심고 정성을 다해 가꾼 꽃나무가 꽃을 피웠을 때, 그 꽃을 바라보며 느끼는 보람과 행복감은 자신만이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들은 지금 여러 그루의 귀중한 꽃나무를 기르고 있습니다. 그 꽃나무들이 자기만이 지니고 있는 각자의 특성을 마음껏 발휘해 아름답고 독특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사랑과 정성으로 보살펴 줘야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사랑과 정성을 듬뿍 먹고 튼튼하게 잘 자라서 멋진 꽃을 피워 온 세상을 향기로 물들이고 맑은 빛으로 온 누리를 환하게 비출 때 여러분들은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보람과 행복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누가 선생님들을 비난해도 결코 서운해하지 마십시오, 원망도 하지 마십시오, 절대 좌절하지도 마십시오. 여러분들에게는 여러분들을 믿고 따르는 보배로운 어린 새싹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들에게서 보람과 행복을 찾으십시오. 여러분들은 멋지게 해내실 수 있습니다.”

교장선생님의 말씀에 우린 모두 숙연해 지고 말았다. 학교를 떠나시는 날, 교장선생님의 뒤로 작별을 아쉬워하는 아이들의 함성과 여러 선생님들의 석별의 손짓, 그리고 활짝 핀 일곱 송이 능소화의 축복을 받으시며 교정을 나서는 교장선생님의 모습은 개선장군처럼 당당하고 위대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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