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군지정 인성교육시범학교로 지정된 장항중앙초등학교는 학교예절실인 민속놀이방에서 어머니들을 강사로 초빙, 아이들에게 직접 절하는 법을 가르치는 일대일 맞춤형 전통예절교육을 한다 |
지역경로당과 자매결연 노인공경 실천
효편지쓰기로 화목한 가정분위기 조성
서천군 장항읍 신창리 45에 위치한 장항중앙초등학교(교장 최재수). 장항제련소 인근에 세워진 이 학교는 지난 43년 개교해 1만1851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학생수 변화는 장항지역 산업화의 굴곡을 그대로 반영한다. 지난 80년대 중반까지 2000여명 수용규모로 큰 학교였던 모습은 올 현재 유치원 포함 7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2004년 군지정 인성교육시범학교였으며 2005년에는 도지정 발명교육시범학교(2년) 운영에 힘입어 인성예절교육 및 발명교육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학교의 예절교육 프로그램을 조명해 본다.
◆학부모와 함께하는 전통예절교육=지난 7일 이 학교 2층 복도연결공간을 활용해 마련된 학교예절실.‘민속놀이방’으로 이름지어진 이곳에 2학년 4반 28명의 남녀 어린이들이 고운 한복을 입고 강사의 설명에 귀를 쫑긋하고 있다.
전통예절 수업시간이다. 강사는 모두 4명. 그런데 강사가 모두 어머니 학부모들이다. 한 명의 어머니 강사가 먼저 평절과 큰절하는 모습이 그려진 종이카드를 꺼내 보이며 아이들에게 절하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동작별로 그려진 종이카드를 차례로 보여주며 어머니강사는 세심하게 아이들에게 설명해 준다.
이어 남자 한복과 여자 한복을 입은 두명의 어머니 강사가 앞으로 나선다. 남녀로 역할을 분담한 이들 어머니 강사는 아이들 앞에서 큰절하는 법을 직접 보여준다. 그 모습을 보는 아이들의 눈동자는 흐트러짐 없이 어머니강사들을 향해 있다. 금새 민속놀이방은 아이들의 호기심과 배움의 열정으로 가득찬다.
이어 어머니 강사가 어린이들에게 질문한다. “남자가 큰절하기 위해 엎드렸을 때 어떤 손이 위로 올라갔나요?” 아이들은 지체없이 대답한다.“왼손이 위로 올라갑니다”
또 다시 질문이 이어진다.“손을 이마에 대고 일어나야하는 데 그냥 일어난 뒤 절 다 했다고 세뱃돈 달라고 하면 될까요, 안될까요?”그러자 아이들은 합창하듯 “안됩니다”라고 말한다.
곧바로 어린이들은 조별 실습을 위해 4조로 나뉘어 줄을 선다. 4명의 어머니강사는 한 조씩 맡아 이날 주제인 전통예절을 반복해서 일대일 맞춤형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중앙초등학교의 예절 교육은 이렇게 학교교육에 관심갖고 참여하는 어머니들의 노력과 편안한 분위기속에서 잘 따라오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이 학교에선 우리민족 고유의 정신문화를 익혀 예절 바르고 교양있는 청소년이 되게 하기 위해 생활예절을 학년별 프로그램에 의해 예절실에서 실시하고 있다. 남녀의 평절과 큰 절 익히기, 실내예절, 생활차 마시기, 한복입기, 손님예절, 명절예절 등을 도덕시간과 특별활동을 이용해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경로당 자매결연 통한 효행교육=이 학교 5∼6학년 어린이들은 정기적으로 지역 경로당을 찾는다. 이들 어린이들은 이곳을 찾아 지역노인들에게 즐거운 여가생활과 건강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겠다는 마음을 깨닫는 기회를 갖는다.
바로 이 학교 최재수교장의 인성교육 철학을 엿볼 수 있는 현장이다. 최교장은 아이들의 인성예절교육은 어른들과 자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때 자연스럽게 습득되고 성숙돼 간다고 주장한다.
시설을 찾아 으레 행하는 봉사활동이 아니라 경로당의 노인들을 친할아버지, 할머니처럼 느끼는 속에서 어린이 스스로 예의범절을 찾아가고 버릇없는 행동을 자제하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경로당 실내외 및 화장실 청소, 노인분들과 사랑의 대화시간 갖기, 안마해 드리기, 즐거운 오락 및 다과회 시간 갖기 등의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노인공경 태도를 높이는 기회가 된다는 게 학교측의 생각이다. 예절과 효, 이웃사랑 실천기회를 제공해 어려서부터 아이들이 노인을 공경하고 효행을 생활화하는 건전한 의식을 갖도록 하려는 것이다.
경로당 방문을 통한 효행교육은 아이들의 생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지난 3월 경로당을 다녀온 이 학교 6학년 2반 백현지 학생. 백양은 경로당에서 준비한 장기자랑을 하고 몸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직접 어깨와 팔다리를 주물러 드렸다.
또 ‘힘내세요’라는 제목의 노래도 힘껏 불렀다. 그동안 갈고닦은 마술을 보여줄 때는 노인들이 큰 박수를 보내자 보람도 느꼈다고 한다.
백현지 어린이는 “내가 6학년이 돼서 공부만 신경써서 어른들께 효도하지 못했는 데 이번 경로당 방문을 통해 세상에 살아가려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다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같은 반 박시은 어린이는 “5학년때도 경로당에 갔었지만 6학년때 간건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며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우리들의 장기자랑을 보며 웃으시는 걸 보니 내 마음도 좋았다”고 밝혔다.
◆예절행사 통한 예절의지 함양=장항 중앙초는 원만한 인간관계는 물론 자기 수양을 통해서 거짓이 없는 진실한 마음으로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고 예절실천 의지를 높여주기 위해 교내 예절실천 사례 발표대회를 갖고 있다.
올해는 학급대회를 거쳐서 나온 4∼6학년 각 반 대표 18명이 참가해 저마다 예절에 대해 경험하고 느낀 실천사례를 발표,타인에 대한 배려와 예절의지를 갖는 계기가 됐다.
효편지쓰기 대회도 이 학교가 예절교육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부모의 의무만을 기대하기 쉬운 현실 속에서 부모님께 사랑의 편지쓰기를 통해 자식으로서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생각하고 부모의 고마운 점, 하시는 일, 바라는 점 등을 편지로 써 어버이날 드린다.
또 사랑의 꽃을 달아드린 후 포옹하는 시간을 가져 경로효친 사상을 높이고 화목한 가정 분위기를 조성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주간예절 실천예고제 및 칭찬왕복카드 운영=이 학교는 또 물질 위주의 가치 기준, 이기주의의 만연에 따른 도덕성 피폐상황과 점점 핵가족화돼 가는 우리의 가족제도에서 체계적인 예절교육을 시키려고 주간예절 실천예고제를 실시하고 있다.
교육의 성과를 극대화하려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영역별로 학생들이 지켜야 할 에절 항목을 학년교육과정과 도교육청에서 발간한 ‘예절 도우미’책을 참고로 해 주제를 선정한다.
담임교사는 실천과제를 주간학습 계획에 넣어 실천할 내용을 예고하도록 한 다음 일주일 동안 예절을 잘 실천한 어린이는 담임교사와 부모가 ‘예절실천 왕복칭찬카드’에 그 내용을 칭찬함으로써 예절교육의 효과를 꾀하고 있다.
■ 최재수 교장
일시적 예절교육 앞서
생활속 실천 가르쳐야
“초등학교에선 학력도 무시못하지만 기본예절을 닦아 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핵가족화와 가정해체의 위기시대에 메말라가기 쉬운 아이들의 인성을 키워주는 주요 역할이 초등학교에 있습니다.”
장항중앙초 최재수(59)교장은 인성예절교육의 중요성을 이같이 밝히고 “학교도 이같은 마인드를 갖고 인성을 바탕으로 한 창의성교육과 발명교육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천교육청 학무과장 등을 역임한 최교장은 “삶이 어려우면 자기중심적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이를 나쁘다고 보면 안되고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청천 하나만 보더라도 당시는 효사상이 퍼져나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가족정신이 배어있는 셈이죠. 그런데 대가족시대가 해체되고 핵가족화되고 있는 현대에는 자연스럽게 어른들과 접촉하며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최교장은 이의 대안으로 학교에서 경로당 자매결연을 통한 예절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이들이 봉사를 떠나 경로당을 찾아 노인들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얻는 게 더 많다고 봅니다. 노인들을 의식적으로 대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만나 서로를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아이들도 전통예절과 섬김의 자세를 느낄 수 있다고 봅니다”
최교장은 특히 “생활예절은 일시적인 지도나 단순히 아는 것 만으로는 지켜지는 것이 아니기에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지도와 실천이 팔요하다고 본다”면서 “가장 가까이서 생활하는 부모와 교사의 일상적인 언어, 태도, 사고방식이 항상 학생의 본보기가 됨을 명심하고 가정, 학교, 사회의 연계지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효 편지쓰기 대회를 펼쳐 부모님께 사랑의 편지쓰기를 통해 부모와 자녀간 대화와 애정을 돈독히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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