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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세이>

  • 승인 2006-09-18 17:41
  • 강태근 소설가강태근 소설가
국회
▲ 강태근 소설가
▲ 강태근 소설가
행정자치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의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 개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법안심사 소위가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민주화위)의 권한을 강화하고 보상 대상자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에 합의한 것을 언론이 문제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언론이 문제 삼고 있는 내용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아야 할 부분이 더 많다.

법원의 재심 절차 없이 민주화위의 독단적 판단에 따라 관계기관에 전과 기록 삭제를 요청하면 이를 반드시 이행토록 하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라는 지적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러나 적용시기에 대한 반발에는 납득할 수 없다. 적용시기를 1969년 8월 7일(3선 개헌 반대시위)이후에서 1964년 3월 24일(한일협정 반대 시위) 이후로 확대한 것은 ‘6.3세대’에까지 선심을 쓰겠다는 뜻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주장은 단견이 아닐 수 없다. 이 나라가 민주화가 되기까지 그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겪어야 했던 질곡의 세월을 생각해 보라.

진상이 문제가 되면 되어야지 5년의 소급기간의 연장을 문제 삼아 6.3세대에 대한 선심 운운하는 것은 바른 시각이 아니다. 또 총 268억 원의 추가예산이 필요하다는 이유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국가의 민주화를 위해 억울하게 피해를 보았다면 응분의 보상을 하고 위무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당연한 책무가 아닌가.

개정안대로라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 시절의 약 2000건을 더 심사해야 하므로 반대한다는 주장은 더욱 설득력이 없다. 아울러 진실화해위원회와 거창사건 제주4.3사건 등의 진상조사위원회도 우후죽순으로 민주화위의 전례를 따르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는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국가는 마땅히 국민의 인권과 행복추구를 보장하고 지켜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2000명 아니라 그 몇 배가 되는 인원이라도 엄정하게 심사하여 단 한 사람의 억울한 희생자도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개정법에 의한 민주화위의 활동이 적법하고 바람직한 것이라면 여타의 유사 위원회의 활동만 제한적이어야 할 정당성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얼마 전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그런 의미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네 아들을 전쟁터에 보낸 어머니에 대한 국가의 예우와 의무가 돋보인다. 전사자 통보 업무를 하던 중에 미군에 참전한 라이언 가의 네 아들 중 세 아들이 전사한 것을 안 미국 행정부는 군부대에 특명을 내린다. 그 특명은 어머니를 위해 유일하게 살아남은 막내 라이언을 구출해내 집으로 귀환시키라는 것이다.

그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 8명의 군인이 최전선으로 떠나고, 라이언을 구하는 과정에서 8명 중 대부분이 희생당하게 된다. 1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8명을 희생시킨다는 것은 선뜻 납득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가가 국가를 위해 충성한 개인에게 해주는 배려는 당연한 것이다.

역사도 짧고 단일 민족도 아닌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힘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이러한 국가의 배려와 그에 보답하는 국민 개개인의 소명의식이 있기에 오늘의 미국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국민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국가. 자신은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국가를 이루는 중요한 대표단수라는 자긍심과 책임의식으로 무장된 국민. 진정한 안보의 힘은 이러한 의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미국은 지금도 꾸준히 전쟁터에서 희생된 군인들의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남의 나라일이지만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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