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8일 연중 최저인 927.90원으로 급락했던 환율은 8월 중순에 965.80원 고점을 찍었다. 연중 최저시점에서 약 100일이 지난 시점으로 저점 대비 4.1% 상승했다. 이달 들어 950원대 중후반에서 박스권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백일홍이 지더라도 추가적인 환율상승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진다.
아직까지는 신문지상 등에서 환율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이슈화하지는 않고 있다. 향후 환율전망에 대해서는 뚜렷한 방향성을 예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상승은 상반기 경상수지 적자가 대두되면서 수급요인의 변화, 과도한 선매도 헤지 둥에 기인한 것으로 원화강세를 예측하였던 일부 외국투자기관들 역시 비슷한 이유로 원화약세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다만 환율상승 기간의 장단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전망은 글로벌 달러 약세로 환율하락에 무게를 두고 그 근거로 미국 금리인상 중단, 경기둔화의 움직임 등을 들고 있다. 달러가치 하락으로 아시아 통화가 상대적인 강세를 보여 달러/원 환율이 하락한다는 논리다.
반면에 아직도 우리경제가 미국경제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미국의 경기둔화는 우리 경제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결국 환율은 상승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을 태양으로, 한국을 지구로 비유하여 태양이 약해질 때 지구가 추워질 것인지 따뜻해 질 것인지로 포인트를 바꿔보자는 어느 환율전문 기자의 논리는 매우 재미있는 접근방식인 듯 싶다.
어찌되었든 당분간 950원대의 강한 하방경직성이 점점 강해짐을 떨쳐 버리기가 어려운 것이 요즘 느낌이다. 일부 주요 외국투자기관들은 4분기 환율을 980원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870원으로 예측하는 기관도 있어 그 갭은 큰 상태다.
문제는 대전충남 지역 수출중소기업들의 고민이다. 환율의 추가상승 기대감으로 환변동보험 청약을 늦추고 있는 듯 하다. 지난 금요일 어느 중소기업 자금담당 부장의 전화내용은 환율방향성에 대한 고충이었다.
환리스크 관리에 대한 인식제고로 8월말 기준 환변동보험을 이용할 수 있는 인수한도를 받은 우리 지역의 기업과 한도는 각각 84개, 5억 4천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27.3%, 28.6% 증가했다. 반면에 이중 환변동보험을 실제로 이용한 기업과 금액은 44개, 1억 3천만 달러로 각각 52.3%, 금액 기준 24.1%에 그쳐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좀 더 높은 환율로 청약하는 것이 좋지만 환율상승 수준에 대한 명확한 기준없이 기대치를 높이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환율변동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영업이익 확보가 제일 목적인 방어적 환리스크관리 전략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작년 10월 하순, 환율이 1060원선까지 오르자 환율의 추가상승을 기대한 기업이 청약을 미루어 오다 환율이 급락하자 청약시점을 놓쳐 많은 환차손을 보았다. 중요한 것은 영업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환율을 설정하고 환율반등 시점을 이용하여 일정비중을 분할하여 헤지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환율상승시 조기결제제도 활용, 헤지비율 조정 및 일부 헤지시 부분적인 환차익도 가능하며 환율 관련 경영여건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효과가 있으므로 걱정할 일만은 아니다. 원칙적으로 투기거래를 하지 않는 한 기업은 환율하락만이 문제인 것이다.
보험금을 받으려고 환율하락을 바라는 것은 사랑스런 자식을 위한 상해보험에 가입하고 보험금을 받기 위해 보험사고를 바라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하면 무리한 비유인가? 백일홍이 지더라도 그 아름다움을 계속 볼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함을 잊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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