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는 한국 근 현대사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철도에는 시대의 아픔이 있고 국민의 애환이 짙게 배어있기 때문이다. 침탈과 개화라는 양면성을 안고 107년 전 검은 연기를 뿜으며 출발한 기차는 오늘까지 국민의 충실한 발로서 한국 산업화의 견인차로서 그 소임을 다해왔다.
그 힘찬 기적소리 이면에는 무엇보다 철도를 변함없이 믿고 아껴주었던 우리 국민들의 남다른 철도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철길을 지키고 철길을 달려온 모든 철도 가족들의 숨은 땀과 눈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철도는 지금 빠르고 역동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조직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고 있다. 성과 중심의 기업 마인드가 철도 산업 전반에 걸쳐 빠르게 파급되고 있다. 수익사업 다변화를 통해 경영정상화의 뿌리를 착실히 다져가고 있다.
특히 한국철도의 가장 핵심적인 경쟁력 중의 하나인 KTX는 2년이 조금 넘는 짧은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운영능력을 자랑하고 있으며, 고속철을 도입하려는 다른 국가들로부터 기술제휴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인 모습과는 달리 지금 우리 철도가 처해있는 현실적 여건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표면상으로는 고속철 관련 부채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나라의 오랜 도로중심 교통정책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KTX가 300km를 질주하는 초스피드 시대에 아직 우리나라 대부분의 철도망은 수 십 년 전의 시설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도로대비 철도 투자비율은 10분의 1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이 10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철도의 기막힌 현실이다.
철도는 장거리 대량 물류수송에 적합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 미래 친환경 교통수단으로서 선진국에서는 이미 철도에 대한 투자를 정책의 최우선순위로 둔지 오래이다. 철도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코리아 스테이션’이라는 미래 지향적인 말이 있다. 남북철도와 시베리아 대륙을 횡단할 미래 철도 시대에 한국이 유라시아로 가는 출발역이자 종착역이라는 말이다. 부산항의 물자가 북진하고, 시베리아 원자재가 남진하고, 대학생들이 서울역에서 모스크바행 기차표를 산다. 상상만 해도 가슴 뛰는 단어다. 사람과 사람 물자와 물자 문화와 문화가 오고 간다. 시베리아 1만km 철도역이 모두 우리의 가역권이 된다는 것이다.
남북 종단 철도와 시베리아 횡단 철도 시대를 대비한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몸살을 앓고 있는 철도 부채문제도 그러한 거시적 안목에서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즉, 나라 살림의 걸림돌이 아니라 철도의 경쟁력을 키우는 투자의 개념으로 말이다.
우리 철도도 건강한 자생력을 키워 국민과 고객이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울창한 나무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 남북을 잇는 통일 철도로서의 역할과 함께 꿈의 대륙 철도시대를 열어가는 국가의 성장 동력으로서 사명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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