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정섭 대전시의원 |
지방의회와 민선단체장시대가 들어선 지도 10년이 훨씬 넘었으니 이제 우리나라 지방자치도 유년기를 지나 청년기로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이쯤 지났으면 지방의회와 민선단체장이 각자의 책임과 권한을 갖고 상호견제하며 원칙에 충실했다면 명실상부한 지방자치가 됐을 법도 하다.
그러나 아직도 시민들은 지방자치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며 못마땅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동네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그만큼 지방의회와 자치단체가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는 증거 일 것이다.
이러한 지방자치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가. 이는 아직도 중앙집권적인 지방자치제도와 이를 수행하는 사람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앙정부에선 여전히 인사와 재정권으로 지방정부에 대해 사사건건 간섭하고 조종하려 하고 있다. 상당부분 지방정부로 권한이 이양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공무원정원, 예산편성 기준 등과 같은 핵심사항은 중앙정부에서 움켜쥐고 있다. 이러한 틀 속에서 지방정부 자체의 문제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다.
민선단체장은 선심성, 행사성, 소모성 예산집행과 다음 선거를 의식한 꿈같은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즘 단체장들의 일과표는 행사일정으로 꽉 메워져 있다. 행사장 찾아다니며 축사 읽는 시간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 단체장이 언제 어느 시간에 시민과 지역을 위한 시책구상과 정책결정을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방재정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방경제 사정이 악화되다 보니 지방세수가 크게 줄고 있고, 특히 서민경제가 어렵다보니 자동차세 같은 지방세 체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만큼 지방정부의 가용재원은 줄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공무원과 시민복지 요구는 계속 늘고 있으며 공무원 조직은 축소되기는커녕 날로 확대되면서 공무원노조 등의 권한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는 현실이다.
자치단체마다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를 시책구호로 내걸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재원과 인력의 인프라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구상과 훌륭한 계획이라도 이를 받아들여 소화시킬 수 있는 재원과 인력의 인프라가 없다면 이는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집행부를 견제 ` 감시하는 지방의회에 대한 시민의 따가운 눈총도 제대로 헤아려 봐야 할 때다. 의회 본연의 기능인 견제와 감시기능은 뒷전인 채 인기성 발언으로 자기주가를 높이려는가 하면 전체가 아닌 소지역주의에 얽혀 지역의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폐단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5.31 지방선거가 끝난 지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시민이 지방정부의 무엇을 걱정하고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제대로 파악할 때가 아닌가 싶다. 유년기를 거쳐 청년기에 들어선 지방의회와 집행부 모두가 제자리를 찾을 때라고 생각한다.
정상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선 각자가 목소리만 높일 것이 아니라, 자기 목소리를 낮추고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원칙에 충실하는 것이 신뢰회복의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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