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확천금 꿈꾸는 다섯 남자의 악몽
반전은 ‘유주얼 서스펙트’와 닮은꼴
명동 사채업계의 거물 환(문성근), 돈을 받고 사창가 뒤를 봐주던 전직 경찰 류(주진모) 그리고 다혈질 3류 건달 노(홍석천)와 과묵한 정(김현성), 남의 뒤를 캐러 다니는 규(박준석)는 누가 시킨지도 모르는 일확천금 프로젝트에 초대를 받는다. 리더인 환의 계획대로 네 명의 사내들은 은행에서 채권을 탈취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약속장소에서 기다리던 환이 살해된 채 발견되고 네 명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범행의 전개보다 은행털이에 성공한 후,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이도록 초대한 ‘X’가 누구인가에 집중한다.
‘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은 장르면에서 한국영화로서는 보기 드문 시도를 한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후더닛’(whodunit) 구조를 끌어들여 퀴즈를 내고, 그것을 찾고, 답을 내자마자 끝내는 방식으로 밀고 나간 것은 게임으로서 자기 장르의 정체성을 파악한 이 영화의 장점이다.
김태경 감독은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 외국 영화들을 너무 열심히 공부한 것 같다. 처음 장면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저수지의 개들’에서 따온 게 분명하고, X맨이 드러나는 마지막 장면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유주얼 서스펙트’와 닮았다. 창고라는 한정된 공간과 모르는 누군가에게 당한다는 만듦새는 ‘쏘우’를 연상시킨다.
공부는 남의 것을 자기 것화 해 새 것을 만들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다른 영화와 닮았다는 것은 긴장감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특히 스릴러 영화로서는 치명적이다. 한마디로 이 영화에는 ‘썸씽 뉴’(something new)가 없다.
영화 속에는 반전 결말, 폼 나는 총싸움 등 나름의 재미거리가 들어있지만 이 영화가 표방한 ‘두뇌유희’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두뇌유희를 포기하고 영화 자체의 흐름에 중점을 두고 보길 권한다. 그래야 비로소 젊고 감각적인 영화가 보인다. ‘두뇌유희’를 즐기는 것은 관객이 아니라 영화 속 등장인물들인 듯 하다. 도대체 X맨이 누구일까, 궁금해하는 건 관객이 아니라 극 중 다섯 명의 남자들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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