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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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감독: 송해성 주연:이나영 강동원

  • 승인 2006-09-15 00:00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삶의 바닥에서 희망을 만나다



강동원.이나영 내면연기 빛나
시종 관객들 눈물샘 자극
가슴 따뜻한 가을영화 ‘강추’



생애 처음 느낍니다.
내게도 누군가에게 나눠줄 ‘사랑’이 있음을,
세상에 내 몫의 사랑도 있었음을…
살아 있다는 것,
살아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그 찬란함에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우리들이 가졌던 행복한 시간들…
당신과도 나눠 갖고 싶습니다.




가을이 오긴 온 모양이다. 눈물 쏙 빼는 멜로영화 한 편이 막 도착했다. 영화가 시작되면 피가 흥건한 살인사건 현장에 한 사내가 서 있다. 겁을 잔뜩 먹은 눈빛이다. 장면이 바뀌면 조깅하는 여자가 보인다. 차에 오른 여자는 수면제를 한움큼 집어 삼킨다.

화면 위로 쇼팽의 ‘이별곡’이 흐른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우행시)은 첫 장면으로 보여줄 내용을 다 설명한다. 살인범 사형수와 자살을 꿈꾸는 여인, 둘의 만남과 이별의 이야기다.

거듭 자살에 실패한 유정(이나영)은 고모 모니카 수녀의 주선으로 사형수 윤수(강동원)와 만난다. 삶의 절망을 알아버린 유정과 모든 게 죽고 오직 냉소만 남은 윤수는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불편한 만남은 계속되고, “아침 해가 눈부셔 죽고 싶었다”는 유정과 “아침이 제일 무섭다”는 윤수는 서서히 마음을 열어 간다.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일주일에 딱 세시간. 유정과 윤수에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시작된다.

‘우행시’는 ‘눈물의 힘’을 새삼 느끼게 한다. 공지영의 원작소설이 “구태의연하고 뻔한 신파”라는 비판을 들은 것도, 그럼에도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도 다 눈물의 힘이었다. 영화도 같다.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이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길을 줄곧 걸으며 예상할 수 있는 방식으로 눈가에 물기를 불러낸다.

신파 같은 이야기, 뻔한 장면도 눈물에 묻혀버린다. 특히 사슴처럼 여린 강동원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에 여성관객들이
버텨낼 재간이 있을까. 이런 대목에서다.


#윤수에게 딸을 잃은 어머니가 찾아 온다. 윤수를 만나기 무섭게 “왜 그랬니?”하고 때리는 어머니. 윤수는 “잘못했다”고 눈물로 빈다. 어머니는 곧 윤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들려준다. “내가 널 용서한다.”

#유정은 윤수의 사형날짜가 정해졌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는다.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어머니. 그녀는 어렸을 적 끔찍한 사고를 당한 자신을 외면한 어머니를 용서할 수 없었다. 어머니 앞에서 사랑과 미움으로 혼란스런 표정을 짓던 그녀는 고백하듯 울부짖는다. “제발, 살아만 있어줘요.”

#침착하게 형장을 향해 걸어가던 윤수는 창 너머에 있는 유정에게 마지막 말을 건넨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내 얼굴을 잊으면 안 돼요.”

익숙하고 지독하게 상투적인 드라마가 삶에 대한 다층적 이야기로 변주되려면 관객의 가슴에 공감을 불러일으킬 캐릭터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송해성 감독에겐 미안하지만, 이나영과 강동원의 영화다.

이나영은 연기하지 않는 듯 절제된 연기로 그녀의 색깔을 보여준다. 세상에 무관심하고 시니컬한 유정의 캐릭터는 맞춤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다. 상대를 향한 벅찬 사랑과 미안함을 담아내는 내면연기도 밀도 있게 풀어냈다.

강동원의 연기는 발군이다. 살인자지만 순박한 영혼을 가진, 쉽지 않은 배역을 맡아 ‘꽃미남 모델’로부터 보란 듯이 졸업했다. 죽는다는 걸 알지만 그걸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강동원의 연기는 빛을 발한다.

두 시간 정도의 긴 러닝타임 동안 객석에는 시종 눈물이 흘러 다녔다. 실컷 울고 나면 가슴이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그런 느낌을 가져보고 싶은 관객, 이 가을 슬프고 가슴 따뜻한 영화를 보고픈 이들에게 단연 강추다. 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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