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말 잿빛일상 벗어나 ‘기차 여행’ 한번 떠나볼까
♬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에 키 작은 소나무 하나.
기차가 지날 때 마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
남겨진 이야기만 뒹구는 역에 키 작은 소나무 하나
낮은 귀를 열고서 살며시 턱을 고인다.
사람들에게 잊처진 이야기는 산이 되고
우리들에게 버려진 추억들은 나무되어
기적소리 없는 아침이면 마주하고 노랠 부르네♬
10년전쯤 ‘기차
가만히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절로 애틋한 향수가 물씬 배어납니다.
가사처럼 기차와 소나무가 어우러지는 풍경은 그야말로 그림이 되고 맙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언제부터인가 덜커덩 덜커덩 완행열차는 그래서인지 금세 추억으로 자리잡습니다.
한때는 기차여행이 젊음을 상징하기도 했습니다.
통기타 하나 달랑 메고 기적소리와 함께 떠나는 기차여행은 그 시절 젊음을 뽐내는데 한 몫 했습니다. 멀리서 기적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지 않나요.
통학기차는 늘 학생들의 재잘거림이 즐거웠습니다.
갑자기 그때가 그리워집니다. 특히나 요즘같이 더없이 높은 가을 하늘에 구름 몇 점 동동 떠있을 때면….
당시 학창시절때는 KTX는 아예 없었습니다. 남는 게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면 새마을호나 무궁화호보다는 통일호 열차나 비둘기호 열차에 몸을 싣기 일수였습니다.
공휴일이면 친구들과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밤열차를 타고 무작정 떠돌아 다닌 생각이 지금도 가끔 떠오릅니다. 야간 열차를 타고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여행은 별미까지 곁들이면 정말로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고 맙니다.
무작정 떠난 기차여행길에서 내린 조그마한 간이역. 매미 울음소리와 복숭아밭에서 들려오는 경운기 소리만이 간이역의 정적을 깨고 있을 뿐입니다.
기차에서 내렸을때 그냥 풀섶일뿐인 간이역. 승무원도 없고 이정표만이 존재하는, 보기에는 볼 품없는 그런 작은 역이지만 여행객들을 넉넉하게 품어줍니다.
기차는 그리움입니다. 특히 90년대까지 기차는 농촌마을의 가난과 도회지를 연결시켜주는 매개체였습니다. 또한 기차는 무작정 상경과 도시생활의 고단함, 그리고 씁쓸하거나 혹은 자랑스러운 귀향으로도 기억됩니다.
지금은 기차가 안전하고 빨리가는 교통수단일뿐 이런 추억의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찾아 볼 수 없어 아쉽기만 합니다.
대전 근교 시민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조그마하게 두계역과 연산역이 자리잡고 있을 것입니다. 이들 간이역은 수십년동안 여행객들의 낭만과 향수를 자극했을지 모릅니다. 사실 지난 30년전만 해도 두계역과 연산역은 길 떠난 이들의 스산함을 위로해주는 장소의 상징이었으니까요.
모든 길 떠난 이들의 스산함이 따뜻한 연민으로 바뀌는 간이역. 시속 300㎞로 달리는 KTX나 새마을호, 무궁화호 같은 것으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공간이 바로 간이역입니다.
장항선은 여전히 달립니다. 온양온천역을 지나고, 예산역을 지나고, 짭짤한 광천역을 지나는 동안 어디선가 젓갈냄새가 나는것도 같습니다.
어느 여름날 손톱끝에 들였던 그 봉숭아물처럼, 첫 눈을 기다리던 설렘처럼 가슴에 초록설렘이 가득 찰지도 모를 일입니다.
띵 띵 띵… 신호음이 울리면 곧 이어 기차가 들어옵니다.
마음속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나면 기차는 어김없이 달려옵니다.
아무도 없는 그 역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땡볕 아래 한참동안을 머물렀습니다.
기차는 몇 번인가 지나가고 그럴때마다 건널목엔 사람이 멈추고 차가 멈추어 섭니다.
잠시만 쉬어요, 기차가 그렇게 쉬는 시간을 주는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 사랑하는 연인과 친구들과 함께 밤열차를 타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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