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진의 충청비사]73.동북공정과 광개토대왕비

[안영진의 충청비사]73.동북공정과 광개토대왕비

민족 영산 백두산, 장백산 될 수 없다

  • 승인 2006-09-14 00:00
  • 前 중도일보 주필前 중도일보 주필
中, 천지서 버젓이 동계 아시안게임 성화 채화
“고구려는 중국 지방정권” 사료에도 없는 주장
‘역사 도둑’ 동북공정 대응한 새 史觀 정립 절실







영토 팽창주의 한파(寒波)가 한반도를 향해 불어 닥치고 있다. 일본의 교과서 왜곡과 독도영유권 주장은 되레 작은 분쟁일 뿐, 중국의 ‘동북공정(프로젝트)’은 한민족의 뿌리까지 뒤흔드는 중대한 ‘역사전쟁’의 시발이라는데 우리를 긴장시킨다.

중국은 한민족의 영산 백두산에서 아시안게임 성화(聖火)를 채취하는가 하면 그곳에 비행장까지 건설, 백두산 일대 생태계를 그들 명의로 ‘유네스코’에 등재한지 오래다.







‘동북공정’이란 학계의 단순한 연구조사 행위처럼 보일지 모르나 그것은 중국정부가 조정하는 영토전쟁의 시발이라 보아야 옳다. 4000여년 전의 ‘단군’시조를 중국의 지류라며 ‘부여’, ‘고구려’, ‘발해’ 등 모두를 중국의 변방(속국)이라는 논리를 들고 나온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 구도(構圖)마저 아전인수(我田引水)식 재단을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미리 계산된 왜곡이라 하겠다.

중국의 동북(만주)을 호령하던 고구려를 따로 떼어 중국의 한 지방정권으로 간주하는 까닭은 훗날 영토분쟁이 일거나 역사전쟁으로 번질 때 모두 중국 내의 일로 덮어버리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다.

90년대 후반부터 중국은 3조원을 투입,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서둔 데엔 북한이 고구려 벽화를 ‘유네스코’에 등재를 신청한데 연유한다. 여기서 화들짝 놀란 중국은 지난 80년에 백두산을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을 받아내며 86년엔 백두산을 국가급 자연보호구역으로 관리해왔다.

그동안 한국계 차지구인 ‘연변’이 관리해오던 것을 ‘길림성’으로 하여금 백두산(일명 장백산) 전체 관리권을 넘겨준 바 있다. 그리고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양질의 인삼, 광천수 등의 국제적 브랜드를 추진하며 백두산을 중국 10대 명산의 하나로 대내외에 선전하고 있어 이곳을 중국 땅으로 세계가 착각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면 중국이 역사왜곡을 서두르는 까닭은 무엇인가? 13억 인구에 지닌 땅만 해도 추스르기 어려울 판에 ‘신중화주의’를 내거는 데엔 나름대로 까닭이 있다. 특히 고구려사에 관해선 이미 오래전부터 꼼수를 갖고 있었음이 백일하에 드러난 셈이다.

① 중국 땅에는 수백의 종족이 살고 있어 이를 통치하려면 ‘신중화중의’가 필요하며 ② 이 중 고구려 후예라 할 개성이 강한 300만의 한민족이 어느 시기에 가서는 독립을 외칠 공산이 있는데다 ③ 티벳, 몽골, 대만 등의 독립의지가 날로 기승을 부려 이를 하나하나 길들이기. ④ 중국 내 거주하는 한민족을 한반도(남, 북)와 격리시키려는 의도 ⑤ 만약, 남북이 통일할 경우 고구려를 내세워 영토분쟁이 일 것에 대비, 사전 단절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중국이 내세우는 고구려의 변방설(예속) 근거란 다음과 같다.

▲첫째 = 단군을 옛 한사군(중국족)의 뿌리라지만, 그것은 다른 혈통이며 ▲둘째=고구려가 당(唐)에 조공을 바쳤으니 속국이라는 점, 그러나 조공이란 국가 간의 의전(儀典)절차일 뿐 신라와 백제, 심지어 일본까지도 조공을 바친바 있는데 그렇다면 이들 국가가 속국이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일본만 해도 ‘해뜨는 나라의 천자가 해지는 나라의 왕에게 <日出する國の天子, 日沒る國の王ヘ> 선물을 한다’는 식의 수교였다. ▲셋째=발해 역시 중국의 뿌리에서 분파한 것이라 내세우지만, 실은 고구려 유민, 말갈족으로 구성된 국가가 발해라는 걸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동북공정, 남북공동대처 절실


이렇듯 중국이 말하는 ‘동북공정’은 허구에 지나지 않을 뿐 아니라 패권주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어 장차 동북아에 회오리바람이 불어 닥칠 조짐이 일고 있다. 옛날 역사를 보면 침략방법에 있어 ① 군대를 통한 점령 등식 ② 경제식민지화 ③ 이데올로기 전파를 들 수 있는데 중국은 엉뚱하게 역사전쟁을 일으키고 있다는데 걱정이 앞선다.

중국은 그것을 준비한지 오래지만 그토록 고구려를 외쳐온 북한이 입을 다물고 있다는데 아픔을 느낀다. 일본이 ‘독도’영유권을 들고 나오자 북한 측이 남북공동대처를 제의한 일이 있는데 막상 발등의 큰 불이라 할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선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들리는 바로는 북한 함경북도 일대의 광산 개발권은 이미 중국에 넘어갔다고 했다. 핵과 인권문제로 해서 세기적 고아로 전락한 북한이 유일한 후원자 중국에 맞설 입장이 아니라서 그러한지…. 우리 정부의 대응책이 미온적이라고 해서 불만들이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이대로 지켜 볼 수만은 없지 않는가. 요즘 사학계 중진과 애국단체가 궐기, 정부의 강력대처를 절규하고 있어 한 가닥 마음이 놓인다.

계룡장학회에서는 여러해 전부터 ‘고구려역사탐사’와 ‘일본 속의 백제문화기행’으로 해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바 있지만 필자 역시 많은 것을 배우고 시야를 넓히게 된 점,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될 것이다.

2001년 8월 우리일행은 중국 땅 집안(集安) 소재 고구려 ‘광개토대왕비’를 접하면서 크게 감탄한 바 있다. ‘그 시대 선조들은 이토록 장엄한 발자취를 남겼구나!’하는 점에서 그러했다. 그곳은 이미 1000년 전부터 고구려 땅이었을 뿐 아니라 변방을 호령하는 수도(首都)로 여러 나라를 아우르며 호령했던 선조들….

그 땅에 일찍이 한민족이 진출, 국가를 형성한 탓에 도처에 문화유적이 즐비하고 수도‘집안(集安)’ 일대는 호미로 땅을 끄적거리기만 해도 각종 유물이 드러날 정도였다. 그 곳엔 고구려의 성곽과 도시의 흔적, ‘장군총’이 있고 귀중한 문화유산은 탁본으로 출토품 같은 건 박물관에 소장하고 있었다.

‘광개토대왕비’는 역사상 최상 최대의 것으로 그 비문 속엔 고구려가 중국대륙(만주일대)을 지배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데도 그것을 만주사변 때 일본관동군 참모부 한 장교가 이를 발견, 일부분을 고쳐 역사 왜곡을 하는 바람에 오늘날까지 논쟁거리로 되어 있다.

필자는 이비에 대해 단편적으로 나마 이미 들은 바 있는데, 지난 80년대 도쿄의 이진희(李進熙) 재일사학자가 ‘광개토대왕비’를 관동군 참모부 한 장교가 이를 손질, 역사왜곡을 했다는 글을 발표한 일이 있었다. 이 글을 발표하자 일본 극우파들의 협박 때문에 이진희씨는 한동안 쫓겨 다녔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

요즘 이 비(碑)는 보호각을 씌워 놓아 사진을 찍을 수도 없고 한국인은 접근조차 어렵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이 비(碑)를 원형(크기, 음각활자, 석질, 모양새) 그대로 복제, 독립기념관 광장에 이인구(李麟求) 회장이 사재를 털어 중국 기술자를 데려다 이 사업을 매듭지었다.

집안(集安)의 고구려 ‘장군묘’는 일본의 ‘야요이’시대 고분이나 신라, 백제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클 뿐만 아니라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연상케 하는 그런 규모였다. 묘를 구축한 ‘돌’은 하나 같이 톱으로 잘라 맞춘 듯 빈틈이 없으며 돌 크기는 일본 ‘오사카성(大坂城)’의 저 엄청난 고인돌괴도 비교가 되질 않는다. 우리 탐사단 일행은 저 유명한 ‘진시황’ 묘역 그 내부도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


광개토대왕비, 독립기념관에 우뚝




계룡장학재단 ‘해외문화탐사반’은 일본을 10여 차례, 중국 나들이만 7~8회를 가졌다.(사전탑사포함) 뿐만 아니라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의 그 아픈 상처. 요령으로 끌려가서도 불사이군(不死二君)을 외치며 죽어간 ‘삼학사(三學士)’비도 복사, 이 역시 독립겨님관에 옮겨 놓은 바 있다.

그리고 상해임시정부청사를 답사, 백범(金九) 주석집무실과 윤봉길 의사 동상도 돌아봤고 백제 마지막 왕, 의자왕과 아들 ‘융’ 그리고 문무백관들이 살다간 ‘낙양(洛陽)’시를 찾아 ‘위령비(慰靈碑)’ 건립을 교섭한 바 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지평선’을 전세버스로 달리기도 했는데 그때 마다 사전 답사를 한 ‘조중원’ 감사의 가이드 솜씨가 돋보였고 이인구 이사장의 역사 해설과 문화재 설명은 모두에게 깊은 감명을 안겨다 주었다. 고구려 역사와 ‘광개토대왕대비’ 그리고 북경, 상해에 대한 경제부흥책, ‘떠오르는 중국경제’ ‘동북아정세’에 관해 실감나는 해설이 뒤따랐다.


계룡장학회 중국 역사탐방 길


이인구 회장의 정치와 경제의 탁견은 그렇다 치고 역사와 고고학은 언제 저렇게 공부를 했느냐고 감탄을 했다. 충남대 정덕기 전 총장은 “나도 평생 역사공부를 한 사람인데….”라며 놀라는 눈치였고 서오선 전 부여박물관장도 “고고학을 한다고 나름대로 뛰어왔는데 임자를 만난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강영구 이사는 이 회장과 동문이면서도 너무 논리적이어서 말 붙이기가 어렵다고 했다. 6~7시간 버스로 달리다 보니 각자의 탐사 소감을 마이크를 잡고 늘어놓는데 수행기자들도 중국 땅을 밟은 소감을 털어놓았다.

필자는 ‘청산리전투’, ‘하얼빈역’의 안중근 의사, ‘만주사관학교출신 우리 장성들의 이모저모’. ‘북간도’를 쓴 안수길, 조연현의 요령생활 등을 떠올리다 손창섭 생각을 하는 중인데 마이크가 필자에게 필자에게 넘어왔다.

원래 눌변을 하는 편이라 얼떨결에 손창섭의 ‘콩트’를 소개했다. 60년대 낙양의 지가를 올렸던 손창섭은 ‘비오는 날’, ‘잉여인간’, ‘설중행’, ‘사연기(死緣記)’, ‘혈서’ 등으로 당대 문단을 휘어잡았던 작가였다.




혈서를 쓴다.
혈서를 쓴다.
모가지를 뎅겅 잘라
혈서를 쓴다.



손창섭의 소설 ‘혈서’에 반했던 필자였다. 그때 생각을 떠올리며 마이크를 잡고 그의 ‘콩트’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만주에서 있었던 실화라 했다.

― 흰 눈이 펄펄 날리는 만주 벌판, 한 아편중독자가 거리에 나서자 전신이 으스스 떨려 한대 맞아야 할 판인데 돈이 없다. 얼마를 걷다 보니 길가에 한 놈이 죽어 나자빠져 있는데 역시 아편 중독자다.

안됐지만 그 자의 옷을 벗겨 어깨에 걸치며 이것을 팔면 한동안 아편을 맞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얼굴엔 짐짓 희색이 돈다.

그러나 저만치 걸어가다 되돌아보니 눈에 거슬리는 게 있다. 그것은 바로 고추(男根)였다. 그는 되돌아 와서 어깨에 걸친 바지로 그 부끄러운 곳을 덮어주고 짐짓 생각에 젖는다. 저 바지를 도로 갖고 가면 아편 두, 세대는 더 맞을 것인데….

그는 바지를 다시 거둬 가지고 되돌아보니 여전히 그곳이 마음에 걸린다. 그는 두리번거리다 바로 발 앞에 뒹구는 사금파리를 발견, 그것으로 남근을 덮어놓고 발길을 재촉한다. ―


작은 이야기지만 작가는 ‘본능과 양심’의 한 단면을 이렇게 그린 것이라 하겠다. 필자의 ‘콩트’ 이야기에 아마도 일행들은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또 삼천포로 빠지는군!”, “나이 값이나 할 일이지….” 아니면 “늘 삐딱하다니까.”라고. 어떻든 즐거운 나들이요, 문화기행이었다.
▲ 중국이 지난 6일 내년 1월 창춘(長春)에서 개막되는 동계아시안게임 성화를 백두산천지에서 채화하고 있다.
▲ 중국이 지난 6일 내년 1월 창춘(長春)에서 개막되는 동계아시안게임 성화를 백두산천지에서 채화하고 있다.
▲ '광개토대왕비'는 역사상 최상 최대의 것으로 그 비문 속에는 고구려가 중국 대륙(만주일대)을 지배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 '광개토대왕비'는 역사상 최상 최대의 것으로 그 비문 속에는 고구려가 중국 대륙(만주일대)을 지배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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