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광진 전교조 대전지부장 |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원인으로 여성의 사회활동 참가와 가족지원 기능 약화, 고용불안, 교육비, 만혼과 고령 출산 등을 제시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최근 고등학생들과의 대화에서 근본적인 이유를 찾았다. 저출산이 화제가 되자 학생들이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것이었다. 이유는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 너무 힘든데, 엄청난 경쟁 스트레스 때문이란다. 학생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가장 많이 들어야 했던 말이 ‘다른 아이들에게 뒤떨어져서는 안 된다’ 였다고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유아기때부터 피아노학원에서 컴퓨터, 영어, 수학 등 학과 수업까지 사교육기관을 전전 해야만 했다고 한다. 심지어 한 학생은 자기는 학원에 가지 않으면 공부가 되지 않는다면서 학원중독증이라는 병 아닌 병도 있다고 했다.
사회 모든 부문에서 시장주의적 자유경쟁을 철저히 추구하는 것이 발전이라고 주장하는 물결에 휩쓸려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기 그지 없다.
방과후 학교 운동장을 살펴보라. 아이들이 없다. 과거 아이들이 저녁 늦게까지 공차기에서부터 온갖 놀이를 펼치던 운동장에는 이제 살빼기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모여드는 어른들이 차지했다.
아파트의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소리가 사라진 지 오래고, 골목마다 왁자하게 놀던 시절은 그립기만 하다. 아이들은 모여서 놀아야 한다. 공부도 좋지만 놀이에서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서로를 확인하며 공동체적 삶을 배워가는 전통놀이는 사라져 버렸다. 그나마 운동경기가 대신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시간에 쫓긴 아이들이 하기에는 어렵고 억지로 길러내는 선수들에게 제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평준화가 우리 교육 발전의 장애물이라면서 해체를 주장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져 가고 있다. 그러나 더 많은 경쟁으로 무너지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성이 무너지고 있다. 인간끼리의 조화와 협력이 인간다움이다. 그런데 경쟁은 강조하면서 다른 사람을 존중하라고 가르치진 않는다. 그렇다보니 평생 우정을 찾기 힘들어지고 남녀 간의 사랑도 지나치게 가벼워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결국 이 삭막한 세상에서 누구인들 아이들을 낳아서 희망을 만들어 보자고 하겠는가?
이 세상이 경쟁만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지나친 경쟁으로 갈등이 심화되고 파국으로 치닫아 고통과 절망만이 남을 수 있다. 조화와 협력이 없는 경쟁, 그것만으로는 앞으로 미래가 없다는 교훈을 우리 사회의 저출산 현상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이제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경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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