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인권아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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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의 ‘인권아 놀자’

<시사에세이>

  • 승인 2006-09-11 17:10
  • 박범계 변호사박범계 변호사
아직
▲ 박범계 변호사
▲ 박범계 변호사
도 개혁 타령이냐고 탓할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안다. ‘개혁 피로감’이니 ‘개혁 불감증’이니 개혁과 관련한 냉소적 용어들도 난무한다. 누가 그랬던가?

개혁은 혁명과 다르다고. 너무 쉬운 정의인가? 그러면 혁명은 달리는 기차를 세워놓고 바퀴를 바꾸는 것이라면, 개혁은 기차가 달리는 상태에서 바퀴를 교체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하면 그럴듯한가? 아무튼 개혁은 어려운 것이어서 이제 ‘개혁을 개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검찰개혁’이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화두처럼 된 것에는 검사들이 한 몫 한 것이 사실이다. 어떤 정부이든 정부 초기에는 그 위세가 대단해서 무언가 개혁한다고 하면 대게는 그 대상이 되는 기관이나 집단은 대체로 수용하거나 체념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대한민국의 보통사람에게도 이제는 마치 보통명사화 된 듯 통하는 ‘검찰개혁’은 검사들이 요란하게 대응한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보통명사화한 ‘검찰개혁’과 구분하여야 할 개념이 있다. ‘법무부개혁’이 그것이다. 참여정부의 검찰개혁의 방향을 요약하자면 대체로 ‘공정하고 투명한 검찰권의 행사’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검찰 인사제도 개선과 감찰제도의 도입 및 각종의 수사관련 제도 개선이 뒷받침되었다. 참여정부에서 검찰개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법무부개혁’이었는데, 이는 종래 그 자체로 의미를 갖기보다는 검찰을 정치적으로 중립화하는 상대적 개념과 도구로 사용된 측면이 있었다. 소위 ‘법무부 문민화’가 그것이다.

‘법무부 개혁’이 그 자체로 의미있는 이유는 그 조직과 업무 영역의 방대함과 중요성 때문이다. 법무부는 2실 4국을 두고 국가의 중요한 정책에 대한 법률적 모니터링 기능을 갖고 있는 부처이다. 국가의 중요정책은 행정의 법률적 합성이라는 법치주의의 요구에 의해 대부분이 입법의 형식으로 표현된다.

입법은 의회의 기능에 속하나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속성상 입법부는 통법부라 하여 정부가 기초하고 발의한 법안을 심사하여 통과시키는 기능으로 변질되었다. 모든 정부입법의 최종 모니터링 기능이 법무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법무부가 법치주의의 상징이요 수호천사가 되어야할 이론적 당위성이 도출된다. 계몽주의와 자연법사상 등에 기초한 법치주의는 ‘인권’과 동전의 앞뒤 관계에 있다. 프랑스 대혁명의 정식 명칭이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이었듯이, 근대 법치주의는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요 방패였다.

법무부개혁의 방향은 다른 데 있지 않다. 그 기능의 중차대성을 깨닫고 ‘수사 중심주의’ 사고를 벗어나 ‘인권적 관점에 기초한 법적 모니터링 기능을 전문화’하는데 있다. 그런데, 과거 법무부의 기능 중 검찰에 대한 예산과 인사를 다루는 검찰국이 단연 꽃으로 평가된 적이 있었다. 법령의 기초와 심사 그리고 이를 위한 조사 기능을 가졌던 법무실은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 법무부에 인권국이 신설되었다.

법무부 직제령의 개정을 통해 2006년 여름 인권정책과, 구조지원과 그리고 인권옹호과가 선을 보였다. 새로 만들어진 인권국에서는 인권 옹호 관련 정책의 수립과 인권 관련 각종 법령에 대한 조사 연구 및 수사 등 법무행정에 있어 인권침해의 예방과 제도개선을 하겠다고 한다.

반갑고도 반가운 일이다. 앞으로 법무부 인권국이 과연 스스로가 천명하는 그런 기능을 제대로 실천할 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법무실이 담당하는 법령의 심사 기능에 더해 인권국이 내부통제적 관점에서 법령에 인권침해적 요소가 없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현장에서 인권침해사례가 없는 지를 감시한다면 법무부는 스스로를 개혁하고 있는 국가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더군다나, 초대 인권정책과장에 대전에서 묵묵히 재야 변호사만을 해온 인사를 보한 점은 더욱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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