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용흠 소설가 |
불치의 환자는 이제 곧 머지않아 자신의 병에서 벗어나 건강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될 것을 믿었다. 하루가 다르게 몸의 노화를 걱정하는 재력가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새로운 방법으로 만든 노화지연물질이나 장기를 활용하여 얼마 남지 않은 수명을 충분히 연장할 수 있으리라고 기뻐했다.
5년 전, 유전자의 비밀에 접근했다는 희대의 보고가 있고나서 시간은 충분히 흘렀다. 그런데, 아직 풀지 못한 1%의 비밀은 좀더 유용하게 풀렸는가? 일부 그렇긴 하다. 실제 현대 과학은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모든 걸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진 않는다.
연구가들은 유전자 이외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셀드레이크는 어떤 종(種)내에 축적된 사건, 다시 말하면 어떤 개체가 경험한 행동이나 형질의 영향이 전기장(電氣場)과도 같은 형태의 장을 만들어 그 종의 다른 개체에 심각히 작용한다는 것을 알아내 형태 공명이라 명명했다.
어떤 개체의 특별한 경험이 반복되어 ‘몸이 되었을 때’개체 안에서는 분명 엄청난 변화가 생긴다. 예를 들어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익혀 그 연주능력이 아예 몸이 붙어버린 사람을 예상해보자. 피아노를 잘 치는 그 사람은 2세에게도 그러한 능력을 전달할 가능성이 커진다.
확실하진 않지만 그의 2세는 피아노를 잘 모를 나이에 생래적으로 그것을 알 수도 있다. 경험이 유전되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적어도 다음과 같은 놀라운 실험보고는 그러한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1930년대에 미국의 하버드 대학의 저명한 심리학 교수였던 맥더걸 교수는 쥐에게 물에 잠긴 미로에서 빠져 나오는 방법을 학습시켰다.
처음 이 훈련에 참여했던 쥐는 그것을 배우는데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이런 훈련을 받은 쥐들을 교미시켜 얻어진 다음 세대를 가지고 실험을 계속한 결과, 놀랍게도 다음 세대의 쥐들은 학습내용을 훨씬 더 빨리 익힌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 재미있는 것은 빛의 자극에 반응하도록 훈련된 플라나리아라는 원생동물을 잘라내 학습되지 않은 플라나리아에게 먹이로 주었을 때도 그 학습이 전달된다. 결국 DNA의 전수가 아니더라도 학습이나 체험이나 모두 개체를 변화시킬 만한 힘이 있다
이처럼 개체를 바꾸는 데 근원적이고 일차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다른 곳에도 있다. 생명의 법칙은 ‘뫼비우스의 띠’나 ‘클라인씨의 병’처럼 모순된 것 같으면서도 모순이 없는 인과율의 법칙 안에 있는 것들이다. 과학을 발전시켜 사람의 자연 수명을 연장시키고 삶의 수준을 높이는 일은 한정적 자원 때문에 어쩌면 ‘덧없는 욕망’에 불과할지 모르겠다.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 사는 아름다운 모든 생명들이 동등한 권리로 생존할 것을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