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규 문화체육부장 |
있을 수 없는 가정이지만 황당하기 짝이 없음은 두말할나위 없다. 그런데 이게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면, 그리고 한 두번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어찌해야 할까. 참아야 할까, 아님 싸움의 기술중에서 가장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기습작전이라도 펼쳐야 하는 것일까.
연일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한 두번도 아니고 상대방의 반응을 살펴가면서 이제는 드러내놓고 억지를 사실이라고 날강도짓도 서슴지 않는다. 바로 중국의 역사왜곡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금껏 우리는 단군 이래 반만년 역사를 일군 정말 세계에서 몇 안되는 우수민족으로 살아왔는데, 우리의 빛나는 얼은 어느 한 순간부터 어처구니 없이 매도되고 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지켜온 산하가 우리의 역사가 아닌 중국의 역사라고 하니 이런 기막힌 일을 가만히 앉아서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동북지방과 서북지방을 안정시키기 위해 ‘동북공정(東北工程)’과 ‘신장(新疆)항목’ 이라는 두가지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치밀하게 역사를 왜곡해 나가고 있다.
그것도 국가사업으로 정치적 계산까지 깔아놓고 철저히 역사를 날조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동북공정은 우리가 알아왔던 고구려의 역사를 송두리째 빼앗아 자기 맘대로 주석을 달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발해 고조선까지 자국의 역사로 둔갑시키고 있다. 문제는 역사란 한번 기록하면 좀처럼 바꾸기 어렵다는 데 있다. 구당서(舊唐書)에서 발해의 건국 주체는 고구려 유민이라고 명확히 기록했지만, 신당서(新唐書)는 말갈로 바꿔 기록해 놓았다. 당연히 발해 건국의 주체세력에 대한 논쟁은 구당서와 신당서를 사이에 두고 지금까지 끝없는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정부도 중국이 지난 1980년대부터 끊임없이 준비해온 동북공정이 무엇을 노리는 것인지 모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처음에는 몇몇의 학자들이 주축이 돼 역사를 왜곡했지만 90년대 후반들어서면서부터 중국사회과학원이 참여하고, 2002년부터는 아예 대놓고 정부차원에서 역사왜곡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는 민간차원의 대응을 넘어서 정부차원의 철저한 대비와 외교적 역량으로 강도높게 맞서야 함을 의미한다.
도저히 납득할 수도, 묵과할 수도 없는 역사왜곡을 한낱 이론적인 무장으로는 곤란하다. 갈수록 더해지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을 현실 그대로 보아야 한다. 절대 안이하게 대처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가 없는 미래는 없다. 근대와 현대사도 이웃 일본에서 철저히 날조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지겹도록 봐왔다. 그런데 이젠 고대사다. 이건 힘없는 약소국의 설움보다 더 치욕이다.
거듭 강조하건대 지금 중국은 동북지역의 역사 모두를 중국사에 편입시키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 춘추전국시대를 거쳐온 중국은 실체적으로 하나의 통일된 역사가 없다고 한다. 넓은 대륙을 강력하게 경영해온 만주, 여진, 흉노, 몽골, 선비 등 주변의 기마 유목민족의 역사를 한데 어우려 중국사로 간주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 그들은 실체도 확인되지 않는 기자조선을 들이대며 당시 기자조선은 주나라와 진나라에 복속돼 있었고, 위만의 정변으로 멸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이번에 출간한 ‘발해국사’에서는 “발해 건국의 주도세력이 고구려인이 아니라 말갈족이며 대조영 정권이 발해 초기 말갈을 정식국호로 채택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논문을 쓴 저자는 더욱 가관이다.
그는 논문에 “발해가 해동성국이란 이름을 가질 정도로 발전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면서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가진 말갈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우리의 역사를 철저히 농락하고 있다. 이래도 가만히 앉아서 언제까지 인내심으로 버틸 작정인가. 이젠 속시원히 되로 받은만큼 말로 갚아줄 때란 생각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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