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어민들은 고치고 기름치며 배 한 척을 수십 년씩 탄다. 후진국들이 원조로 받은 중고품 기관차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한참 단종된 부품을 어디선가 구해야하고, 수작업으로 만들어내는 ‘틈새공장’이 등장한다.
손바닥만한 공장에서 직접 주물을 뽑아 두드려 맞춘 제품이 과연 제 강도가 나오며, 그렇게 뚝딱 만들 수 있다면 “경쟁자가 난립하지 않는가”라고 물었더니, 자신만의 합금비율 노하우가 있단다. 강한 힘을 받는 피스톤에는 몰리브덴을 2% 섞는다던가.
공단으로 공장을 옮긴 H사장은 일취월장 성장했고, 자타가 인정하는 성실한 성품으로 십여 년째 공단이사장을 역임중이다.
치과에서는 은 아말감, 금 합금, 탄성 높은 교정용 스테인리스와 임플란트용 티타늄 등 많은 합금을 다루며, 또한 보철에는 주물제작이 기본이니, H사장과의 대화가 처음부터 쉽게 통한 것이다. 과거에는 금 백금을 섞어 합금을 치과에서 직접 만들어 썼는데, 점차 메이커 제품으로 전환되면서 의문점이 생겼다. 특히 도재치관에 쓰는 금합금은 어째서 순금가격의 4배가 넘는가. 공장을 견학하고, 유럽회사를 방문, 설명을 들으면서 의문이 풀렸다.
예를 들어 이리디움 같은 희귀금속은 극소량이지만 가격이 천문학적이요, 금속 배합의 로열티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이 미량의 첨가물이 강도와 열 저항을 높이고 부식을 억제한다. 메이커들은 2%를 빌미로 폭리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치과계에 첨단과학의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NHK 교향악단 초청공연.
피아노 비르투오소에서 마에스트로로 변신한 아담한 키, 곱상한 마스크의 아쉬케나지. 몸의 축에 전혀 흔들림이 없는 예쁜(?) 몸짓과 부드럽고 섬세한 지휘는, NHK의 모범적인 연주와 어울려 브람스 교향곡 제1번에 안성맞춤이었다. 다만 막이 내린 뒤 어딘가 2%쯤의 미진함이 남는다.
“일본은 성격부터 앙상블을 잘 맞춘다. 잘 걷는데 비해 잘 날지는 못한다. 한국은 잘 걷지는 못해도 때로는 잘 날아 다닌다.”
언젠가 정명훈씨가 한 얘기다.
철저하게 기초를 닦고 조직에 헌신하는 일본인의 성격대로 완벽에 가까운 합주지만, 2%의 불타는 정열이 아쉬운 것이다. 그러나 잘 새겨보자. 화려하고 정열적인 우리의 장점 뒤에 ‘98%의 무엇’이 가려져 있지는 않은지. 철저한 기초 닦기, 피나는 연습, 그리고 지휘자의 지휘봉 끝에 정확하게 집중되는 수많은 눈동자.
2%의 장점도, 배합기술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지 말자.
몰리브덴 2%는 순도 높은 98%의 강철에 섞였을 때에만 진가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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