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금지법 만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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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금지법 만든다고…

<금요논단>

  • 승인 2006-09-08 00:00
  • 이은성 전 서천교육장이은성 전 서천교육장
초등학교 교사가 1학년 어린이의 뺨을 때리고, 고등학교 교사가 지각한 학생 2명에게 100대 200대를 때려 사회문제가 되자 교육부는 학생 체벌 금지를 법제화하겠다고 한다.

현행법에도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사회 통념에 맞는 수준의 체벌을 인정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대부분의 체벌은 불법인 셈이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행위로 폭력을 행사한 교사와 지도 감독을 소홀히 한 당국자에게는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폭력이 사라지도록 다 함께 힘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는 체벌이 학교의 문화가 된 때도 있었다. 일본 제국주의 시대나 권위주의 시대의 군사문화가 영향을 미치고, ‘애들은 맞으면서 커간다’는 사회 통념이 이를 조장했다. 교사들의 안일한 대처와 학급당 학생이 60~70명이었던 것도 작용했다. 교무실에서 학생들이 매를 맞는 것은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이제 사회도 민주화하고 학교의 교육여건도 크게 개선되었다. 국민들의 의식도 바뀌고 교사들과 학생들의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비교육적 체벌도 많이 줄었다. 학생지도에 ‘무관심한 교사’의 문제를 걱정하는 분들도 있다. 교무실에서 심하게 매를 맞는 학생들은 거의 볼 수 없게 됐다.

비교육적 체벌이 사라져 가고 있는 데도, 사회에서는 체벌문제를 체벌이 일반화되어 있던 당시의 눈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42만 명이 넘는 교원과 800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있어 어느 때나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 큰 집단이라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 일부에서 일어난 특별한 사건을 그 사건만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일반화하여 교권을 흔들고 교육을 흔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

비교육적 체벌 즉 폭력이 없어져야 한다는 데는 모두 의견이 일치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인정할 수준인 사랑의 매에 대하여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어떤 경우에도 매를 대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대화만으로 학생을 지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사랑의 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교육은 학생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도록 이끌고 도와주는 것이다. 강요가 있을 수 있고 매를 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가정에서 자녀를 키울 때도 말을 듣지 않고 떼를 쓰고 말썽을 부릴 때 겁도 주어보고 화도 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매를 대는 경우도 있다. 자녀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고 올바르게 자라게 하기 위해서다. 학교교육도 다르지 않다. 가정교육을 확대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의 매가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해도 많은 역기능의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매를 댈수록 효과가 줄어들고 대화가 어려워지고, 때리는 것 자체를 학습할 수도 있다. 감정이 개입하기 쉽고, 기준이 있다고 해도 엄정하게 실행하기는 쉽지 않고, 학생이 받은 심리적 신체적 손상을 회복하기도 어렵다.

교사는 이러한 매의 역기능을 최소화하도록 심사숙고한 후 사랑의 매를 대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학생에게 매를 대지 않고도 지도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선생님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나 체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다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교육부에서 열린교육 열풍을 일으킨 적이 있다. 얼마 못 가서 열풍은 사라졌고 열린교육은 실패로 돌아갔다. 교육 문제는 교육으로 풀어야 한다.

이슬비에 옷이 젖듯이 차근차근 교육으로 풀어야 한다. 체벌 문제도 교육적으로 풀어야 한다. 법이나 행정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체벌 문제가 ‘체벌금지법’하나로 해결될 수 있다면 체벌 문제는 처음부터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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