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추억이 돼버린 청춘의 흔적들

  • 문화
  • 영화/비디오

어느덧 추억이 돼버린 청춘의 흔적들

18대 1… 전설적 쌈짱 이야기

  • 승인 2006-09-08 00:00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뚝방전설 감독:조범구 출연:박건형, 이천희, MC몽





"왕년에 말이야
나도 좀 놀았지…"
대한민국 싸나이치고, 술 한 잔 들이켜고 “캬, 왕년에 내가 말야…”로 시작하는 무용담 하나쯤 없는 사람 없다. 4대 1, 5대 1 싸움은 그야말로 왕년의 치기다. 영화 ‘비트’이후, 객기 부리는 객적은 소리도 17대 1, ‘대첩’은 돼야 한다.

‘뚝방전설’은 ‘18대 1’ 전설적 쌈짱의 이야기다. 폼 나게 추켜세우는 건 아니다. 지지리 궁상인 변두리 청춘을 아무 생각 없이 코미디에 얹어서 보여준다.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행복할까. 전설은 그들 청춘에 어떤 흔적으로 남았을까.

천하무적 쌈짱 박정권(박건형), 주먹은 앞서도 사실은 할 일이 없어 싸우는 기성현(이천희), 입이 뇌의 명령을 듣지 않는 ‘구강 액션’의 달인 유경로(MC몽), 이들 세 친구는 동네 뚝방을 장악하고 있던 뚝방파를 굴복시키고 ‘노타치파’를 결성한다.

졸업 후, 정권은 건달이 되려고 동네를 떠나고 친구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5년 뒤, 찜질방 노래교실 강사가 된 경로와 병원 방사선 기사로 일하는 성현 앞에 정권이 나타난다. 노타치파의 부활? 그러나 정권과 같은 조직에 있었던 이치수(유지태)가 뚝방파와 손잡고 동네 재개발에 나서면서 뚝방 사수를 위한 전쟁이 시작된다.

“전설 아닌 청춘이 어디 있겠는가.…우리의 전설이 사라지고 나면, 우리는 추억 하나 없이 서른 언저리로 가야 한다. 그럼 우린 너무 불쌍하다.…” 성현의 독백은 그들이 하필 왜 뚝방에 그토록 매달리는지 설명한다.

조범구 감독은 2년 전 독립영화 ‘양아치 어조’로 별볼일 없는 청춘들을 한 차례 탐구했었다. ‘뚝방전설’은 '’양아치 어조’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 방황하는 청춘, 3명의 주인공, 이들의 아픈 성장기를 거칠게 담아낸 화면, 내레이션으로 극을 이끌어 가는 점은 그대로다. 하지만 '뚝방전설'은 '양아치 어조' 보다 훨씬 재기발랄하고 개성이 흘러 넘친다.

자신은 “19대 1도 문제없다”는 구강 액션의 달인 경로나 “전국구 조폭되는 것이 서울대 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경험상의 진리(?)를 설파하는 낭만 조폭 두목 상춘(오달수) 등의 캐릭터는 신선하고 유쾌하다.

모래바람 분위기를 살리려고 보릿가루를 볶아 날렸다는 고등학생들의 패싸움 장면과 영화 후반부, 빗속에서 벌이는 이른바 ‘뚝방대첩’의 스타일리시한 액션은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코믹과 액션 누아르가 겉돌아 산만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무거워지는 호흡은 아쉽다. 철없이 폼만 잡는다는 소리를 피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전설로 남고 싶은 사내들의 마음이 그토록 무겁다는 걸까.
굵은 빗줄기 때문에 잘 보이진 않지만 ‘뚝방대첩’의 무대는 바로 대전천이다. 18세 이상.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