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오감을 자극하는 것들의 천국.
그중 서향(書香)은 코끝을 은은하게 물들이며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여준다.
침, 저녁으로 솔솔 불어오는 바람이 가을을 느끼게 합니다. 하늘을 바라봅니다. 너무나 청명한 하늘이 마음을 환하게 합니다. 따스한 햇빛이 온누리에 쏟아 집니다.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소리가 들립니다.
건물바깥으로 시선을 돌려봅니다. 여전히 녹음이 우거진 나무는 푸르기만 합니다. 대낮 매미의 울음소리가 그칠 줄 모릅니다. 가을이 오는 것을 시샘하는 지 더욱 왕성히 울어댑니다. 그래도 어둠이 깔리면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는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 합니다.
잠시 사색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책장으로 눈을 돌려봅니다. 학창시절 문학을 논하며 습작했던 노트가 꿎혀 있습니다. 책갈피를 빼내고 조용히 열어봅니다. 까까머리 중고교 시절 끄적거렸던 작품이 적혀있습니다. 내용을 읽어봅니다.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촌스러움이 배어있어 그런가 봅니다. 그래도 열정이 배어 있음을 발견합니다.
문학이란 무엇일까요? 문학은 인간이 자신의 직`간접 체험을 바탕으로 해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되, 언어를 수단으로 해 표현하는 언어예술이라고 하는군요.
그렇다면 문학은 언제부터 시작됐을 까요? 오늘날 문학이란 문자로 씌어져 주로 책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을 가리키지만 말로써 전해 내려온 문학, 즉 신화` 전설 설화 `민담 등도 구비문학이라고 하여 문학의 범주에 넣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문학의 기원은 인간의 역사가 문자로 기록되기 이전, 까마득한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문학은 미술의 기원으로 삼는 동굴의 동물벽화가 그러했듯이, 풍요를 기원하고 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담아서 말한 기도와 주문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동물을 많이 잡게 해주십시오’ ‘곡식을 많이 수확하게 해주십시오’ ‘홍수나 가뭄 같은 천재지변이 안 일어나게 해주십시오’ 하는 마음을 담아 손과 발로 장단을 치고 주문을 외우는 데서 음악 및 춤과 더불어 시(詩)가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원시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겠죠. 좀더 자세히 이야기해보면 원시농경사회에서는 해마다 풍년을 비는 제례의식을 가졌을 것이고, 그때 읊었던 주문에서 문학, 특히 시가 출발했을 것입니다. 또한 이성에게 구애를 표시할 때나 자연신에게 기도를 드릴 때도 특별한 언어활동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이같이 인간의 감성을 문자로 표현한 문학은 메마르기 쉬운 감성을 복돋아주는 등 삶의 윤활제 역할을 합니다. 누구나 문학에 대한 향수는 갖고 있겠죠. 소년소녀적 문학에 빠져든 경험도 있을 겁니다.
지금도 각종 문화센터나 대학 평생교육원에선 그저 문학이 좋아 시, 소설, 수필 등의 이론을 배우고 문학탐방에 나서는 중년층과 노년층의 시민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을 볼때면 평생교육시대에 시간을 되돌려 다시 예전의 문학소년, 소녀로 되돌아 간 모습을 발견하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싶은 계절입니다. 문학 이야기도 나누고 싶은 때입니다. 잠시 시간을 내서 문학을 체험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동구 주산동 대청호가는길 옆에 위치한 연꽃마을 글사랑 놋다리집도 그런 장소 중 한 곳입니다. 장덕천 시인이 꾸며놓은 집입니다. 이곳은 대전시민의 정서함양과 자연속 휴식과 대화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지난 98년 대전대 김용재교수가 작명해 김대현, 임강빈, 최원규 시인 등 이 고장 원로중진시인 30여명이 참석해 현판식을 갖고 청동빛 문학교실, 대학교 문예창작반 학습장, 문학단체 시낭송, 그림야외전시장 등으로 이용되고 있는 곳입니다. 박제천시인, 작가 유안진 등 전국의 많은 문인들이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문학의 향취를 접하고 싶은 시민들은 한 번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금산군 진산면에는 작가 이석구씨가 꾸며놓은 문학관도 있습니다. 이씨가 소장한 수천권의 도서와 글쓰기 작업실을 체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우리 고장에는 홍성의 만해 한용운 선생 생가터 등 당대 명망있던 문인들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장소도 많습니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역사현장속의 문학기행을 떠나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가을에는 풀벌레 소리와 함께 지친 심신의 피로를 풀고 문학의 향기에 젖을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