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증오의 극복에 앞장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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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증오의 극복에 앞장서야

<기고>

  • 승인 2006-09-07 00:00
  • 김영호 전교조대전지부 대변인김영호 전교조대전지부 대변인
최근 한 원로 언론인이 칼럼을 통해, 전교조가 우리나라 교육의 위기를 초래했다며 정부의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다. 무릇 언론인에게 사실 확인은 기본이다. 사실관계에 대한 엄정한 확인 없이 사회적 편견을 근거로 나름의 주장을 펼친다면 설득력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전교조 서울지부가 북한의 ‘선군정치 포스터’를 각급 학교 환경미화용으로 사용토록 권장한 사실을 확인해 보았는지 묻는다. 문제의 사진은 전교조서울지부 홈페이지의 자료실 사진자료에 지난 3월 12일 지부통일위가 ‘새 학기 환경미화 통일란 참고자료’란 제목 아래 올린 총 25매의 사진 중 하나로, 선군정치의 뜻과 함께 이북의 정치 포스터란 설명이 붙어 있다. 이 사진은, 병영국가인 북한의 경직된 정치체제를 매우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보는 이에게 환멸과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이 사진을 근거로 북한의 사상을 선전 옹호하려 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억측으로, 직접 찾아서 감상해 볼 것을 적극 권한다.

내친 김에 물어보자. 그럼 매주 방영되는 KBS의 ‘남북의 창’이나 MBC의 ‘통일전망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북한의 각종 정치 선전물도 결국은 전 국민에게 북한의 사상을 선전하는 것인가. 이미 작년에 MBC ‘느낌표!’의 남북 청소년 통일퀴즈대회에 “선군8경을 모두 쓰시오”란 질문이 나왔다가 ‘관동8경’으로 바뀐 것도, 우리 청소년에게 편향된 좌경교육을 한 것인가. 조선일보가 이런 왜곡보도를 하기 직전인 지난 7월 25일, MBC가 ‘통일전망대’에서, 조선 중앙TV의 김정일 위원장 군부대 시찰보도와 함께 ‘군관의 안해들’과 ‘시대는 축복한다’ 등의 북한 영화를 편집해 보여주면서, ‘선군정치란 군사력과 군대를 우선시하는 북한의 정치사상’이란 자막 해설과 함께 ‘선군’이 무엇인지 자세히 소개한 것은 또 뭐란 말인가.

아직도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조선일보의 통한문제연구소 사이트를 찾아보라. 북한의 원전자료 500여 개가 친절한 설명과 함께 실려 있는데, 아쉽게도 비판적 관점은 없다. 덧붙여 연합뉴스 사진자료에서 ‘선군8경’ 사진도 찾아보라.

이제, 노동자를 자처하며 데모나 하는 교사들 때문에 교육이 망한다는 우려에 대해 말해보자. 언젠가부터 노동절이 슬며시 근로자의 날로 바뀐 걸 보면, 노동이란 단어에는 비천하고 불온한 행위란 사회적 편견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인류가 노동을 통해 문명을 이룩하고, 지금도 대다수 사람들이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해 가고 있음을 보면, 노동이나 근로는 신성한 것이다. 더구나 근로소득세를 내는 우리 교사들이, 노동자로서의 기본적 권리를 누림은 마땅하다. 따라서 교사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에 만족하며 겸허하고 떳떳하게 살아가는 교육노동자를 자처할 때, 비로소 존경받는 스승이 될 수 있다. 결국 교사는 노동자이며 스승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동족상잔의 처참한 비극을 직접 겪은 세대들에게 북한은 여전히 두려운 괴물이다. 이 공포심을 과거의 독재정권이 국민통제수단으로 악용하면서, 반공주의는 국민 다수에게 깊이 내면화되었다. 게다가 일부 보수언론이 이에 편승해 진보세력에 대한 악의적인 공격으로 근거 없는 증오를 확산하면서, 반공의식의 극복은 이제 절실한 사회적 과제가 되었다.

하지만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의 급격한 진전으로 한반도 평화정착의 여건이 점차 조성되면서, 레드 콤플렉스의 아성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더 이상 과거의 기억에 천착해 증오심만 기르는 것은 민족공존과 번영의 미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민족에게 이념이 생래적인 것이 아니라 외부적으로 강요된 것임을 인정하면서, 증오의 기억을 떨쳐낼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증오의 극복에 언론이 적극 앞장서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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