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나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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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나의 아버지

<교육단상>

  • 승인 2006-09-06 00:00
  • 임경희  충남고 교사임경희 충남고 교사
어릴 적 나의 꿈은 신문기자였다. 하지만 긴 세월을 고교 교사로 살아왔다. 그런데 가정교사인 내가 지금 학교에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 ‘학교신문제작’이 있다. 우리 학교의 경우 계간으로 신문을 발간하는데, 나는 이 신문에 학생과 교사뿐만 아니라 가능한 학부모와 동창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까지 담으려고 노력한다. 바람직한 학교교육은 교육공동체가 서로간의 의사소통과 함께 아끼고 사랑하는 데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2000년 겨울이었다. 아버지는 폐암수술을 받고 성모병원에 입원해 계셨다.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병실을 지켰는데 그날은 딸 현지랑 함께 있었다. 창밖에는 눈이 펑펑 쏟아지고 병실 안은 가습기 증기소리만 들릴 정도로 적요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왜 엄말 신문기자 안 시키셨어요?”
아버지 다리를 주무르던 현지의 느닷없는 질문이었다. 당시 대전외국어고등학교를 재학 중이던 현지는 대학 진로를 고민하다가 문득 엄마 꿈을 꺾은 외할아버지 의도가 궁금해졌던 거 같다. 아버지는 잠시 조용하셨다. 나 또한 대답이 기다려졌다. 그러면서 속으로 “그래. 니 에미, 신문기자 안 시킨 것 후회 된다”라고 말하실 줄 알았다.

“…네 엄마, 신문기자… 오래 못 했을 거다.” 처음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시 곰곰이 되새겨보니 무슨 뜻인지 헤아릴 수 있었다. 그 깊은 의미를 깨닫게 되자 전율감으로 몸이 떨렸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회환이 밀려왔다.
“그래…. 그랬었구나….”

누구보다도 자식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는 부모만이 가질 수 있는 확신과 믿음이었다. 아버지는 일제시대 강경상고를 졸업한 후, 은행을 거쳐 검찰 공무원으로 퇴직한 뒤에는 법무사로 일하셨다. 당신의 직무에 성실했지만 매사 옳다, 그르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법률’에는 그다지 큰 매력을 갖지 못하셨던 것 같다. 신문방송학과로 대학 진학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이렇게 말씀하셨다.

“기자는 무슨 기자…. 신문기자는 누군가를 파헤치잖냐. 괴로운 일이다. 교사가 되라. 사람을 만드는 교사가 최고 직업이다.”

어렸을 때부터 유일하게 잘 하는 것은 글 쓰는 거였다. 그런데 아버지는 내게 교사, 그 중에서도 ‘가정과 교사’가 되라고 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굳이 가정과였던 것은 딸이 평범(?)하고 소박하게 살기를 원하셨던 거 같다.

당연히 ‘고루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아버지’를 이해 못했던 나는 늘 ‘가지 않은 길’을 동경했었다. 학생들이 진로상담을 해오면 거침없이 “네 인생이다. 네가 결정해라”고 말했었다. 아버지만큼 학생의 성격이나 직업의 미래까지 정확히 알고 있지도 또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너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라”고 조언(?)을 해온 것이다. 과연 그 학생들이 어떻게 살고 있을까 생각하니 조마조마해졌다.

그때부터였다.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두리번거리고 살아온 ‘그저 그런 교사’의 삶을 참회하게 된 것은…. 이듬해 가을날,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하지만 지금도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야하는 지를 일러주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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