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전도 비록 수원이 풍부하지는 못해도 자랑스러운 천(川)이 흐르고 있다. 목척교를 정점으로 하여 원도심을 관통하는 대전천은 오래전부터 한밭을 지켜온 역사의 증인으로, 시민의 젖줄이다. 여름 장마철에는 산내 쪽으로 올라 뜰채로 물고기를 잡았고, 겨울철 원동다리 인근에서 스케이트를 지치던 추억의 장소였다.
그러나 70년 초 도심개발이 제일인 행정이 자행될 때 중앙데파트와 홍명상가가 세워졌다. 78년인가 여름 대전천의 범람으로 인하여 시민들의 홀대를 받기 시작하여, 당초 약정기간인 20년이 지나 반환하게 되어있던 2004년에 이르자 충남도에서 대전시로 이전되면서 관련서류가 없어져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원시적 대응에 한숨만 내쉬었다. 하지만 둔산 등 신도심이 개발되면서 원도심의 위상이 급격히 위축되어, 지난 3월 상징물인 목척교를 재현하기 위한 철거관련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2008년부터는 철거에 들어가 ‘제2의 청계천’이 되도록 하겠다는 발표에 오랫동안 묵은 체중이 내려갔다.
대전을 대표하던 시인 박용래씨가 천변 포장집에서 막걸리를 드시고는 대전천을 바라보며 파리의 센강과 같다고 열변을 토하실 때에 당시 센강을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좁은 개천을 무슨 센강과 견줄까? 명성만으로 익혀 온 미라보 다리가 어떻게 생겼기에 목척교와 견주는 것일까? 하고 의아해 했다. 하지만 막상 파리를 방문해 보니, 센강의 강폭이 대전천 정도밖에 되지 않고, 놓여진 다리들이 모두 큰 것은 아니었다. 물론 센강은 수량이 많아서 유람선을 띄우고 수상족이 살아갈 정도지만, 대전천도 맑은 물만 많이 흐른다면 그 못지않을 것이다. 지금보다 수위가 몇 미터만 깊어도 뱃길을 만들 수 있을 테고, 최근 철새들이 날아드는 모습을 보면 머지않아 낚시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한다.
숨겨진 이야기지만 대전천이 어느강 못지않게 수량이 많게 계획된 적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부터 계획되어온 대청댐이 착공시 계획대로 시행만 되었다면, 아마 지금쯤 대전천에서 뱃놀이가 가능했을 것이다. 대청댐의 수위가 일정 높이에 도달하면 세천수원지로 물이 역류되어, 이 물이 지하 수로로 식장산을 지나 산내쪽으로 자연스럽게 통수가 되어 많은 물이 대전천으로 흐르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70년 초 착공 되자마자 옥천지역 유명인의 집이 침수된다하여 수위를 낮게 변경 시공하는 바람에 자연배수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 대전천으로 많은 물이 흐르게 하려면, 인공적으로 물을 끌어 올려야 되기 때문에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하긴 47년 만에 복원된 서울 청계천도 하루에 12만t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연간 8억7000만 원의 전기료를 소모하고 있다 하는데, 앞으로는 우리 대전의 경제규모가 그 정도를 감당하리라 믿는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업도시 울산의 태화강에서 수영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많은 시민단체의 노력을 부러워했다. 이제 우리도 할 수 있다. 인위적인 복원보다는 자연친화적인 생태하천공원 조성을 원칙으로 역사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살린다는 야심에 찬 계획이 곧 바로 실행되길 바란다. 많은 수심을 확보하면서 생태계를 보존하고, 2차오염이 영원히 사라지는 대전천으로 가꾸어야 한다. 그래서 시민의 젖줄인 대전천을 건강하게 살려야, 우리의 미래가 튼튼해지고 덩달아 경제가 활활 살아날 것이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뿐이라고 꾸짖을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하나씩 제자리로 돌려가면서, 어렵던 과거를 밝은 미래의 등불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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