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과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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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과 FTA

<사이언스칼럼>

  • 승인 2006-09-05 00:00
  • 양맹호 한국원자력연구소 책임연구원양맹호 한국원자력연구소 책임연구원
FTA, 즉 ‘자유무역협정’은 최근 국민들에게 친숙해진 용어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는 관세동맹, 지역무역협정(RTA)의 하나로 양자간 자유무역협정 창설을 허용하고 있다. 2006년 3월 현재 체결된 300개 이상의 지역무역협정 중 70%가 자유무역협정으로 관련 교역 규모도 세계 교역량의 50%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대단하다.

FTA는 관세 철폐, 내국인 대우, 최혜국 대우 등 국경간 교역에서 무역 장벽을 제거하고 자유 경쟁 체제로 시장을 개방하는 것을 의미한다. FTA 체결은 상품과 서비스의 경쟁 우위에 따라 해당 국가의 산업 전략과 통상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8년 11월 칠레를 상대로 최초로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시작한 이래 2006년 5월 현재 14개국과 FTA를 체결하였고 현재 20여개국과 동시 다발적으로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미국과 FTA 협상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타임’지가 지난해 11월 한국 경제 관련 특집에서 ‘근육을 사용하던 한국이 이제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고 표현한 것이 떠오른다.

중국이 쫓아오고 세계 경제가 한 몸처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글로벌화의 흐름 속에 한국 경제가 ‘근육을 사용하는’ 과거의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로는 저투자`저성장`저고용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암시가 담긴 말일 것이다.

FTA 협상과 관련해서 원자력 산업, 특히 우라늄 등 핵연료 관련 분야는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다른 광물과는 달리 우라늄은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핵비확산 통제가 국가 및 국제 체제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첫번째 특징이다. 공급 측면에서 편중도가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높다는 점도 또다른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공급자와 수요자간 분쟁해결 체제가 미비하다는 것도 원자력 산업 분야의 특수성이다.

과거 다자간 시장개방 협상 논의는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서비스 교역에서의 일반 협정(GATS)에 기본을 두고 있다. 이들 협정은 ‘핵분열성 물질과 이의 파생물질 등’의 교역은 안보상의 이유로 제외해왔기 때문에 원자력 교역 개방 협상은 WTO 체제에서도 제외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역분쟁이 발생한 경우 다자간 해결기구가 없으며 수출입국 당사국간 양자간 협상과 협정을 통하여 해결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다국적 원자력 산업체들은 핵연료 완제품과 천연 우라늄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개방 적용의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핵비확산조약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 원자력 수출 통제, 에너지 안보 및 안전 문제 등 국제 체제와 국가의 규제 및 제한 조치 때문에 원자력 시장이 개방되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장애가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31개국이 원자력 발전을 이용하고 전세계 전력 소비의 16%를 공급하고 있을 만큼 원자력 이용 개발은 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다. 그러나 우라늄 등 핵물질과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 기술 등 ‘민감 기술’의 교역은 국제적인 감시 대상으로 묶여있다. 더욱이 9?1 테러 이후 국제적으로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위한 규제와 제한 조치들이 강화되고 있어 FTA 협상 논의에서 원자력 분야는 당분간 계속 제외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 산업이라고 언제까지 ‘협상 유보’의 그늘에 서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국제적으로 통합된 원자력 관련 규제체제가 구축되고 공정한 경쟁이 보장될 경우 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원자력도 일반 품목처럼 개방대상으로 논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계 6위권 원자력 기술 선진국인 우리나라 원자력계의 장기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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