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옅어지지는 않았지만, 창을 넘어온 바람은 가을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가을에 미술계는 결실을 수확하듯, 지난 한 해를 정리하는 것처럼 활발한 전시가 이뤄진다. 그리고 가을에는 우리 미술계의 오랜 관례처럼 단체전시회가 편중되는 성향을 보여 왔다.
하지만 근래는 봄과 가을로 양분되기도 하고, 작금에 와서는 계절과 시기에 관계없이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미술단체가 많이 설립되었고, 화랑과 미술인의 증가에 따른 효과 같지만, 무엇보다 미술인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활발해졌다고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단체의 성립에 있어 배경으로는 지연, 학연, 장르, 성격, 종교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단체라는 성격상 그 목적으로는 친목과 미술운동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렇게 배경과 성격이 갖추어 졌다면, 그 특징을 부각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단체명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단체명은 구성원의 공동 목표를 표현하거나, 함축된 의미를 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중요성 때문에 구성원들은 협의에 협의를 거쳐 심사숙고하기 마련인데, 이런 진통을 겪고 협의되어 결정된 단체명은 모든 구성원을 대표하는 언어로 자리 잡게 되다. 단체는 이 단체명을 필두로 주기적인 정기전, 기획전 등을 개최함으로써 회(回)를 거듭하는 역사를 만들어 간다. 그리나 회를 거듭하는 역량으로만 단체전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때론 특정 기획자에 의해 불규칙하게 개최되거나, 일시적인 의기투합으로 소수의 미술인들이 결성한 이벤트적인 전시가 개최되는 양식(樣式)도 단체전의 범주(範疇)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형태의 전시라도 그 전시에는 목적이 있다. 그 목적은 포괄적으로 개인이나 단체의 작품세계를 알리고, 그 노력에 따른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다.
이점 때문에 단체전은 개인보다는 동일한 목적으로 통합된 회(會)를 성립함으로써 더욱 강하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에 무게를 실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뜻을 같이하는 미술인들의 의지와 의기가 반영됨으로서 주관적인 정체성을 가늠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모습도 담고 있다.
지금 우리지역에서 크고, 작은 단체전이 열리거나, 준비 중이다. 그 단체전시회의 배경과 목적을 알고 그 의미를 찾는 다면 이 가을이 풍성할 것 같다. 그 예로 제17회 자리매김展은 대전`충남 소재 한국화 작가들이 미적 교류를 통하여 지역 미술문화 형성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결성된 그룹전으로서, 제작자와 관람자간의 공감대 형성을 ‘자리매김’한다는 목적의 직접적인 의미를 단체명에 담고 있다.
또한, 이공갤러리에서는 제8회 Opening展이 열리고 있는데, ‘Opening展’은 목원대학교 미술학부 동문들이 주관적인 시각과 형이상학적인 사유와 직관으로 새로운 예술세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현재 진행형을 명칭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밖에 9월에는 ‘멀리서 느리게 오는 걸음’展, ‘신개념`전환’展, ‘탈상투’展, ‘제당묵연’展, ‘10인’展 등이 준비되고 있는데,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 이다.
가을은 풍요를 대변한다. 지금 도시 일각(一角)에서 풍성하게 펼쳐진 단체전시회…. 그들이 말하고자하는 메시지를 경험하고, 추리하는 것만으로도 관람자는 풍성한 밥상을 차리게 될 것이다. 오늘 이 글을 보는 여러분이 그 밥상의 주인이 되어, 당차게 미술의 세계를 활보하는 모습을 기대하면서 9월에 열리는 단체전들을 소개해 본다.
자리매김 전 8.31~9.6 롯데화랑, opening전 8.31~9.6 이공갤러리, 멀리서 느리게 오는 걸음 9.7~13 유성갤러리 , 신개념`전환전 9.6~20 한밭도서관 전시실, 탈상투전~예술가들의 선택 9.7~13 롯데화랑, 제당묵연전 9.19~23 평송 청소년수련원 전시실, 10인전 9.22~28 타임월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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