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통계청은 자동차파업과 예년보다 길었던 장마 등의 영향이라고 밝혔다. 뒤이어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제조업 업황 실사지수(BSI)는 72에 그쳐 전월에 비해 5포인트 떨어져 2004년 12월 71P 이후 2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실물지표 부진에 이어 심리지표도 악화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9월 업황전망 BSI는 전월(79)에 비해 5P 오른 84를 보여 5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9월에도 여전히 경기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는 기업이 많다는 것은 수치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편, 8월 초 발표된 7월 소비자전망조사 결과도 경기전망을 어둡게 했다. 6개월 후의 경기, 생활형편, 소비지출 등에 대한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기대지수가 3개월 연속 기준치 100을 밑도는 94.3을 기록해, 작년 1월 92.5 이후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제조업 창업도 극히 부진하다. 중소기업청의 신설법인 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제조업 신설법인은 407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5505개보다 26.1%나 줄었다.
전경련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기업경기조사 결과도 4∼5개월째 하락 추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2분기 성장률을 끌어내린 ‘주범’으로 지목되는 건설업의 체감경기 악화는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6월 건설경기 BSI는 55.7로 전월보다 무려 17.4포인트 급락했다.
그러나 정부는 일련의 부진한 지표에 대해 아직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한 것은 아닌 만큼 기존의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재정경제부는 8월 중 실물지표는 수출과 소비 등 현재까지 파악된 지표를 감안하면 6월 수준으로 회복할 전망이라고 했다.
한편,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기한 자동차파업과 집중호우의 영향만으로 각종 지표들의 낙폭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하반기 경기가 본격 하강기에 들어선 것으로 진단했다. 민간에서는 실물경기와 체감경기의 동반추락으로 정책 대응시기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각종 경제지표에 비상등이 켜졌지만 정부는 여전히 현재의 경기흐름은 견실하다며 낙관론을 펴고 있다.
내수가 괜찮고 대외여건도 그다지 나쁘지 않아 당초 설정한 5%대 경제성장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여당에서조차 적극적인 경기진작책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이지만, 정작 정부는 기존 재정의 하반기 투입 확대 외에 추가적인 재정확대는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경기는 결국 그 사회에 속한 경제주체들의 향후 경기에 대한 기대심리에서 비롯되는데 막강한 방향키를 쥐고 있는 정부가 향후 각종 경제정책 및 경제동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당면한 쟁점사안들에 대하여 투명하고 일관성있는 로드맵을 분명히 제시함으로써 경제주체들이 일정 수준 예측가능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대내적 경영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특히 격변하는 환경 속에서 대내외적 위험요소를 함께 안고 있는 기업입장에서는 현재의 불확실한 경제여건 하에서 과연 투자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겠는가를 반문해 볼 때 정부가 현 위기상황에 대한 인식전환이나 소득`소비 증대 등을 위한 구체적인 기업투자 유인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현 경기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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