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구 언론인 |
해서 나는 가까운 곳은 걸어서 먼 곳은 시내버스를 타고 70평생을 살아왔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대전시내에 차가 많지 않아 공기가 깨끗하고 시끄럽지 않아서 걸어다니기 좋았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부터 차가 부쩍 늘어나면서 걸어다니는 무차족(無車族)들은 지청꾸러기가 돼버렸다. 길을 내거나 넓혀도 자동차 다니기 좋게 만들고 사람들이 걸어다니기에는 불편하게 만들었다. 교통신호, 건널목도 모두 자동차 잘 달리게 배려했다.
그래도 차 타는 사람보다 걸어다니는 사람 머릿수가 많으니까 시내버스를 많이 늘렸는데 그게 타는 사람 생각은 쥐뿔만큼도 안하고 저희들 돈벌이에만 눈이 벌겋게 돼 원망이 자자하자 공영제라고 해서 시민 세금을 왕창 쑤셔 넣으면서 제발 시끄럽지 않게 하라고 했으나 회사별 노선고정 운영제만 바뀌었을 뿐, 요금 매년 인상, 무정차, 통과 운행시간 위반, 불친절 따위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시내버스 잘 다니게 한다고 곳곳에 전용차도를 만들었으나 거기엔 자가용차들이 제멋대로 주저앉아 있으니 있으나 마나이다.
시내버스 타지 않고 걷거나 자전거로 다니는 사람들을 위해 대전시는 몇해 전에 ‘걷고 싶은 거리 조성사업’을 한다고 외쳤는가 하면 ‘자전거 전용로 개설 사업’을 벌였다. 이것도 걸어다니거나 자전거 타는 사람 눈으로 보면 맹탕 헛놀음이다. ‘둔산 특별구’를 제외한 시내 거의 모든 지역의 인도는 걸어다니기에는 너무도 힘들다.
찻길만 있고 인도가 없는 도로가 많고 인도 폭이 비좁은가 하면 블록은 울퉁불퉁하고 각종 표지판, 입간판 그리고 불법 주정차한 수많은 자동차, 건축자재 따위로 한눈팔다가는 이마에 혹 붙이기 십상이다. 자동차 서지 말고 잘 달리자 하고 건널목은 자꾸 없애고 대신 육교나 지하도를 만들어 놓았는데 어린이나 노인, 장애우 들에게는 ‘걷고 싶은 거리’가 아니라 ‘걷고 싶지 않은 거리’가 되고 있다.
자전거 전용로는 다른 나라의 경우 자동차 도로에 붙여 만드는데 우리는 얼마나 자동차를 위하는 마음이 끔찍한지 자동차 도로는 바늘만큼도 축낼 수 없어 인도를 쪼개서 조성했다.
가뜩이나 고양이 마빡만한 인도를 짜개서 사람 다니는 길 자전거 다니는 길을 만들고 보니 사람이나 자전거나 죽을 맛이다. 이런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골칫덩어리인 자전거 전용로를 만드는 데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으니 가슴터질 일이다. 몇 조원을 들여 개통한 도시철도는 참 좋다.
다만 그 좋은 운송수단을 이용하는 게 고작 판암동이나 둔산 사람 일부일뿐 나머지 80%이상의 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니 있으나 마나이다. 1호선에 이어 2호선, 3호선 이렇게 시내 이곳저곳을 두루 이어주는 도시철도가 많이 생겨나야 대중운반수단으로 제 구실을 다할 것인데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하대세월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150만 시민가운데 차 가진 사람보다는 차 없는 사람이 더 많다. 그럼에도 차들이 빚어내는 대기 오염, 소음공해 그리고 교통사고 따위로 우리네 생활환경은 나날이 악화되어 가고 있다. 300억원 가까운 세금을 들여가며 시내버스 공영제를 시행하고 막대한 돈을 들여 차로를 넓히고 공영주차장을 만드는데 애쓰기보다는 이용하기 편한 대중교통수단, 걸어다니고 자전거 타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대전시는 눈을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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