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없는 사람들이 더 많다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차없는 사람들이 더 많다

<시 론>

  • 승인 2006-08-31 00:00
  • 이정구 언론인이정구 언론인
나는
▲ 이정구 언론인
▲ 이정구 언론인
타고 다닐 차가 없다. 한 집에 세 사람에 한 대꼴이라는 자가용이 없는 것은 비산유국이니 환경오염이니 하는 무슨 거창한 대의명분에 충실하려는 것이 아니라 천만원대가 넘는 많은 돈을 주고 차를 살 처지가 아닌 데다, 설혹 차가 생겼다 해도 보험료, 세금, 주차료 정비비 따위의 소소한 지출에다 ℓ당 1500원 이 넘는 비싼 기름값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서 나는 가까운 곳은 걸어서 먼 곳은 시내버스를 타고 70평생을 살아왔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대전시내에 차가 많지 않아 공기가 깨끗하고 시끄럽지 않아서 걸어다니기 좋았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부터 차가 부쩍 늘어나면서 걸어다니는 무차족(無車族)들은 지청꾸러기가 돼버렸다. 길을 내거나 넓혀도 자동차 다니기 좋게 만들고 사람들이 걸어다니기에는 불편하게 만들었다. 교통신호, 건널목도 모두 자동차 잘 달리게 배려했다.

그래도 차 타는 사람보다 걸어다니는 사람 머릿수가 많으니까 시내버스를 많이 늘렸는데 그게 타는 사람 생각은 쥐뿔만큼도 안하고 저희들 돈벌이에만 눈이 벌겋게 돼 원망이 자자하자 공영제라고 해서 시민 세금을 왕창 쑤셔 넣으면서 제발 시끄럽지 않게 하라고 했으나 회사별 노선고정 운영제만 바뀌었을 뿐, 요금 매년 인상, 무정차, 통과 운행시간 위반, 불친절 따위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시내버스 잘 다니게 한다고 곳곳에 전용차도를 만들었으나 거기엔 자가용차들이 제멋대로 주저앉아 있으니 있으나 마나이다.

시내버스 타지 않고 걷거나 자전거로 다니는 사람들을 위해 대전시는 몇해 전에 ‘걷고 싶은 거리 조성사업’을 한다고 외쳤는가 하면 ‘자전거 전용로 개설 사업’을 벌였다. 이것도 걸어다니거나 자전거 타는 사람 눈으로 보면 맹탕 헛놀음이다. ‘둔산 특별구’를 제외한 시내 거의 모든 지역의 인도는 걸어다니기에는 너무도 힘들다.

찻길만 있고 인도가 없는 도로가 많고 인도 폭이 비좁은가 하면 블록은 울퉁불퉁하고 각종 표지판, 입간판 그리고 불법 주정차한 수많은 자동차, 건축자재 따위로 한눈팔다가는 이마에 혹 붙이기 십상이다. 자동차 서지 말고 잘 달리자 하고 건널목은 자꾸 없애고 대신 육교나 지하도를 만들어 놓았는데 어린이나 노인, 장애우 들에게는 ‘걷고 싶은 거리’가 아니라 ‘걷고 싶지 않은 거리’가 되고 있다.

자전거 전용로는 다른 나라의 경우 자동차 도로에 붙여 만드는데 우리는 얼마나 자동차를 위하는 마음이 끔찍한지 자동차 도로는 바늘만큼도 축낼 수 없어 인도를 쪼개서 조성했다.

가뜩이나 고양이 마빡만한 인도를 짜개서 사람 다니는 길 자전거 다니는 길을 만들고 보니 사람이나 자전거나 죽을 맛이다. 이런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골칫덩어리인 자전거 전용로를 만드는 데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으니 가슴터질 일이다. 몇 조원을 들여 개통한 도시철도는 참 좋다.

다만 그 좋은 운송수단을 이용하는 게 고작 판암동이나 둔산 사람 일부일뿐 나머지 80%이상의 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니 있으나 마나이다. 1호선에 이어 2호선, 3호선 이렇게 시내 이곳저곳을 두루 이어주는 도시철도가 많이 생겨나야 대중운반수단으로 제 구실을 다할 것인데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하대세월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150만 시민가운데 차 가진 사람보다는 차 없는 사람이 더 많다. 그럼에도 차들이 빚어내는 대기 오염, 소음공해 그리고 교통사고 따위로 우리네 생활환경은 나날이 악화되어 가고 있다. 300억원 가까운 세금을 들여가며 시내버스 공영제를 시행하고 막대한 돈을 들여 차로를 넓히고 공영주차장을 만드는데 애쓰기보다는 이용하기 편한 대중교통수단, 걸어다니고 자전거 타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대전시는 눈을 돌려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