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와 도박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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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와 도박의 경제학

<경제칼럼>

  • 승인 2006-08-28 00:00
  • 최효철 대전대 경제학과 교수최효철 대전대 경제학과 교수
전국이 ‘바다이야기’로 시끄럽다. 한여름에 ‘바다이야기’라, 정말 정감 있는 말이 아닌가. 듣기만 해도 더위가 반은 가시는 듯 하다. 뜨거웠던 여름 해변에서의 약간의 로맨틱한 추억들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는 사람들도 적지 않으리라.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제는 ‘바다이야기’에서 더는 그런 낭만적인 감정을 얻기가 힘들 것 같다. 그 대신 성인오락실, 노름, 조폭 따위의 살벌한 단어들을 먼저 연상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바다이야기’에서 파도소리와 여름의 아련한 추억을 앗아가 버린 것, 그것만으로도 이번 일에 책임 있는 사람들의 죄가 결코 작지 않다.

도박이란 무엇인가? 카지노나 경마장, 또는 ‘바다이야기’ 등을 우선 떠올리겠지만 사실 도박의 범위는 매우 넓다. 경제학에서는 ‘불확실한 큰 이익을 기대하면서 확실한 자산 (현금 등)을 걸고 내기를 하는 것’을 도박으로 정의한다. 복권을 사는 행동도 일종의 도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도박을 하는 걸까? 도박은 흔히들 이야기 하듯이 어리석은 또는 비합리적인 행동일까? 돼지꿈을 꾼 다음날 로또를 한 번 사보는 사람과 고래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바다이야기’게임기에 지폐를 하염없이 집어 넣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다른가?

도박에 참여하는 행위도 일종의 경제적 선택임에는 틀림 없다. 도박에의 참여 여부는 도박의 결과로 부터 얻어지는 기대효용에 의해 결정된다고 경제학에서는 설명한다. 도박에서 예상되는 결과 즉, 기대수익 자체는 승률과 시상금만 알면 쉽게 통계적 또는 수학적으로 계산될 수 있다.

예컨대 100원을 걸고 승률 50%인 내기를 해서 이기면 100원을 따고 지면 건 돈 100원을 잃게 되는 도박의 기대수익은 정확히 0원이다. 즉 통계학적으로는 하나마나한 게임인 것이다. 그러나 이 도박에도 참여하는 사람과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나뉘게 된다.

그 이유는 기대수익이 동일하더라도 그 기대수익으로 부터의 효용, 즉 기대효용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이길 경우 따게 될 돈에서 얻게 될 만족의 증가분보다 질 경우 잃게 될 돈에 의한 만족의 감소분이 더 크다고 느낄 수 있는데 이런 사람은 도박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사람을 위험회피자라고 하며 일반적으로 대다수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이길 경우의 늘어난 소득에서 얻게 될 만족이 질 때의 소득상실에 따른 만족 감소를 압도하는 선호체계를 가진 사람 즉 위험애호자는 도박에 참여하게 된다. 위험애호의 정도가 큰 사람들일수록 기대수익이 낮은 도박에까지 참여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그런데 위험에 대한 태도는 전적으로 개인적인 취향의 차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회경제적 또는 인구학적 특성에 의해 더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대체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위험에 대해 보수적이 되는 경향이 있다. 또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위험회피적이 되고,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위험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일단 도박에 참여하여 돈을 잃게 되면 자연 소득이 더 낮은 상태에 빠지게 되므로 위험애호적 특성은 더욱 강화될 수 밖에 없다.

즉, 도박은 중독성을 갖는다. 이러한 사실은 도박에 빠지게 되는 사람들이 주로 누가 될 것인지, 왜 도박이 단순한 개인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고려와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하는 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도박산업은 저소득층의 절박한 처지를 수입의 주된 근거로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들을 더욱 열악한 처지로 내몰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철저히 비도덕적이다. 차제에 각종 복권사업, 경마, 경륜, 경정, 강원랜드 카지노 등 이미 합법화되어 있는 모든 도박산업에 대해서도 원점에서 되돌아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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