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훈련과 청소년들의 국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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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훈련과 청소년들의 국가관

<월요아침>

  • 승인 2006-08-27 00:00
  • 가기산 서구청장가기산 서구청장
▲ 가기산 서구청장
▲ 가기산 서구청장
지난 23일까지 을지훈련이 치러졌다. 을지문덕 장군의 이름에서 유래하는 을지훈련은 말 당초는 전쟁시를 대비한 훈련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을지훈련은 피아가 구분이 안 되는 테러에 대한 훈련을 도입하면서 이젠 명실상부한 국가 비상사태에 대비한 총체적인 훈련이 되었다.

유비무환의 자세로 준비하지 않으면 결국 당황하게 되고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 결국 피해는 국민 전체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차원에서 진행되는 을지훈련이 북한에 긴장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일각에서는 폐지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라는 국민 스스로 지켜야 하고 결코 남이 지켜주지 않는 다는 관점에서 보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는 있겠으나 폐지는 위험할 수도 있다. 우리의 현실은 폐지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지난 8월15일 광복절을 앞두고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청소년개발원과 중국의 청소년정치학원 청소년정책연구소, 일본의 쇼케이 대학원 대학이 공동으로 참여해 한.중.일 3국의 청소년 의식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쟁이 일어났을 때 앞장서서 싸우겠다는 일본 청소년들의 비율은 41.1%로 제일 높았고 중국과 한국은 14.4%와 10.2%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전쟁 시 외국으로 출국하겠다는 청소년은 한국이 10.4%로 중국 2.3%, 일본 1.7%에 비해 훨씬 많았다는 것이다. 이 조사에서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묻는 질문에서는 중국청소년 중 60%가 ‘스스로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해 3국 가운데 최고의 자긍심을 보여줬다.

일본은 21.5%에 불과했으나 한국청소년 중에는 37.7%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답해 중국보다는 약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인이란 것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결과를 보면서 한쪽에서는 국가의 비상사태에 대비해 땀을 흘리며 밤새 전략을 짜내느라 고생하는데 우리 청소년들은 나라밖으로 피신할 생각만 한다는데 씁쓸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슬프기도 하다.

젊은 시절 우리들의 가슴에는 배달민족의 얼과 단군 자손의 혼을 생각하며 기꺼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한다는 결연한 생각을 가졌었으나 정작 나의 자식들에겐 그런 생각을 제대로 이어주질 못했다는 죄책감이 가슴 한 편에서 솟아오른다. 이 조사는 가상의 적이 누구인지를 구분하지 않아 주 전쟁 상대로 북한을 상정하고 있는 우리 청소년의 생각을 일본이나 중국 청소년의 생각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조사 결과는 지구상 유일 분단지역,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들 청소년들이 역사적.공동체적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안보 불감증과 병역 기피증에 물든 어른들 때문이라고 본다. 북한이 마구 미사일을 쏴대는 데도 전혀 긴장하지 않는 어른들을 보고 아이들은 ‘한반도엔 전쟁이 없다’는 인식을 하기 십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을 가정해 싸움터에 나갈 생각을 왜 하겠는가. 또 가진 사람들이 자기 자식 군에 안 보내려고 안간힘 쓰는 모습을 보고 청소년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우리는 아직도 ‘절반의 광복’밖에 이루지 못했다. ‘제2의 광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여기엔 청소년들의 투철한 국가관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리고 청소년 국가관 바로세우기는 전적으로 어른들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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