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경우 교향악단과 합창단은 홍보 과정에서 악단과 지휘자에 대해 ‘세계적’, ‘거장’ 또는 이와 유사한 의미의 용어를 사용하여 홍보와 마케팅을 전개해 왔다. 그리고 그 홍보 전략은 시민에게 먹혀 들었다. 많은 시민이 우리의 시립악단과 지휘자를 세계적이고 거장으로 이해하고 사랑에 빠졌다. 고무적인 현상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성공한 홍보 전략이 현실을 혼돈시키는 전략이 되고, 악단과 지휘자가 자신들이 실제 그런 것처럼 행동한다면 지역 음악계는 초라해질 것이다. 그래서 세계적인 시립악단과 거장은 지역 음악가들과의 무대를 한 번도 마련하지 않았는가? 과연 홍보 전략처럼 시립악단은 세계적일까?
2004년 교향악단은 미국 공연을, 2005년 합창단은 독일 공연을 가진 바 있다. 이를 통하여 그들의 홍보처럼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었는지 살펴보자. 교향악단의 미국 순회공연은 교향악단이 자체적으로 기획한 순회공연이었고, 관객의 상당수는 현지 교포들로 채워져 있었다. 열광한 것은 교포였고, 미국 메이저 오케스트라와의 비교 대상으로서 시향은 주목받지 못했다.
합창단은 세계적 음악축제인 독일 라이프치히 바흐 합창페스티벌에 초청받아 간 것으로, 외국의 유수 합창단과 같은 무대에 서면서 비교되었다. 바흐협회가 있고, 게반트하우스라는 세계적 공연장과 오케스트라를 가진 라이프치히의 시민들은 대전시립합창단의 연주력에 경의를 표했다.
그 경의는 파이널을 장식하는 페스티벌의 연합합창에서 주최측이 미리 선정해 놓았던 외국합창단 지휘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대전시립합창단의 지휘자에게 연합지휘권을 넘기는 현상으로 나타났으며, 참가한 각국의 합창단으로부터 초청제의가 쇄도했다. 외국 공연에서 전개된 상황은 두 시립악단의 진정한 국제적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필자는 대학원에서 예술경영학과 예술경제학을 강의한다. 때문에 홍보와 마케팅이 공연의 성공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자신들이 가진 능력보다 포장을 화려하게 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한다. 그러나 홍보가 지나쳐 애호가에게 최면을 걸으려 하지 말라. 최면을 걸고 그들을 통하여 지역음악사회에 군림하려 하였기 때문이다. 예산과 정치적인 면에서 최면을 걸 수 있는 홍보 능력이 없는 지역민간악단과 음악가들은 초라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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