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쓰레기, 청소 들어간다

  • 문화
  • 영화/비디오

인간 쓰레기, 청소 들어간다

예의없는 것들 (신하균, 윤지혜)

  • 승인 2006-08-25 00:00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마음약한 킬러 ‘킬라’ 웃기기까지
신하균·윤지혜 등 열연도 돋보여





‘예의없는 것들’은 좀 엉뚱한 영화다. 그러나, 하지만 같은 앞 말
을 뒤집는 부사들을 연달아 붙여야 설명이 가능하다.

겉모양은 영판 사회고발극이다. 영화 속의 예의 없는 것들은 부패한 정치인, 돈만 밝히는 목사와 대학교수, 가난한 이들을 괴롭히는 불법 재개발업자 등 사회에 반칙을 일삼는 자들이다. 킬러는 이들의 가슴에 칼을 꽂는다.

그러나 정작 영화는 예의 없는 것들의 비리를 고발하고 설명하는데는 인색하다. 그러니 느닷없는 비리 권력층을 향한 심판은 개운한 쾌감이 없다. 섬뜩하면서 씁쓸하다.

영화의 관심은 온통 킬러의 개인사에 쏠려 있다. 곱슬머리에 시커먼 선글라스, 가죽옷을 입은 말없는 침묵의 사냥꾼. 폼도 그럴 듯 하고, 예의 없는 것들만 분리수거한다는 나름의 원칙도 있다. 하지만 뭔가 어설프다. 이름은 킬라다. ‘에프 킬라’의 그 킬라.

혀 짧은 발음이 ‘쪽 팔려’ 아예 입을 다물었다. 소원이 있다면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헤어진 첫사랑을 찾아 멋진 한마디를 건네는 것. 1억원만 있으면 혀 수술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킬러가 됐다. 그러나 시를 쓰고 버려진 아이를 거두는 맑은 영혼을 가진 그가 킬러로 성공하기란 애당초 될 일이 아니었다. 실수투성이에 어줍은 그의 행동은 우습다.

여기까지 종합해보면 사회고발성 짙은 블랙코미디 쯤으로 읽힌다. 그러나 방점이 찍히는 건 사회고발이 아니라 코미디다. 한 술 더 뜨는 건 말없는 주인공을 대신한 ‘마음 속의 화자’, 내레이션이다. 킬라가 여자와 관계를 갖기 전에 그녀가 물을 먹이자, “소도 잡기 전에
물을 먹인다던데…”하는 식이다. 웃음은 여기서 터진다. 박장대소? 아니다. 실소(失笑)다.



킬라에게 육탄공세를 퍼붓는 끈적녀가 붙으면서 외롭던 생활에 변화가 생긴다. 귀가길에 마주친 꼬마도 함께 살게 되면서 킬라의 계획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킬라의 내면을 온전히 따라가는 재미는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개인사에 집중하면서 뭘 말하려 했는지 길을 잃는다. 킬라와 끈적녀를 제외한 주변인물들은 색이 바랬고 도발적인 설정에 비해 드라마도 너무 다소곳해졌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말 못하는 자의 심경을 기막히게 그려냈던 신하균은 이번에도 말없는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핏발 선 눈과 입가의 주름으로 그려내는 변화무쌍한 표정연기는 “역시 신하균!” 소리를 듣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고괴담’ 이후 이렇다할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윤지혜도 마스크에 담긴 묘한 매력을 터뜨리듯 발산한다.

박철희 감독은 “세상에 예의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 삶이 거칠고 고단하다. 아닌 척 양심을 버리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손가락질 받는 대상이 내가 아닌가 하는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킬라의 칼은 관객을 향할지 모른다. 나를 향할지도 모르고. 18세 이상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2.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3.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4.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5.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1.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2. 남서울대, 청주맹학교에 3D 촉지도 기증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가 도안신도시로 변화한 분위기다. 대다수 단지에서 미분양이 속출했는데, 유일하게 도안지구의 공급 물량만 완판 행렬을 이어가며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하반기 일부 단지의 분양 선방으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내년에 인건비와 원자잿값 상승,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 등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21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분양한 도안 2-2지구 힐스테이트 도안리버파크 2차 1·2순위 청약접수 결과, 총 1208세대(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3649건이 접..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대한민국 펜싱의 역사를 이어갈 원석을 찾기 위한 '2024 대전광역시장기 전국생활체육 펜싱대회'가 뜨거운 열기 속에 막을 내렸다. 시장배로 대회 몸집을 키운 이번 대회는 전국에서 모인 검객과 가족, 코치진, 펜싱 동호인, 시민 2200여 명이 움집, '펜싱의 메카' 대전의 위상을 알리며 전국 최대 펜싱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23~24일 대전대 맥센터에서 이틀간 열전을 벌인 이번 대회는 중도일보와 대전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전시펜싱협회가 주관한 대회는 올해 두 번째 대전에서 열리는 전국 펜싱 대회다. 개막식 주요 내빈으로는 이장우..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