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꼬박 새가며 영화감상하는 올빼미족
홈런 한방으로 더위 식히는 야구마니아
▲새로운 문화 올빼미족,‘N족’(Night)= 늦게 일어나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해야 정신이 맑아지는
쇼핑의 도시라고 손꼽히는 대전지역의 밤 문화는 대형 유통점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화점이 저녁 8시에 문닫는다고 퇴근 후 허둥지둥 쇼핑을 하던 때는 옛말이다. 과거 하루 매출 시간대가 퇴근을 전후한 오후 4시~6시 였지만, 최근에는 8시~10시 사이가 프라임 타임대가 되고 있다.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는 지역의 대형 유통점은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활기를 띠고 있었다.
열대야로 잠못 이루는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단체 피서를 나온 듯 쇼핑도 즐기고 더위도 식히는 모습이다.
가족과 함께 심야 쇼핑을 나온 전영주(41·대전서구 삼천동`) 주부는 “올 여름에는 열대야 때문에 주로 밤에 쇼핑을 즐겼다”며 “싸게
밤 쇼핑이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문화를 제공하기도 하는 등 일석 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는 것.
대형 유통점들도 저마다 심야 쇼핑족들을 위한 각종 이벤트를 벌이는 등 밤손님 모시기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심야영화 상영극장이나 심야 야외자동차극장 등도 잠 못 이루는 청춘들로 늘 만원이다.
지난 9일 대전의 한 영화관에서는 ‘올빼미 영화제’라는 이색 행사가 열렸다.
밤을 지새워 열리는 영화제답게 수요일 밤 11시에 시작해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이어지는게 특징.
밤샘을 즐기는 올빼미 족을 타깃으로 하는 영화제다.
대전에서 열린 이번 영화제에는 임수정·유오성 주연의 ‘각설탕’,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최종 병기 그녀’‘호텔 르완다’ 등으로 영화제가 꾸며졌다.
올빼미 영화제에 참가했던 이신애(`28·중구 오류동)씨는 “주말저녁 새벽 2시까지 이어지는 영화상영과 더불어 올빼미족들을 위한 영화제가 열린다는 것이 이색적 이었다”며 “재미있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올빼미족은 오프라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상의 심야문화도 오프라인 못지 않다. 훨씬 다양하고 풍부하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날밤을 새며 네티즌들이 밤새 수다를 떤다. PC방은 새벽까지도 인터넷과 게임을 즐기는 10대와 20대들로 붐비고 있다.
▲밤이 좋은 사람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면 한밭운동장 야구경기장에는 한방에 더위를 날리기 위한 야구 마니아들이 모여든다.
윤미순(`33·서구 월평동)씨도 그 중 한사람. 퇴근 이후 부리나케 야구장으로 향하는 그녀는 야구 마니아들과 함께 계모임을 조직했다. 서로 정보도 주고받고, 선수들을 가까이서 응원할 수 있도록 회원들끼리 자리도 잡아준다.
열띤 응원과 함께 시원한 맥주 한잔을 나누다 보면 한여름 무더위는 가뿐하게 해결한다는게 회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특히 어느해보다 볼거리(?)를 제공하는 지역연고 야구팀 덕분에 올해의 심야 야구장 관람은 어느해보다 활발했다.
윤씨는 “심야에 야구경기를 즐기다보면 야구장의 시원한 바람으로 더위를 식힐 수 있어 여름에는 주로 야구장을 찾는다”며 “더운여름 더위와 씨름하기 보다는 야구도 즐기고 더위도 피할 수 있는 야구관람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엑스포 남문 광장에는 심야 운동족들이 부쩍 늘었다. 어린아이부터 나이 많은 어르신까지 야간 운동을 즐기는 시민들의 숫자는 상상을 초월한다.
인라인 스케이트족, 자전거족, 조깅족 등 각종 스포츠 동호회가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간부터 번개모임을 갖는다. 이들은 야간 조명이 설치된 엑스포 남문 광장에서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까지 운동을 즐긴다.
남문광장에서 인라인 스케이트에 열중하던 김인석(30·서구 만년동`)씨는 “퇴근 이후 밤늦게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 열대야로 잠못 이루던 밤을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게 됐다”며 “한바탕 땀을 흘리고 시원하게 샤워한 후 잠자리에 들면 달콤한 잠을 잘 수 있어 피곤하지 않다”고 심야 운동을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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