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철학교육 20주년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어린이 철학교육 20주년

<목요세평>

  • 승인 2006-08-24 00:00
  • 정영기 대전대 교수정영기 대전대 교수
지금
▲ 정영기 대전대 교수
▲ 정영기 대전대 교수
도 어린이철학교육이라고 하면 “어린이가 무슨 철학이야?”, “어린이에게 역술을 가르치나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나라의 어린이철학교육은 이미 20년 전에 시작되었다. 오늘 24일은 어린이철학교육연구소가 20주년을 맞는 기념일이다.

박민규 소장에 의해 20년전 종로구 행촌동에서 시작한 어린이철학교육연구소는 이제 관악구 봉천동에 소크라테스 빌딩으로 옮겨오면서 많은 발전을 하였다.

미국의 어린이철학교육연구소 IAPC (Institute for the Advancement of Philosophy for Children)는 립맨(M. Lipman)에 의해 뉴저지주에 몽클레어 주립대학 부설연구소로 1968년 세워졌다. 립맨은 보다 깊이있는 생각, 올바른 생각 등에 관심을 두고 어린이들이 철학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습득하도록 돕기 위해 어린이를 위한 철학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흔히 철학이라고 하면 공자, 맹자, 소크라테스, 칸트 같은 위대한 철학자의 책을 읽고 사상을 공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때문에 철학은 골치아픈 것, 어려운 것이라는 고정관념과 편견이 있다. 철학에 대해 부정적이며 어린이의 철학교육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인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그러나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은 “왜 그런가?”, “그것은 무엇인가?”라고 끊임없이 묻는다. 위대한 철학자의 사상을 배우지 않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사물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질문을 하는 어린이들은 이미 충분히 철학적인 소양을 갖고 있다.

어린이들이 좀더 어릴 때에는 사물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왕성하지만 학교생활에 적응하면서 일정한 틀에 자신을 맞추고 정형화된 사고패턴에 익숙하게 된다. 이런 아이들이 몇 년 지나면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답인가 아닌가를 먼저 고민하기 시작한다. 어린이들은 점차 입시환경에 노출되면서 객관적 문제에서 정답찾는 훈련을 반복하게 되고 시험에 나오지 않는 것에는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

반면에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조금만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가서 공부나 해라”라고 핀잔을 주기 마련이다. 어떤 어린이가 “하늘은 몇 개 있지?”라고 묻는다면 하늘이 매우 많은 상공의 수많은 지점들을 하늘이라고 부를 것인지 아니면 객관적인 하늘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어린이가 사과가 나무에 달려 있을 때만 살아 있고, 나무에서 따서 집으로 옮겨 놓았을 때는 살아 있지 않다고 걱정한다면 그 어린이는 생명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흔히 철학은 경이로움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철학적으로 사고하는데 ‘궁금증과 호기심’은 필요하지만 ‘당연하지, 뻔한건데, 그냥’이라는 말은 필요없다. 어른들이 보기에 엉뚱하고 유치하고 시시껄렁하더라도 그 생각을 존중하고 인정해주어야 한다. 그러면 어린이가 스스로 질문하는 능력을 갖게 되며 자기만의 사고로 이어갈 수 있다. 어린이철학교육의 목표는 어린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게 하는 것이다.

원로 철학자인 박이문 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철학자는 필연적으로 어린이며, 철학은 어린이의 사유이기도 하다. 어린이의 눈 즉 철학자의 눈으로 볼 때 자명하고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한결같이 이상하고 알 수 없고 불분명하고 막연하고 애매할 때가 많다.

철학이란 쉬운 것을 어렵게 말하는 담론이 아니라 가능하면 모든 선입견에서 해방되어 모든 문제나 현상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모든 문제들을 논리적으로 정연하게 풀며 모든 사유를 가능하면 가능한 만큼 열린 마음으로 투명하게 해보려는 마음이며 태도이며 탐구자세이다.”

요즘 대학에서는 기초학문이 고사위기에 처해 있고 철학과는 폐과되는 상황이다. 철학에 대해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견해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온갖 어려움을 겪어 가며 어린이철학교육이 20년 지속되고 있는 것은 뭔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천 미추홀구, ‘시 특색 가로수길 평가’ 최우수기관 선정
  2. 강성삼 하남시의원, '미사강변도시 5성급 호텔 유치' 직격탄
  3. 대전시, 6대 전략 산업으로 미래 산업지도 그린다
  4. [특집]대전역세권개발로 새로운 미래 도약
  5. 충남대·한밭대, 교육부 양성평등 평가 '최하위'
  1. 9개 국립대병원 "복지부 이관 전 토론과 협의부터" 공개 요구
  2. 대전경찰, 고령운전자에게 '면허 자진반납·가속페달 안전장치' 홍보 나선다
  3. [종합] 누리호 4차 발사 성공… 차세대중형위성 3호 양방향 교신 확인
  4. 대전을지대병원, 바른성장지원사업 연말 보고회 개최
  5. 금은방 새벽 침입했지만, 금고는 못열어…절도미수 40대 징역형

헤드라인 뉴스


도시 체질개선 통한 `NEXT대전` 만들기 집중

도시 체질개선 통한 'NEXT대전' 만들기 집중

민선 8기 대전시가 도시 체질을 완전히 개선하며 'NEXT대전'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근대도시를 거쳐 철도 중심 도시와 과학도시를 거치면서 150여만명의 인구가 살아가는 대전에 공간은 물론 산업과 문화 구조를 변화시키며, 미래 일류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대전시는 기존에 갖고 있던 대덕특구를 기반으로 한 과학도시에서 6대 전략 산업 'ABCD+QR(나노·반도체, 바이오, 우주, 국방, 양자, 로봇·드론)'을 중심으로 육성하면서 기술 사업화에 초석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를 뒷받침 할 수 있게 안산, 교촌, 원촌, 장대도첨, 탑립·..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 곳곳에서 진행 중인 환경·휴양 인프라 사업은 단순히 시설 하나가 늘어나는 변화가 아니라, 시민이 도시를 사용하는 방식 전체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조성이 완료된 곳은 이미 동선과 생활 패턴을 바꿔놓고 있고, 앞으로 조성이 진행될 곳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단계에 있다. 도시 전체가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갑천호수공원 개장은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사례다. 기존에는 갑천을 따라 걷는 단순한 산책이 대부분이었다면, 공원 개장 이후에는 시민들이 한 번쯤 들어가 보고 머무..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나누기 위한 적십자회비가 매년 감소하자,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유정복 인천시장)가 27일 2026년 대국민 모금 동참 공동담화문을 발표했다. 국내외 재난 구호와 취약계층 지원, 긴급 지원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대한 인도주의적 활동에 사용하는 적십자회비는 최근 2022년 427억원에서 2023년 418억원, 2024년 406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도 현재까지 406억원 모금에 그쳤다. 협의회는 공동담화문을 통해 “최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적십자회비 모금 참여가 감소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