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도(落島)에서 얻은 진주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낙도(落島)에서 얻은 진주

<교육단상>

  • 승인 2006-08-23 00:00
  • 김나영 서부초교 교사김나영 서부초교 교사
▲ 김나영 서부초교 교사
▲ 김나영 서부초교 교사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폭염 속, 숨막히는 도시로부터 탈출하고자 난 무작정 길을 나섰다. 다다른 곳은 보령시 오천항이었다. 바다 냄새가 물씬 풍기는 선착장은 여름 피서객들로 북적였고 나는 여객선에 올랐다.

여객선은 흰 포말을 일으키며 뱃고동 소리와 함께 30분을 시원스럽게 달려 첫 번째 섬에 닿았다. 月島, 달월이라고도 한단다. 선착장 길 옆으로 쌓여있는 김양식용 그물과 주꾸미를 잡는 데 활용하는 소라껍질들이 쌓인 길을 따라 섬 정상에 오르니 흉물스런 폐교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교문 안으로 들어가 보니 오른쪽에 “○○○선생님은 주민들의 삶의 길잡이요, 희망이며, 영원한 동반자였다. 그 공을 기리고자 이 돌에 이름을 새겨 영원히 기억코자 한다”는 내용의 공적비가 텅 빈 교정을 지키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분이 어떤 일들을 하셨기에 이렇게 공적비까지 세워 주었을까? 호기심에 섬 주민들을 만나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1974년 개교한 학교에 혼자 부임해 학교 환경을 공원 같이 만듦, 복식 수업을 하면서도 군내 3위로 학력을 향상시킴, 6년 간 해마다 1회씩 무료로 도시 체험학습을 실시, 예능 교육 활성화를 위해 전교생 48명이 모두 참여한 관현악단을 구성, 학생 음악 경연대회에 출전 입상.’

그 뿐인가 선생님은 섬 주변에 있는 무인도를 이용해 오리, 닭, 염소, 토끼 등을 사육, 전교생의 학습 준비물은 물론 아이들이 공부하는데 필요한 모든 비용을 조달했다. 중학교에 진학할 때는 입학 등록금 전액을 지원했고 육지까지 가서 이발을 해야 하는 불편을 덜어 주기 위해 자비를 들여 이발소를 설치해 전교생에게 손수 무료로 이발을 해줬다.

야간에는 글을 몰라 불편해 하는 주민들을 위해 한글을 지도해 문맹을 퇴치시키고 주민들의 숙원 사업인 마을 앞 선착장 공사를 관계기관을 찾아다닌 끝에 완공시키는데 노력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낙도에 발전기를 구입해 전기 불을 밝히고 TV시청도 할 수 있게 했다.

몸이 아픈 주민들을 위해 대전 모 병원의 협조를 받아 평생 무료 진료를 추진했다. 이러한 업적들로 개교 4년 만에 전국 새마을 최우수학교로 선정돼 문교부장관으로부터 표창과 상금도 받았던 것이다.

꼭 한번 만나 뵙고 싶어 어렵게 수소문한 끝에 주인공을 찾을 수 있었다. 그 분은 남들이 회피하는 조그마한 시골 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으로 조용히 정년을 맞고 계셨다. 선생님께서는“내가 노력한 만큼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즐겁게 생활하는 것을 보면 나는 한없는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고 하셨다.

‘그런 선생님 밑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만감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교문을 나서니 눈앞에 바다같이 넓은 예당호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번 방학은 나에게 교육자로서의 내 자신을 반성할 수 있는 귀중한 보물을 얻는 기회가 됐다. 나도 모두에게 존경받고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